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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 이후 34일이라는 최장기간의 잠행을 이어가면서 북한의 정세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4일 남한을 전격 방문해 김 제1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6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던 선수단을 위해 평양 목란관에서 개최한 연회에 불참했으며 전날 오후 남한을 방문했던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아시안게임 선수단이 귀국하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및 선수단 격려를 위해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던 김정은이 선수단 귀국 및 환영 연회에 불참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미국 LA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심 실세 3명이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돌연 참석한 것을 두고 김 제1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넘어 정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몬테레이국제문제연구소(MIIS)의 국방 및 안보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는 "(북한을 둘러싼) 가장 큰 루머는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실권을 장악했다는 것"이라면서 "내부 쿠데타 설이나 평양 봉쇄설 등은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으며 최소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최근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활동하다가 탈출한 탈북시인 장진성씨를 인용해 "김정은은 이미 지난해 실권을 잃었으며 모든 권한은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시게무라 도시미쓰 와세다대학 교수도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이 봉쇄된 현 상황은 쿠데타 기도가 있었거나 지도부에 대한 모종의 음모가 적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오는 10일 노동당 창건일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지에 주목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생일과 더불어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국경절인 만큼 김정은이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신변 이상설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는 노동당 창건 69주년으로 이른바 '꺾어지는 해(끝자리 숫자가 0이나 5인 해)'가 아닌 만큼 (건강 이상과 관계 없이)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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