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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뉴월드개발 부회장 애드리언 쳉

홍콩 최대 부동산·유통 기업 오너 3세 “한중 경제·문화 가교 역할 하고 싶다”


2012년 포춘이 선정한 ‘40 under 40(40세 이하 영향력 있는 기업인 40인)’ 38위,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Wealth-X)가 선정한 ‘아시아의 젊은 억만장자’ 2위. 홍콩 최대 부동산·유통 기업 뉴월드(New World)그룹의 3세 경영인 애드리언 쳉 Adrian Cheng 에게 붙은 화려한 수식어다. 그가 최근 한국 기업 두 곳에 400억 원을 투자했다. 포춘코리아가 한국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홍콩과 중국에 소개하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애드리언 쳉을 만났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서울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애드리언 쳉을 만났다. 면바지에 옷깃 없는 티셔츠, 그리고 머리엔 밀짚모자가 얹혀 있었다.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40 under 40’ 2012년 리스트에 38위로 이름을 올렸던 그는 겉보기엔 그저 평범한 청년에 불과했다.

올해 35세인 애드리언 쳉은 홍콩 최대 부동산·유통 기업인 뉴월드(New World)그룹의 3세 경영인이다. 그는 뉴월드그룹 내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뉴월드개발의 부회장과 뉴월드그룹의 모기업 격인 아시아 최대 보석상 저우다푸(Chow Tai Fook)의 이사 직책을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그는 예술재단인 ‘K11아트파운데이션(KAF)’을 설립해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자산정보업체 웰스엑스(Wealth-X)는 그의 자산을 44억 달러 (약 5조2,500억 원)로 추정해 ‘아시아의 젊은 억만장자’ 2위에 꼽기도 했다.

말 그대로 ‘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가 최근 한국 기업 두 곳에 투자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가 부회장으로 있는 뉴월드개발을 통해서다. 뉴월드개발은 애드리언 쳉의 주도로 O2O 커머스 플랫폼 ‘얍YAP’과 화장품 브랜드 ‘‘잇츠스킨’It‘S SKIN’에 각각 220억 원과 18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7~8월 한 달 사이에 이뤄진 투자다. 애드리언 쳉은 말한다. “한국 기업에 투자한 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한국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탁월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강점을 가진 나라죠. 한국에서 개발되는 수준 높은 제품과 아이디어, 그리고 기술을 홍콩과 중국으로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가 특히 인터넷 관련 벤처 기업과 화장품 브랜드에 투자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젊은 비즈니스 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상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이나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바꿀 수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IT나 화장품이 바로 그런 것들이죠. ‘얍’과 "잇츠스킨"은 이런 저의 개인적 관심을 충족시켰습니다. ‘얍’과 "잇츠스킨"이 홍콩과 중국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인 ‘얍’은 이용자의 현재 위치에서 사용 가능한 업체 할인정보와 혜택 등을 알려주고 쿠폰발행, 멤버십 등록, 결제기능까지 통합한 모바일 커머스 앱 서비스다. 이번 투자로 ‘얍’은 뉴월드그룹의 모든 유통 계열사 매장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뉴월드그룹은 ‘얍’과 함께 중국과 홍콩에 ‘얍글로벌’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안경훈 ‘얍’ 대표는 “중국과 홍콩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 받은 후 북미와 유럽 등 타 대륙까지 플랫폼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잇츠스킨’’은 한불화장품을 모기업으로 하는 화장품 업체다. ‘‘잇츠스킨’’은 중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잇츠스킨’이 달팽이 추출물로 만든 화장품은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방문객들에게 ‘머스트바이 must buy’ 아이템으로 손꼽힐만큼 인기가 높다. 애드리언 쳉은 말한다. “‘잇츠스킨’은 중국에서도 이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현재 ‘ 잇츠스킨’ 고객 중 50%가 중국인들이에요. 본격적으로 중국에 판매망이 구축되면 엄청나게 성장할 겁니다. ‘잇츠스킨’은 뉴월드그룹이 보유한 홍콩과 중국 내 거대한 유통망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을 넓혀 나갈 거예요.”

