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3%대로 유지했다. 내년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지겠지만 소비와 건설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은에 추가 금리인하를 요구하던 목소리는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내놓은 2%대 중후반 성장률과 비교해 한은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은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1%포인트씩 내린 2.7%, 3.2%로 수정했다"며 "내년은 중국 등 신흥국 경기둔화, 미 금리인상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가능성, 원유 등 원자재 가격 변동 등 대외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4개월째 만장일치 결정이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 결정보다 한은이 발표하는 수정전망에 일찌감치 관심이 쏠렸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모호해진데다 최근 내수회복세가 한결 뚜렷해지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려면 경제전망이 나빠진 데서 근거를 찾아야 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완만하게나마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장민 조사국장은 "내년 3.2%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수정전망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민간소비는 2.2%(7월 2.8%), 설비투자는 4.8%(5.6%)로 지난번 전망보다 낮아졌고 대신 건설투자 3.3%(2.5%)가 그 자리를 메웠다. 민간소비의 경우 올해 3·4분기 실적과 4·4분기 전망이 예상보다 높아 내년의 내수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라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1,100억달러(GDP 대비 8% 내외)로 상승한 후 내년에는 930억달러(6%대 후반)로 하락하지만 높은 수준은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전망했던 1.8%에서 1.7%로 조정됐다.
경기 흐름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 따라 이 총재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추가인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더 뚜렷하게 표명할 수 있는 논거가 생겼다. 이 총재는 최근까지도 미국 금리인상에 앞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1~2회 인하할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대답을 일관되게 지켜왔다.
하지만 이 같은 한은의 전망을 놓고 민간 측에서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민간연구소 가운데서는 현대경제연구원이 2.8%, LG경제연구원이 2.7%로 내년 성장률을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무디스(2.5%), 노무라(2.5%), 모건스탠리(2.2%) 등이 2%대 초중반으로 보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고는 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는 논리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5%다.
한편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시점을 딱 예단하기 어렵다"며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하던 과거보다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이어 "(국내)통화정책은 미 연준 금리뿐 아니라 국내외 여건변화를 종합적으로 보고 거시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