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연구 성과물의 권리를 연구자에게 주겠다는 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덜 붙는 투자'인 셈인데 우리 경제에 무엇보다 긴요한 것이다. 시간이 걸릴 뿐 사람과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의 효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일본이 자연과학 분야에서 1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내는 동안 우리는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미래육성재단에도 장기적 호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가 1961년 논문을 발표한 이래 47년간 채집한 실험용 해파리만도 300톤이 넘는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소명은 자명하다. 기나긴 세월을 감내하고 지원하며 힘을 합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앞장서라는 것이다.
자금 회수 가능성을 따지지 않겠다는 방침도 매력적이다. 정부지원 연구 프로젝트의 99%가 성과가 있다고 판정되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성과지상주의를 내버리겠다는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 삼성의 새로운 생각과 멀리 보는 시각, 조건이 덜 붙는 투자가 세월이 흐른 뒤에는 가장 커다란 보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남은 과제는 다른 기업의 동참과 확산에 있다. 지금도 정부의 과학기술 투자는 결코 적지 않다. 이제 기업이 나설 차례다. 인위적 환율을 비롯한 정부 지원으로 성장의 과실이 기업 부문에 집중된 마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눈앞의 성과에 함몰돼 소홀했던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출범을 계기로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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