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게임회사다. 중국 최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 텐센트가 귀여운 펭귄 로고와 함께 지금 세계 최대 벤처투자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의 기술 전쟁에서 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중국의 소셜미디어 대기업 텐센트가 전자상거래 신생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업체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억 명의 소비자들이 텐센트의 전자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몇 년 전 중국에 재미있는 농담이 돈 적이 있다. 미국에선 구글이 신생기업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사고, 중국에선 텐센트가 신생기업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베낀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우 하오 Wu Hao가 중국의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게임 대기업 텐센트로부터 은밀한 전화를 받았을때, 그도 이 농담을 떠올렸다. 우의 식품 배달 신생기업 ‘라인0 Line0’ 는 자금을 유치 중이었고, 텐센트는 이 회사의 지분을 원하고 있었다. 중국의 옛 수도 난징 Nanjing에서 사업을 시작한 활발한 성격의 서른 두 살 청년 우는 “처음에는 그들에게 숨은 의도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우는 매출 규모 130억 달러의 대기업이 전기 스쿠터를 타고 중국 시내를 누비는 라인0의 노란 유니폼 배달원들을 흡수하고 자사의 아이디어를 베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텐센트의 벤처자금 팀은 우를 열심히 설득했다. 그들은 우를 다섯 번이나 만나 식사를 하며 라인0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텐센트가 라인0같은 O2O(Online to Offline)-소비자들이 기업 앱을 이용해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기업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그들은 옐프 yelp의 중국 버전인 생활정보 검색서비스 디엔핑 Dianping 같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또 텐센트가 자사의 대규모 소셜 네트워크 위챗 WeChat을 이용하는 5억 명의 신규 잠재 소비자들에게 라인0를 홍보할 수 있다는 미래 청사진도 제시했다.
텐센트는 자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신생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우가 이번 제안을 승낙하면, 라인0는 2014년 기준 텐센트가 지원하고 있는 40여 개 기업에 추가될 것이다. 텐센트는 보통 노골적으로 기업 인수 의사를 밝히진 않지만, 엄청난 자금으로 기업들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난 1월 라인0는 텐센트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3,000만 달러 지원을 받았 다. 그 대가로 텐센트는 자사의 전자결제 네트워크에 약 100만여명의 이용자를 추가할 기회를 획득했다(전자결제 네트워크는 빠르게 전개되는 중국의 인터넷 전쟁에서 텐센트의 핵심 전투 전략이다).
중국의 최대 기술 회사들은 지금 불확실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중국의 3대 인터넷 대기업은 각자의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을 꾸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기업 제국이 되었다. 검색의 바이두 Baidu, 전자상거래의 알리바바 Alibaba,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의 텐센트가 BAT라고 통칭 되고 있다(바이두의 2014년 매출은 80억 달러, 알리바바는 123억 달러였다. 이 두 기업은 텐센트와 마찬가지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500대 기업까진 아니더라도 포춘 미국 500대 기업 수준이 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 3대 기업이 새로운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를 벤처자금과 인수에 투자해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가이자 신생기업 투자자인 리처드 로빈슨 Richard Robinson은 과거 BAT에 대해 “그들 스스로 더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뒤처지겠다는 얘기밖엔 안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토 확장 전쟁에서 지금까지 텐센트보다 더 공격적인 곳은 없었다. 대안 자산 데이터 기업(alternative-assets data company) 프레킨 Preqin에 따르면, 지난해 텐센트는 중국의 최대 벤처 계약 10건 중 4건에 투자했고, 총 63억 달러 규모의 계약 48건에 참여했다. 이 수치로 보면 텐센트는 알리바바와 바이두뿐만 아니라 구글보다도 더 큰 벤처 투자기업이다. 그리고 이런 투자 홍수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4월까지 텐센트는 추가로 총 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에 참여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텐센트가 라인0 같은 소규모 계약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텐센트는 여행사와 청소 서비스 같은 보통 규모의 사업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왔다. 