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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의 진실과 거짓

공상과학(SF)을 넘어 현실에서도 화성을 반드시 탐사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화성에 낙오된 우주비행사의 사투를 다룬 영화 '마션'의 리들리 스콧 감독과 스탭들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 맷 데이먼은 화성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다. 촬영을 위해 리들리 스콧 감독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화성을 모사한 세트장을 설치했다.





할리우드는 ‘마션’ 같은 영화를 거의 제작하지 않는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지만 극강의 악당이나 외계인, 로봇, 워프 드라이브 같은 흥미로운 요소들이 등장하지 않는 SF 영화 말이다. 실제로 마션에 등장하는 악당은 화성 그 자체가 유일하다. 여기에다 화성에 낙오된 식물학자가 한명 더 나올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내세운 무기는 바로 사실성이다. 영화의 현실감을 더하고자 과학적 정확성 확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리들리 스콧 감독과 자문을 맡아준 미 항공우주국(NASA) 데이브 래버리 박사, 그리고 원작 소설가 앤디 위어를 만나 그 과정을 샅샅이 파헤쳐봤다.

━━━━━━━━━━━━━━━━━━━━━━━━━━━━━━━━━━━━━━━━━━━━━━━어떤 매력 때문에 영화 ‘마션’에 참여하게 됐나?
스콧 감독:
오래전 내 자신이 SF의 광팬임을 깨달았다. 1993년작 ‘블레이드 러너’를 감독한 이래 오랫동안 SF를 잊지 못했고, 결국‘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SF에 복귀했다. ‘프로메테우스2’의 대본을 보고 있던 중 마션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화성 유인탐사를 위해 NASA가 해야만 하는 일에 흠뻑 빠져들었다. 화성에 착륙한 뒤 거주지를 건설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자원을 화성에서 조달해야하고, 우주비행사가 인부 역할도 겸해야 한다. 자원은 어떻게 조달할까.

거주지는 어떻게 만들어야할까. 바닥에 집어 던지면 집이 되는 팝업 하우스라도 개발해야할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래버리 박사: 화성 유인탐사를 준비 중인 NASA도 바로 이런 문제들을 풀기 위해 재평가와 재설계를 거듭하고 있다. 우주비행사의 생존을 담보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만 산소 공급시스템부터 끼니까지 하나 둘이 아니다. 이중 하나만 해결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스콧 감독: 배관 몇 개를 화성으로 보내려고 수십억 달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사람이 도착하기 전 식수 공급설비라도 만들어 놓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래버리 박사: NASA도 화성에 미리 주거환경을 건설해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 보고 있다. 위어 역시 이에 동의한다.

━━━━━━━━━━━━━━━━━━━━━━━━━━━━━━━━━━━━━━━━━━━━━━━과학적 정확성 유지가 그토록 어려운가?
위어:
눈길을 끄는 스토리와 과학적 사실에 대한 충실도를 모두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제 우주프로그램을 묘사해야할 때는 더욱 그렇다. 사람들이 흥분하거나 공황에 빠지는 상태를 예방하는 것이 NASA의 본질적 역할이니 말이다.

NASA는 탐사대원들이 ‘이러다가 우리 모두 죽을 거야’가 아니라 ‘이것이 망가졌지만 4단계의 백업시스템이 있으니 괜찮아’라고 말하도록 해야 한다.
스콧 감독: 원작 소설에서 위어는 어떤 장소에서든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 방대한 연구를 했다. 그런 연구야 말로 시나리오와 스토리의 생명과 같다. 영화 속 맷 데이먼과 동일한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어떤 지원도 없이 오직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감정이입을 해보면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런 상황에선 생존 본능이 공포감을 압도한다. 영화 속 맷 데이먼도 그런 과정을 거쳐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나간다.
위어: 각본을 맡은 드류 고다드와 상의하며 무수하게 시나리오를 고쳤다. 사실성 확보를 위한 제작진의 엄청난 열의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정말 놀랐다.
스콧 감독: 그와는 별도로 NASA와도 빈번히 접촉해 자문을 구했다. 한번은 우리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NASA를 직접 찾아가 새로운 우주복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NASA의 우주복은 별로 맘에 들지 않네요. 입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저희 우주복처럼 만 들어보시는 건 어때요?”
래버리 박사: 아폴로 프로그램 시대의 우주복이 화성 환경에 적합지 않음을 NASA도 알고 있다. 분명 대단한 물건이지만 수개월 이상 걸리는 장기 탐사에는 적합지 않다. 때문에 이미 화성 우주복이 갖춰야할 형상을 파악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수행 중이다. 화성 우주복은 더 작고, 더 가볍고, 더 유연하고, 더 편안해야 한다. 그런 우주복의 개발에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콧 감독: 개인적으로 크고 흰 우주복이 좋다. 그래서 영화 말미에 등장시켰다. 멋있지 않나?

