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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경제 발자취] 3. 증시 격변의 세기
입력1999-12-17 00:00:00
수정
1999.12.17 00:00:00
정상범 기자
1903년 4월24일 브로드웨이에 세워진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도 이같은 자신감의 산물이었다. NYSE가 사상 최대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시절이었다.월가의 번영은 영원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29년 10월24일 증시 대폭락이 월가를 순식간에 덮쳐버렸기 때문이다.
◇주식 대중화 정착=20세기는 두차례에 걸쳐 블랙 먼데이를 맞는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증시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던 시대였다. 세계증시는 20년대말과 40년대 중반, 70년대초 3차례에 걸쳐 40∼70%의 조정국면을 거쳤을뿐 대체로 대세상승국면을 지속해왔다.
기업들의 단순한 자금조달처로 출발했던 증시는 한세기에 걸쳐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었고 막강한 금융자본가를 양성, 「대중자본주의」를 이 시대 최고의 메카니즘으로 일궈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20세기는 무엇보다 개미군단의 대진군이 두드러졌던 시기였다.
개인들을 겨냥한 전문투자기관이 탄생한 것도 바로 20년대초였다. 1차 증시 활황기였던 당시 골드만 삭스 등 증권사들은 일반투자가를 상대로 신탁증권을 발행,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어냈다.
또 뮤추얼펀드는 24년 첫 선을 보인 이후 40년에 투자회사법이 발효되면서 성장의 전기를 맞아 개미군단을 대거 증시로 끌어들였다.
이 덕분에 피델리티펀드는 자산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금융기관으로 부상할 수 있었으며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투자신탁업이 각광을 받게 됐다.
월가의 대부로 알려진 벤자민 그래험은 34년에 「증권 분석:원리와 기법」이라는 투자지침서를 내놓았으며 이후 워렌 버핏,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등 금세기 최고의 투자가들이 배출됐다.
◇주식투자의 전성기=주식은 20세기 최고의 투자수단으로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 글로벌 파이낸스 데이터사가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주식은 금세기 최고의 재테크수단으로 떠올랐다.
지난 25년에 1달러의 미국 주식을 매입한 투자가는 작년말 모두 2,125달러를손에 쥐게될 것으로 계산됐다. 같은기간중 10년짜리 국채는 41.35달러, 재무부채권(TB)은 불과 18.30달러로 늘어났을 뿐이다.
채권이 주식 수익률을 웃돈 시기는 대공황기인 30년대, 단 한차례 뿐이었다. 그러나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다우지수는 32년 6월7일 사상 최저치인 41.22포인트까지 폭락한 후 87년 10월 또다시 블랙 먼데이라는 대재앙을 맞고 말았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있던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증시가 동반폭락이라는 악몽을 겪고야 말았다.
다우지수는 72년 11월14일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시대에 진입한 후 세기말을 눈앞에 둔 지금 1만선을 훌쩍 뛰어넘어 초활황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경쟁과 통합=NYSE의 최대 황금기는 1900년대 초반과 20년대였다. NYSE는 당시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 상장기준을 까다롭게 만들고 경쟁 거래소를 견제해 거래인들의 불만을 사고 말았다.
런던, 도쿄와 함께 세계 증시의 3대 축을 형성했던 NYSE는 70년대 들어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 설립, 장외시장인 나스닥 개설(71년 2월)로 근본적인 위상 변화를 겪게 된다.
나스닥은 70년대 중반 연·기금의 주식투자제한 철폐로 성장발판을 마련한 후 80년대 벤처기업의 활약을 계기로 비약적 발전을 이룩, 지금은 「뉴 이코노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특히 90년대 들어 정보통신의 발전과 투자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타고 국가간 장벽이 급속히 사라지면서 각국 거래소간의 경쟁과 통합구도는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나스닥은 인터넷을 이용한 24시간 글로벌 단일증시라는 청사진을 착실히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이에 맞서 NYSE는 범유럽증시와 결합, 「G-9」라는 또다른 글로벌 증시를 추진하고 있다.
정상범기자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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