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인터넷은 인류가 대멸종의 한 가운데 있다는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지금까지 지구에는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예컨대 2억
5200만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으로 지구상의 생명체 중 95%가 사라졌고, 6500만년 전의 백악기 대멸종에 의해 공룡이 멸종했다. 하지만 이번 6번째 대멸종은 과거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그 원인이 화산 폭발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대멸종의 원인으로 인간을 지목한 것은 화석을 활용해 멸종 주기를 연구한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제라르도 세바요스 박사팀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지구 역사를 볼 때 척추동물 1만종 가운데 2종이 매 100년마다 멸종을 맞았는데, 인간의 출현 이후 그 속도가 100배 빨라졌다. 특히 지난 세기의 경우 약 9종이 멸종해야 정상적 패턴이었지만 실제로는 무려 477종이 멸종했다고 한다. 표면적 이유는 뻔하다. 인간이 숲과 동식물의 주거지를 파괴했고, 수산물을 남획해 해양생태계를 붕괴시켰으며, 수십억 톤의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그 이면에서 이보다 심각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간이 태생적 파괴자라는 점이다. 다른 모든 생물처럼 인간도 강한 생존본능을 지닌다. 그러나 여타 생물종과 달리 인간은 지적 능력을 통해 그 본능을 해결한다. 다른 생물종과 견줄 수 없는 문제 해결력을 바탕으로 불과 20만년 만에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 진출했고, 수명을 3배로 늘렸으며, 극한환경에도 적응했다. 뉴욕주립대의 생태학자 마크 로몰리노 박사는 인간의 이런 성공이 지구라는 유한하고 상호의존적 시스템에 전례 없는 피해를 전가한 결과물이라 주장한다.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간은 카리브해에 거대한 소행성이 떨어진 것과 버금가는 충격을 지구에 가했습니다.” 세바요스 박사팀의 연구에 참여한 스탠퍼드대학의 생태학자 폴 에를리히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내일을 위한 저축보다 오늘 다 써버리는 것이 생존 본능의 핵심적 부작용입니다. 인간은 단기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진화했죠. 장기적 관점에서 행동할 능력을 갖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이에요.”
물론 희망이 없지는 않다. 원인이 인간이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류는 과학기술로 미래를 예측,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재주가 혼란을 야기했으니 그 재주로 혼란을 해소할 차례입니다.”
870만 종
201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추정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수. 이중 단 25%만이 발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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