중국이 남중국해 작은 암초 위에 섬을 건설하는 식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얼핏 무모해 보일진 몰라도, 큰 그림과 장기적 가치를 보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언론 회피로 유명한 텐센트는 포춘의 경영진 인터뷰 요청을 계속 거절해왔다. 그러나 텐센트가 지원하는 10여 개 기업 관계자들, 전 임직원들, 자문역들, 그리고 회사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텐센트의 전략은 분명히 드러났다. 텐페이 Tenpay, 더 나아가 텐센트 자체가 온라인 금융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텐센트는 이용자들이 절대 떠날 수 없는 인맥 및 쇼핑 세계 구축을 원하고 있다. 수십 개의 소매업체와 서비스 업체에 투자해 이 회사들을 수억 명의 위챗 이용자들과 연결하는 것이다. 이 목표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통제한다는 데에 있다. 이렇게 되면 텐센트의 매출은 수십억 달러 더 늘어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텐센트는 현재 파트너 기업들을 통제할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기업들이 텐페이를 이용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텐센트가 지원하는 벤처기업들과 텐페이는 나란히 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 텐센트는 현재 1억 개 이상의 위챗 계정이 은행계좌와 연결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를 그 두 배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초 만해도 그 수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전에는 전자결제 시스템과 제휴 시장이 한 몸이었다(이베이와 페이팔 Paypal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7월 페이팔이 이베이에서 분리됐을 때, 투자자들은 페이팔의 가치를 40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했다). 텐센트는 라이벌 기업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 Alipay가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알리바바를 따라잡기 위해 상당히 많은 애를 쓰고있다.
결제 시스템은 분명 놓칠 수 없는 좋은 사업 기회다. 6억 5,000여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온라인 금융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다가, 현재 텐센트의 핵심 사업인 PC게임의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HSBC의 중국 인터넷 애널리스트 치 창 Chi Tsang은 “결제 시스템을 소유하는 건 마치 iOS나 구글 기반의 앱 스토어를 소유한 것과 같다”며 “모든 제품 가격의 1%를 가질 수 있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좀 더 확장해서 비유하자면, 이는 마스터카드 MasterCard나 비자 Visa를 소유하는 것과 같다. 그것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가는 상황에서 말이다.
아마존과 이베이의 중국 버전인 알리바바나 중국의 구글인 바이두와는 달리, 텐센트는 비유할만한 미국 기업이 없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플랫폼 기업이고, 한창 때는 징가 Zynga보다 더 높은 매출을 올리던 온라인 게임 대기업이며, 허핑턴 포스트 Huffington Post와 유사한 비디오 및 뉴스 사이트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앤드리슨 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와 유사한 벤처투자 회사도 인수했다.
텐센트는 수익성 높은 복합 기업체다. 텐센트는 2014년 매출 128억 달러에 39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페이스북보다도 약간 더 높은 성과를 올렸다. 2013년 수치와 비교하면 각각 53%와 30%가 증가했다. 매출이 현재 속도로 증가하면 2018년쯤에는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도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홍콩해역 반대편에 있는 선전 Shenzhen에 본사를 둔 텐센트는 직원 2만 7,000명 이상을 거느리고 있고, 현금 자산만 4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지난 4월 일시적으로 2,000억 달러를 상회하기도 했다)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40대 기업 중 하나다.
2015년 1분기 실적을 보자. 텐센트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 사업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소셜 네트워킹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5%, 광고는 5% 이하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기반은 메신저와 소셜 미디어다.
1999년 텐센트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QQ-이스라엘 서비스 ICQ를 모방해 만들었다-는 8억 명 이상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며 하루 아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2011년 텐센트는 위챗(중국어론 웨이신 Weixin이다)으로 스스로를 넘어섰다. 위챗은 중국 애플리케이션 랭킹에서 QQ를 빠르게 추월했다.
