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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자동차 빅3 일과 전면전 돌입
입력1997-08-14 00:00:00
수정
1997.08.14 00:00:00
정상범 기자
◎혼다 등 저가공세에 시장잠식위기 맞대응/새모델 판매가격 1.1%인하·동결시사요즘 미국 자동차시장에선 미국과 일본업체간의 총성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GM(제너럴 모터스)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자동차 빅3가 일본업체의 할인공세에 맞서 전면적인 가격전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빅3는 엔저현상을 무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저가판매에 나섰던 일본업체에 대해 지금까지의 방관자세에서 탈피, 내년도 신차가격을 낮추거나 동결하는 식으로 유례없는 맞불작전에 돌입했다.
전쟁터 양쪽편에서는 포드와 도요타가 각각 선봉역할을 떠맡고 있다.
포드는 지난 1일 98년형 신차 판매가격을 1.1% 인하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특히 미국에서 5년째 판매 1위에 랭크된 승용차 토러스의 최저가격을 1만8천7백95달러로 책정, 판매가격을 7백40달러나 낮추었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의 RAV4와 혼다의 CRV를 겨냥해 투도어, 2륜구동차량인 익스플로어의 가격을 1천9백40달러 인하했다.
GM도 지난달 26일에 98년도 모델가격을 평균 1.3%만 올릴 방침이라고 선언했으며 크라이슬러는 현재 가격을 고수하거나 일부 모델은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사실 미 자동차업계는 최근 몇년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가격 공세에 밀려 시장을 급속히 잠식당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게 사실이다.
일본측은 생산비용 절감과 엔저현상 덕택에 미국산에 비해 훨씬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일본업체들은 자동차 가격을 불과 4%만 올린데 반해 빅3의 인상폭은 12%수준에 달했다.
여기에 맞선 일본업체의 반격도 결코 만만치않다. 일본측은 더 빠른 속도로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도요타는 주력차종인 코롤라의 가격을 1천달러나 낮출 작정이다. 오는 10월 미국에 선보일 GS300은 원래가격보다 6천달러이상 하향조정될 예정이다.
닛산은 가장 인기있는 모델인 알티마의 가격을 과거보다 1천5백달러나 낮춰 1만7천9백90달러로 책정했고 이달부터 시판에 들어간 혼다의 어코드는 가격이 더욱 낮아졌다.
양측은 가격 뿐만아니라 품질이나 부가기능에서도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가격전쟁이 벌어지게된 원인은 기본적으로 공급과잉현상 때문이다.
미국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수년간 1천5백만대수준에서 변동이 없지만 자동차업체들은 끊임없이 새모델을 내놓고 생산량을 늘리는데 치중해왔다.
어쨌든 해마다 가을이면 그전보다 인상된 가격표가 붙어있는 신차에 익숙해 있던 미국 소비자들로선 차값이 컴퓨터나 가전제품처럼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디트로이트 자동차업계의 가격 인하는 바로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용 절감덕분이다. 이윤을 침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폭의 여유를 확보한 것이다.
실제로 포드는 올들어서만 생산비용을 18억달러나 줄였으며 GM은 15대의 신차와 트럭 제조과정에서 부품을 줄이고 단순한 조립방식을 택해 코스트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었다.
미국업체들이 이처럼 일본과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격 억제정책 이후에도 기존의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단념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 올상반기중 할인을 비롯한 각종 인센티브는 자동차 한대당 평균 1천7백89달러에 달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이 공급 과잉으로 허덕이고 있는 틈새에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지금 역사상 가장 짭짤한 구매자시장에 앉아있는 셈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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