뉴월드그룹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유통망을 통해 새롭고 탁월한 상품을 소개하는 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한국에 대한 애드리언 쳉의 애정은 각별하다. 서울을 자주 찾는 그는 서울 한남동에 집을 구입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서울에 체류할 땐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이동한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뉴월드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 보석상 등을 통해 한국 기업들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나 CEO들과 가까운 사이가 됐죠. 이런 과정에서 한국 기업을 중국에 소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뉴월드그룹은 홍콩과 중국에 거대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400여 도시에 이 유통망이 깔려 있다. 뉴월드그룹은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150만 명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애드리언 쳉은 이에 대해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소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라고 설명했다. 중국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이 뉴월드그룹의 유통 네트워크와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그는 말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길 원해요. 하지만 믿을 만한 중국 내 파트너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에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공신력 있는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랜드그룹이다. 뉴월드그룹은 이랜드 그룹과 2001년부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뉴월드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백화점 43곳 중 35곳에서 이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콩 취안완 지역에 있는 뉴월드그룹 소유 쇼핑몰 ‘디스커버리 파크’에는 5,500㎡(1,664평)에 달하는 이랜드 복합관이 들어서 있다. 홍콩 최초로 이랜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뉴월드그룹은 삼성그룹과도 손을 잡고 있다. 애드리언 쳉이 이사로 있는 보석상 저우다푸는 지난해 10월 제주 신라 면세점에 매장을 열면서 한국시장에 데뷔했다.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 오는 11월에는 서울 신라 면세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2007년과 2010년부턴 상하이와 베이징 뉴월드백화점에서 제일모직의 패션 브랜드들도 판매하고있다.

애드리언 쳉은 지난해 한국 가수 지드래곤과 저우다푸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 저우다푸 X 지드래곤 컬렉션’은 중국·홍콩·마카오 등 중화권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애드리언 쳉의 설명이다.

그는 뉴월드그룹이 한국에서 지속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 저우다푸가 인천경제 자유구역 내 복합리조트 사업에 26억 달러를 투자하려고 해요. 올해 2월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외국인 전용카지노, 호텔, 쇼핑시설,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를 개발하는 사업이죠.”

아트 컬렉터인 애드리언 쳉은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국립박물관 재단 이사, 홍콩 웨스트카오룽 문화지구와 M+박물관의 이사회 위원,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위원, 런던 왕립미술관 신탁관리자, 테이트모던 국제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함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설립한 비영리조직 ‘K11아트파운데이션’을 통해 중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K11’ 전시관에는 작품 전시관뿐만 아니라 사무실, 쇼핑몰, 주거공간 등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거공간과 쇼핑몰에서 발생한 수익금 일부는 ‘K11아트파운데이션’에 기부해 예술가와 큐레이터 양성을 위한 교육에 재투자하고 있다. 애드리언 쳉은 말한다. “‘K11아트파운데이션’은 오성관, 최정화, 황성필, 조우람 같은 한국 현대 미술가들도 지원하고 있어요. 저희는 ‘K11아트파운데이션’을 통해 한국의 현대 예술을 중국으로 가져오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애드리언 쳉은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았다. 애드리언 쳉을 아는 중국인들이 그를 ‘한국 사람들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부를 정도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한류 스타와의 지속적인 콜라보레이션과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한중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뉴월드그룹은…
뉴월드그룹은 중국 광둥 출신 상인 초치웬이 1929년 광저우에 문을 연 작은 금은방 ‘저우다푸’에서 출발했다. 초치웬은 오랜 지인의 아들인 쳉유퉁을 금은방 판매원으로 고용했다. 쳉유퉁은 뛰어난 장사 수완을 보였고 결국 초치웬의 딸과 결혼했다. 사위인쳉유퉁의 능력을 알아본 초치웬은 그에게 금은방 ‘저우다푸’의 모든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줬다. 이 쳉유퉁이 바로 애드리언 쳉의 할아버지다.

쳉유퉁은 1946년 홍콩으로 거점을 옮겨 ‘저우다푸’ 매장을 열었다. ‘저우다푸’로 부를 축적한 쳉유퉁은 1970년 뉴월드개발을 설립했다. 2년 뒤 홍콩 증시에 상장한 뉴월드개발은 홍콩의 주택·상업시설·호텔·백화점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홍콩 재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공항·항만시설·무선통신회사·운수업체 등 홍콩의 사회간접자본으로도 투자를 확대해 그룹체제로 개편했다. 1994년에는 뉴욕증시에도 상장했다.

현재 뉴월드그룹은 중국과 홍콩 각지에 백화점 43개, 쇼핑몰 19개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 17개국에 호텔 50여 개를 직접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2011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저우다푸’는 아시아 최대 국제 보석소매업체로 성장해 현재 홍콩과 중국에 매장 2,400곳을 운영하고 있다. 연매출액 200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하는 뉴월드그룹은 현재 쳉유퉁의 아들이자 애드리언 쳉의 아버지인 헨리 쳉 회장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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