현재 중국의 도시 및 농촌 지역에 있는 5억 명의 위챗 이용자들은 위챗의 모멘츠 Moments 페이지(페이스북의 뉴스 피드 News Feed와 같은 격으로 이해하면 된다)에 사진을 올리고, 소그룹 채팅을 한다. 위챗에선 애니메이션이나 사진도 쉽게 붙여 넣을 수 있어, 위챗의 메시지스트리밍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구식으로 보이게 할 정도다. 그러나 위챗이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 네트워킹과 비교해 분명 차별화되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진짜 돈을 쓰게 하는 방식을 알아냈다는 데에 있다. 즉, 위챗 이용자들이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게 하고, ‘중국의 페이팔’인 텐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흔히 위챗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텐센트가 투자한 디엔핑에서 식당 메뉴와 후기를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그런 다음 텐센트가 지원하는 소매업체이자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알리바바의 최대 라이벌 업체인 제이디닷컴 JD.com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순식간에 사람들은 택시와 만두, 그리고 티셔츠에 50달러를 쓴다. 이 모든 거래가 텐페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텐센트 자체 네트워크에서 자금이 흐르게 하는 것은 독보적인 매출 창출의 기회를 의미한다. 여론조사기관 아이리서치 iResearch에 따르면,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2014년 1조 달러에서 2018년 3조 달러로 세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거래의 3분의 1만이라도 텐센트의 결제 플랫폼에서 이뤄진다면, 결제 수수료가 높지 않아도 연 전자결제 매출이 50억 달러를 쉽게 넘을 것이다. 이는 현재 텐센트 매출의 3분의 1을 넘는 수치다. 텐센트는 라인0나 디엔핑과 계약을 맺음에 따라 자사 결제 시스템에 새로운 이용자 집단을 추가하게 됐다. 전 텐센트 개발자는 “단지 새로운 제품이나 이용자 기반을 창출하는 것 이상”이라며 “이는 새로운 ‘군단’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왜 텐센트의 벤처 투자가 미국식 모델과 다른지를 잘 설명해준다. 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 샌드 힐 로드 Sand Hill Road의 벤처회사들은 초기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에 (어쩌면 운 좋게) 투자하면서 큰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텐센트는 잘 될 기업을 고르는 대신 소기업에 투자하며, 이들이 핵심 사업의 매출을 올려주길 기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인공위성에 대한 투자 이유가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때 자사의 스페이스X 로켓이 이용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텐센트가 하는 일을 쉽게 헤아릴 수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Jeff Bezos가 자사의 아마존닷컴 Amazon.com에서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기저귀 제조업체나 장난감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이해할 수 있다.
텐센트의 2014년 투자 중 일부는 해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될 정도로 규모가 상당했다. 텐센트는 2억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제이디닷컴 지분의 15%, 약 4억 달러를 투자해 디엔핑 지분의 20%, 그리고 1억 4,500만 달러를 투자해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코다이 Koudai지분의 10%를 획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래는 소규모로 이뤄졌고, 공통점도 단골 고객이 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이반 황 Ivan Huang은 미국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여행 사이트 워취 Woqu(‘나는 떠난다’는 뜻)의 창업자이자 CEO이다. 황은 “미국은 매우 거대해서 항공, 자동차 렌트, 캠핑 카 등 방대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두 개의 사옥에 2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사무실에는 회사 마스코트인 하마가 활짝 웃고 있는 그림이 여기 저기에 붙어있다. 베이징 사무실에는 5~6마리의 하마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워취가 예약한 리무진을 타고, 워취가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하고, 워취의 단체 여행단과 함께하는 모습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워취의 이용자 수는 매달 약 2만여명이고, 월 매출은 약 3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텐센트 등의 기업으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내몽고 출신으로 동그란 얼굴을 가진 윤 타오 Yun Tao(29)-영화 ‘ 나 홀로 집에’ 에 나오는 케빈의 형 버즈 Buzz를 닮았다-는 2013년 청소 서비스 업체 이자제 EJia Jie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청소부들은 직접 세제를 들고 베이징을 누비며 일하고 있다. 요금은 시간당 4달러부터다. 지난해 이자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로부터 동시에 투자 제안을 받았다. 윤은 “알리바바는 2시에 와서 계약에 서명하길 원했다. 텐센트가 4시에 올 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텐센트의 500만 달러 투자 제안을 받아들였다.
