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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정책, 실적 노이로제에서 벗어나라

정부가 벤처기업과 창업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오는 15일에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세제혜택부터 엔젤투자와 벤처캐피털 지원 확대까지 거의 모든 정책을 망라한 종합선물세트를 풀 모양이다. 벤처인들로서는 12년 만에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재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정부는 창업-회수-재투자ㆍ재창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이끌겠다는 의미다. 창업에만 초점을 맞췄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다. 제대로 된다면 제2의 벤처붐을 뛰어넘어 미국과 이스라엘 못지 않은 창업ㆍ벤처강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걱정되는 것은 벤처정책이 지나치게 과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벤처ㆍ창업 지원자금으로 예상되는 26조원은 추가경정예산보다 9조원이나 많다. 심지어 투자에 실패하면 정부가 더 많은 손실을 안겠다고까지 밝혔다. 자금을 쏟아 부어서라도 대통령의 공약을 기필코 달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0조원이 넘는 벤처투자 여력이 존재한다. 투자잔액의 3배나 된다. 자금 때문에 벤처가 성장하지 못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쏟아지는 지원책으로 도덕적 해이와 후유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벌써 '지금 지원 못 받는 벤처는 바보'라는 소리도 들린다. 변한 것 하나 없이 정책 기대감만으로 코스닥지수는 5개월 사이 20% 가까이 올랐다. 모두 정책홍수가 초래한 결과다.



과거 벤처 실패원인 중 하나는 정책의 조급성이었다. 대통령의 지시에 빨리 실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각종 지원을 쏟아내자 기업은 현실에 안주했고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벤처의 도전정신을 되살리고 정책의 부작용은 없는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모두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정부가 실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현실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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