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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골프엿보기] 장마철 골프

후두둑….모처럼 주말에 어렵게 예약이 되었건만 빗줄기가 떨어진다. 가야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눈, 비가 오든 바람이 몰아치든 일단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아주 심한 빗줄기속에서야 라운드가 어렵지만 대개는 무리수를 두곤 한다. 아무리 프로골퍼라도 악천후에서 제대로 샷을 할 수는 없다. 하물며 아마추어 주말골퍼는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을까. 그래도 플레이하는 골퍼야 그런대로 재미를 느낀다지만 경기보조원은 얼마나 힘이 들까. 대체로 비가 많이 오는 날 경기보조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지만 프로마인드로 책임감을 느끼며 표정도 밝게 유지한채 경기를 도와주는 고마운 캐디도 있다. 얼마전 L씨가 머리를 얹는다해서 라운드에 나선 적이 있다. 그날 빗줄기는 몹시 굵어 보였다. 아주 난감한 채 출발을 했는데 도중에 도깨비에 홀린듯 맑게 개는 것이 아닌가. 『아하! 이 양반, 복도 많군.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나보군』 하면서 티 오프를 했고 열심히 경기를 보조했다. 그런데 6홀째부터인가부터 갑자기 비가 퍼붓기 시작해서 진행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처음 필드 라운드를 하는 날이라 도중에 그만두기도 아쉽고 해서 그냥 밀고 나갔다. 물론 캐디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그날 우리 진행을 도왔던 그 아가씨는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밝은 미소로 원하면 진행을 계속하라고 말했다.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이후 천둥번개가 치고 하늘이 캄캄해졌고 비바람이 몰아쳐 우산도 부러지는 난리를 겪었다. 그야말로 「돌격 앞으로!」였다. 결국 그날 내장한 팀 가운데 우리팀만 18홀 라운드를 모두 마쳤고 그 때문에 그날 고맙게 대해준 캐디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크다. 그날 그 캐디는 우리 사회가 원하고 있는 세계화된 서비스 우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맡은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도 귀한 프로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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