2014년 과하오 Guahao는 텐센트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온라인 예약 서비스 업체는 1억명의 이용자에게 복잡한 중국 병원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 장 샤오춘 Zhang Xiaochun은 칭찬의 의미로 “텐센트는 우리를 그냥 놓아 둔다”고 말했다. 이는 텐센트가 투자하는 기업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이다. 워취의 CEO 황 역시 텐센트가 그의 사업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투자를 받았다. 윤이 텐센트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알리바바는 투자한 기업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친구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텐센트가 작은 경쟁업체를 못살게 구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의 한 기술잡지는 텐센트의 마스코트인 웃는 펭귄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표지에 실은 적이 있다. 그리고 관련 기사로 ‘텐센트는 창조하지 않는다. 다만 따라 할 뿐이다’는 결론의 글을 실었다. 중국의 엔절 투자자인 루이 마 Rui Ma는 “2년 전까지만해도 그들은 악덕 기업으로 유명했다. 타사 제품을 모방하고 산채로 잡아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그들은 협업을 추구하는 기업이 됐다.”
신생기업의 불신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두 명의 골드만삭스 출신 임원들이 불신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텐센트의 최고전략책임자 제임스 미첼 James Mitchell은 2011년 텐센트에 입사하기 전, 맨해튼에서 골드만 연구팀을 이끌며 인터넷과 미디어 기업을 분석했던 인물이다.
중국에 처음 왔을 당시 그는 언어도 모르고 중국통도 아니었지만, 기업 관계와 정치 면에서 은행가 특유의 섬세함을 더해주었다( 그는 습득도 빨랐다. 영국 토박이인 미첼은 최근 네 번째로 회사의 월 전략 회의를 중국어로 열었다). 부드러운 음성의 마틴 류 Martin Lau 텐센트 사장은 홍콩 출신으로 또 다른 골드만 출신 임원이다. 그는 2005년 회사에 합류했다. 전 텐센트 직원들에 따르면, 미첼과 류는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마 화텅 Ma Huateng(포니 마 Pony Ma로 불린다)에게 자본 집약적인 검색과 전자상거래 사업을 포기하고 파트너십에 집중하자고 설득했다.
텐센트의 입장에서 보면 파트너 기업들은 굳이 수익성을 추구할 필요도 없다. 우버 Uber와 비슷한 중국의 택시앱 디디다처 Didi Dache-승객 위치를 가까이에 있는 노란 택시에 전송해준다-가 좋은 예이다. 1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디디다처의 인기 앱은 지난해 텐센트가 참여한 투자 유치회에서 무려 7억 달러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4년 1,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알리바바의 택시앱 콰이디다처 Kuaidi Dache와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하느라 과도한 할인을 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월 이 두 서비스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공동 투자한 신생기업에 결국 통합됐다. 하지만 텐센트는 가장 관심 있는 것을 얻었다. 수백만 명의 승객들이 운전자들에게 돈을 이체할 때 텐페이의 신규 계좌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다. 홍콩에 있는 금융회사 제스프리스 Jefferies의 애널리스트 신시아 멩 Cynthia Meng은 디디다처 계약이 텐센트의 운영방식과 딱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 거래에 대해 “잠재적으로 디디다처 이용자들을 텐센트의 결제 서비스 이용자로 전환, 전자상거래 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쇼핑객을 전자상거래 이용자로 전환하는 방식은 텐센트의 최대 라이벌 기업 알리바바가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하게 된 비결이기도 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80%에 달하고, 등록된 이용자 수도 무려 3억 5,000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중국 도심지를 걷다 보면 어딜 가나 알리페이 로고를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미국의 월마트와 KFC를 포함한 오프라인 소매업체들과 결제 파트너십을 맺고, 직접거래인 P2P 이체-사람들은 이 방식을 통해 서로에게 돈을 송금할 수 있다-시장을 장악했다. 