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매입해 주주 지위를 획득한 뒤 경영진에게 다양한 압력을 행사해 주가가 오르도록 유도하는 투자기법을 주주 행동주의라고 부른다.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공격이 화제가 되었다. 소액주주들의 지지 등을 통해 일단락 되기는 했지만, 이번 사태는 주주 행동주의의 본질과 문제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한때 월가를 중심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이 유행한 적이있었다. 적대적 인수합병에선 일시적으로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거나, 혹은 자산이 매우 많아 팔면 상당한 가치가 있는데도 주가가 이를 덜 반영하고 있는 자산주 등이 대상이 된다. 공격 세력은 대개 과반수 이상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공개매수 제안에 대해 기존 주주들이 동의하고 공격세력에게 주식을 넘기면 적대적 인수합병은 성공한다. 일단 이들이 회사 대주주가 되면 경영진을 교체한 후 다양한 전략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게 된다. 회사가 가진 자산을 매각 처분해 고배당을 실시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기도 하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주가 상승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칼 아이칸이나 엘리엇 같은 펀드들의 행태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주요 지분을 취득하기는 하나 적대적 인수합병처럼 과반수 수준의 지분을 취득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회사 지분 취득 후 경영진을 당장 교체하려 들기보단 현 경영진에 대해 다양한 압력을 행사한다. 압력 행사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주총 소집을 시도하고 위임장 대결을 예고한다. 자신의 지분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다른 주주들에게 자신의 제안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식이다. 만일 행동주의 투자자의 주장에 동조하는 주주들이 많다면 이들은 주총 소집을 하고 자신의 제안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지분이 작더라도 다른 주주의 지지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다. 지지가 확실하다면 때에 따라선 경영진을 교체할 수도 있다. 과거 SK를 공격한 소버린의 경우,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진을 임명하는 것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을 바꿔버리겠다는 제안을 주총에 회부한 적이 있다. 경영진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현경영진이 이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단기간에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재료이다. 주로 자사주매입, 고액배당실시, 자산매각 등의 방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은 이러한 회사의 정책변화를 유도하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고 떠난다.
이처럼 주식을 매입해 주주 지위를 획득한 후 경영진에게 다양한 압력을 행사해 주가가 오르도록 유도하는 투자기법을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라 부른다. 이는 기존 뮤추얼 펀드들이 주로 활용한 ’ 월 스트리트 룰‘ 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 월스트리트 룰‘ 은 오를 것 같은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기본이다. 기업 상황이 나빠져 주가가 떨어지면 팔고 떠나면 그만이다. 때문에 적극적 개입을 하지않는다. 그러나 주주 행동주의는 다르다. 주식을 사들인 후 다양한 압력을 행사하고 경영에 적극적 개입을 함으로써 주가를 띄운다.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는 주주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기업에게 이것저것 다양한 요구를 하고 압력을 행사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황제적 주주(imperialshareholder) 혹은 제국주의적 주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추세를 보면 황제적 주주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PEF)가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헤지펀드들도 이러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헤지펀드 중에서도 이러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헤지펀드 행동주의(hedge fund activ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단기투자를 고집하던 헤지펀드들이 이제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기존의 PEF들의 전략을 모방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주주 행동주의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점도 상당하다. 우선 지적 가능한 것은 이들 자본의 행태가 결코 장기적이지 않고, 당장 주가를 띄울 자극적 재료를 찾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칼 아이칸 연합군의 경우 KT&G가 보유한 부동산을 신탁화해 소위 리츠(REITS)를 만들고 이 신탁증서를 주주들에게 지분비율 대로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보유 중인 인삼공사 주식을 상장하되 그 주식을 주주들에게 지분비율 대로 현물 배분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사실 부동산 자산은 기업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차후 사업 기회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보유 부동산을 부동산 신탁까지 만들어서 주주들에게 나누어줘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이들은 이러한 요구가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들 펀드들의 먹잇감은 다양하다. 주로 주식소유가 분산된 기업, 단기적 성과가 기대에 일정 부분 못 미치는 기업, 상당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 보유자산 대비 주가가 낮은 기업, 그리고 인수합병케이스가 많은 산업에 속한 기업 등이 대표적인 먹잇감에 해당한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우리 기업들은 현금이 상당 부분 축적된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현금은 좋은 투자처만 발견되면 즉시 집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비상금으로 봐야 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투자되어야 할 재원이 경제 외적인 이유로 제대로 투자자금화 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들 펀드의 경영권위협이 증대되면, 선제적으로 고배당을 하거나 혹은 자사주 매입을 늘이는 등 경영권방어에 상당 부분 자원이 투입돼 저투자 현상이 심화 될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해 경영자원이 이러한 방어책에만 쓰인다면 기업의 성과가 좋아지기가 힘들어진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경영권 방어장치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차등의결권(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다르게 부여하는 제도)이나 황금주(일종의 ’ 거부권‘ 으로 단 한 주만 가지고 있더라도 주주총회에서 결정 난 사항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포이즌 필(기존 주주에게 회사의 신주를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해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투기자본 등에 맞설 수 있게 한 제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도입을 통해 이러한 부분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윤창현 교수는 …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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