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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순 삼보컴퓨터 사장(차세대 경영인)
입력1997-12-30 00:00:00
수정
1997.12.30 00:00:00
김기성 기자
◎젊음·진취적 기상 무기/옛 영예회복 발판 마련/취임 1년도 채 안돼 체인지업 PC 돌풍 마케팅 중심 전략 성공/박찬호 모델 파격기용 제품판매효과 극대화도「젊다」
이홍순 삼보컴퓨터사장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다. 38세에 불과한 나이의 경영자이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보다는 이사장의 경영스타일이 젊음을 상징하는 진취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내외부의 평가다. 삼보컴퓨터 창업자인 이룡태회장의 장남으로 플로리다대에서 전산을 전공한 그가 매형인 이정식 전사장으로 부터 사령탑을 넘겨 받은 것은 지난 4월.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가뜩이나 삼성전자 LGIBM 등 경쟁업체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삼보컴퓨터를 연륜이 짧은 이사장이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높았기 때문.
그런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것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오히려 국내 컴퓨터산업의 개척자인 삼보가 옛 영예를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얘기를 듣고 있을 정도다.
삼보가 더욱 젊고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따른 한파로 경쟁업체들이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삼보는 보장형 PC인 「체인지업」을 발판으로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사장이 취임 이후 짧은 기간동안 줄곧 추진해 온 「마케팅」 중심의 전략이 적중 한 것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외적으로는 최고의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회사로, 대내적으로는 가장 효율적인 회사로 만들겠다』고 장기비전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기술이 공개된 PC는 공장(제조) 보다 시장에서 더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이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곧바로 마케팅을 중심으로 모든 조직과 전략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몸무게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굳이 PC 제조업체에 포함될 필요가 없는 교육팀과 콜센터를 관계사로 통합시킨 것은 이런 맥락에서 단행된 조치였다. 다음으로 경영진을 젊은 전문가들로 교체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 관리와 연구소(STC)의 담당 부사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제조 및 마케팅과 관련된 4명의 부사장은 40세 이하로 짜여졌다.
이사장은 이같은 탄력적인 조직체제가 완비되자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이 뒷받침되는 제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몇개월 동안의 연구와 시장조사를 실시한 끝에 세계 최초로 구입 후 2년 뒤에 CPU와 주기판의 업그레이드를 보장하는 제품을 고안해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제품 수명주기를 특징으로 하는 PC의 현실에서 쉽게 생각해 낼 수 없는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전략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사장은 제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박찬호 선수를 거금 8억원을 주고 광고모델로 기용,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나가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보장형 PC인 「체인지업」은 11월초 출시 이후 하루에 5백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IMF 한파로 모든 산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인 셈이다.
이사장은 이제 국내 컴퓨터산업의 2세대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그에 대한 사내외의 1차검증도 끝났다. 그런 그가 대기업의 틈바구니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있는 전문업체 삼보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만루홈런을 다시 한번 칠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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