지난 6월 알리바바의 결제 파트너사의 한 임원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알리페이 덕분에 현금이나 카드 없이 휴대폰만 가지고 집을 나가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리페이 역시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알리페이 서비스가 우세한 건자사 쇼핑 사이트인 타오바오 Taobao와 티몰 Tmall의 매출이 높은 덕분이다. 하지만 쇼핑광들조차 이 사이트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용하진 않을 것이다. 반면 텐센트는 소비자들이 하루에 한번 이상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위챗은 이 네트워크 덕분에 O2O 서비스의 중추가 될 수 있었다. 아이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윌 타오 Will Tao는 “O2O 서비스는 심지어 온라인 쇼핑보다도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홍콩에 있는 주식중개 회사 CLSA의 애널리스트 엘리너 룽 Elinor Leung은 “텐센트는 사람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서비스를 플랫폼에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룽의 추산에 따르면, 텐센트의 결제 네트워크의 가치는 이미 이 회사 시가총액의 10%인 200억 달러에 도달했고, 앞으로도 훨씬 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텐센트의 류 사장도 지난 5월 어닝 콜에서 결제 시스템이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많은 제품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면 실제로 더 많은 이용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제품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공산당 서열 2위 리커창 Li Keqiang 총리는 텐센트의 새로운 사업 탄생을 축복하기 위해 선전을 방문했다. 위뱅크 WeBank라는 이름의 이 사업은 중국의 첫 온라인 은행이다. 리는 중국이 마치 달착륙에 성공한 것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위뱅크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는 직원들에 둘러싸여 “이첫걸음은 위 뱅크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금융 개혁에 있어선 커다란 첫 도약”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중국의 시장 개방 이후에도, 중국의 금융은 고루한 국영 은행들에 의해 통제되어 왔다. 그러나 규제는 빠르게 변했고, 이러한 변화 뒤에는 기술 대기업들이 있었다. 현재 위뱅크는 예금액 측면에선 아주 작은 은행에 불과하다(이 은행에는 30% 지분을 소유한 텐센트 외에도 다른 투자 회사들이 있다). 그러나위챗과 비교해 이 은행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애플이애플페이 Apple Pay와 애플은행을 연동시킨 것을 생각하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위뱅크는 더 많은 예금을 끌어와 위챗 사용자들이 몰리는 인기 있는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대출을 해줄 수 있다. 텐센트는 다른 금융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있는 중국의 인터넷 자동차 거래사이트 비트오토 Bitauto는 지난 1월 제이디닷컴과 텐센트로부터 약 15억 달러의 합자 투자를 받았다. 비트오토는 공식 신용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 없이, 소비자들의 위챗 활동을 통해 신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트오토의CEO 윌리엄 리 William Li는 여타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텐센트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값비싼 검색 엔진은 바이두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파트너십 같은 것이 필요 없다. 또 알리바바는 단지 시장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텐센트의 경우는 다르다. 텐센트는 서비스들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신용 평가와 자동차 구매 대출까지 하는 건 소셜 네트워킹 · 온라인 게임회사가 하는 일치곤 너무 많이 확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텐센트는 이미 벤처 자본우산 안에 스쿠터를 탄 가정부와 병원 환자들, 그리고 세계여행을 하는 하마들까지 포함시켰다. 서비스 네트워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제 텐센트가 해야 할일은 텐페이를 이용해 서비스 네트워크의 수익성을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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