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농장
올 초 미국 미시건 호수 인근에 기록적 폭설이 내렸다. 하지만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로버트 콜란젤로의 작물들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작물들이 야외의 농지가 아닌 면적 2,800㎡의 건물 실내에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미국 최대 규모의 실내 농장인 그린 센스 팜(Green Sense Farms)의 최고경영자다.
시카고 도심에서 60여㎞ 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서는 다양한 새싹채소와 바질, 버터 상추, 허브 식물들이 햇빛 대신 청색과 적색 LED의 빛을 쬐면서 수경 재배되고 있다.
각각의 작물들은 7.5m 높이의 선반에 층층이 놓여 있으며, 컴퓨터가 LED 조명을 비롯한 모든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차례 채소들을 수확해 도시민들에게 공급한다.
이를 위해 녹색식물의 광합성에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는 청색·적색 LED를 개발한 필립스와 손을 잡았다. 그린 센스 팜에 채용된 9,000개의 LED가 모두 이 제품이다.
로버트에 의하면 이 LED 아래에서 식물을 키울 경우 식물들이 키를 키우는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잎사귀의 밀도를 높이면서 옆으로 퍼지며 자란다. 덕분에 영양분의 밀도가 높고, 성장 시간도 단축된다.
“새싹채소는 12일, 어린잎채소는 30일, 상추는 35일마다 한 번씩 수확할 수 있습니다. 재래식 농법으로는 기껏해야 한 철에 한두 번 밖에는 수확할 수 없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내 농장은 대량의 채소를 1년 365일 쉬지 않고 키울 수 있다.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탁월한데다 폭설, 폭우, 가뭄 같은 환경적 영향과 병충해에서도 자유롭다. 오히려 환경조건을 통제해 작물에 맞춤화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실내 농경은 도시, 즉 소비지 인근에서 작물을 키우는 만큼 운송비 부담이 적어 마진이 높다. 특히 상추나 케일처럼 쉽게 상하는 채소들의 재배에 큰 강점을 지닌다. 신선도가 뛰어나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트렉터 등의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아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가 현재의 72억명보다 24억명 늘어나고, 도시민의 비율이 66%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작지 확대는 한계점에 도달해 있으며, 가뭄과 홍수에 의한 작물 생산성 저하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내 농경이 미래의 식량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언젠가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기술자와 사업가들이 수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각지에 실내 농장을 건설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한 식물학자는 과거 소니의 반도체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에서 상추를 생산 중이며,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전직 코넬대학 농학부 교수가 골드만 삭스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낡은 철강공장을 6,400㎡ 면적의 초대형 실내 농장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올 겨울 완공되는 이 농장은 농지를 이용하는 기존 농경에 비해 물 사용량을 95% 줄일 수 있으며, 작물 생산능력은 연간 90톤에 이른다.
현재 미국 내 8개주 48개 매장에 채소를 공급 중인 로버트는 농장 운영을 개선할 새로운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 지역에 위치한 한 유전자 서열분석 실험실과 제휴를 맺고, LED의 빛에 가장 잘 반응하는 종자를 찾고 있다.
탄소 발자국 (carbonfootprint) 사람의 활동 또는 상품을 생산·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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