━━━━━━━━━━━━━━━━━━━━━━━━━━━━━━━━━━━━━━━━━━━━━━━마션의 사실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래버리 박사:
원작을 읽고 화성의 어떤 자원이 유용한지,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정확히 묘사하려는 저자의 노력에 감명 받았다. 예컨대 우주선에서 유용한 부품을 찾아내 가치 있게 재활용한 부분은 상당한 연구 없이 불가능한 내용이다. 이런 원작자의 노력이 영화 대본에도 녹아들어 있음을 알고 너무 기뻤다. 자문위원으로서 그동안 제작진과 수차례 만나 1997년 착륙한 화성 탐사 로버 ‘소저너(Sojourner)’의 모습이나 장비의 배치 같은 것들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스콧 감독: 덕분에 소저너와 그 모선 격인 화성착륙선 ‘패스파인더(Pathfinder)’를 거의 완벽히 재현했다. 아주 멋진 결과 물이 나왔다.
래버리: 참고로 내가 참여한 최초의 화성 임무가 소저너 로버였다. 그래서 내게는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스토리를 위해 희생된 사실성은 없나?
위어:
부끄럽지만 원작에 큰 두 가지 오류가 있다. 화성 모래폭풍이 모든 것을 손상시킬 만큼 강하지 않다는 점과 우주 방사능의 방호에 관해 설명이 부족하다는 부분이다. 후자의 경우 ‘그래요. 이 모든 것들이 방사능으로부터 방호돼 있어요’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하지만 방사능 방호는 결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스콧 감독: 영화 속 맷 데이먼은 거대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듯 방사능 발전기를 금박 포일로 감싸서 문제를 해결한다.
위어: 설사 스콧 감독이나 다른 사람들이 “화성의 먼지 폭풍은 이렇게 강하지 않아”와 같은 말을 했더라도 개의치 않으려 애쓰고 있다. 사실 원작소설도 모래폭풍이 아닌 엔진시험 실패로 우주비행사가 낙오되는 것으로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흥미롭지 않아서 포기했다. 혹시나 해서 각본을 맡은 드류에게 엔진시험 실패에 관한 모든 기술적 세부사항을 묘사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아니에요. 모래폭풍이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요. 정말 멋지잖아요.”



━━━━━━━━━━━━━━━━━━━━━━━━━━━━━━━━━━━━━━━━━━━━━━━영화 관람 후 우주탐사에 대한 관객들의 시각이 바뀔까?
래버리 박사:
나름 그 부분을 생각해 봤다. 마션이 ‘아폴로 13’처럼 대중에게 우주 탐사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화로 남는다면 바랄 나위가 없다.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 휴먼 스토리를 다루며, 그것이 중요하다. 영화에는 각 인물들이 감당키 힘든 기술적 문제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식이 아주 정확히 묘사돼 있다. 이와 관련 위어에게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구사하는 기술이 식물학자라는 직업에 기인한다는 발상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들었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식물학자가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지, 향후 직면하게 될 무수한 문제를 해결할 가장 완벽한 사람이 식물학자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위어: 두 번째 의문에 답 하자면 직접 식물을 키우지 않고 화성에서의 장기간 생존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적대적 환경에서 작물을 키워내야 하는 캐릭터라면 조종사보다는 식물학자가 설득력 있다고 봤다. 식물학자에게 식물에 대한 일을 딴지 걸 사 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스콧 감독: 화성에서 실제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실험을 통해 검증까지 했다. 마리화나를 재배할 때처럼 창고에 조명을 켜놓고 감자를 재배하는 실험이었다.
래버리 박사: 영화 마션으로 인해 대중이 느끼는 화성 유인 탐사의 실현 가능성이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본다. 사람들은 미래의 화성 탐사대가 겪게 될 상황을 직시하고 감사해 할 것이다. 특히 식물학자들의 진가에 새삼 경의를 표하게 될 것이다.

━━━━━━━━━━━━━━━━━━━━━━━━━━━━━━━━━━━━━━━━━━━━━━━화성에 직접 가보고 싶나?
스콧 감독:
나는 지구가 좋다. 또 끝없는 여행은 못 견딜 것 같다. 우주비행사는 정신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존경스럽다.
위어: SF와 대중문화는 화성 유인 탐사에 수반되는 복잡성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중들은 막연히 ‘달 탐사보다는 힘들겠지만 결국엔 해낼 거야. 어려워봐야 얼마나 어렵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실은 다르다. 매 단계에서 극도의 난제들을 풀어내야 하는 험난한 작업이다. 또 그 어떤 것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래버리 박사: 진짜로 가고 싶다. 단 한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반드시 지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편도 여행은 사양한다. 하지만 왕복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다.

━━━━━━━━━━━━━━━━━━━━━━━━━━━━━━━━━━━━━━━━━━━━━━━BY Eric Sof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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