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렵다. 난해한 기호와 수많은 숫자는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오죽하면 수학을 포기한 학생, ‘수포자’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그럼에도 수학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혹자는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학을 정복한 학생은 좀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다. 이는 엄연한 현실이다. 불현듯 수학점수로 골머리를 앓았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수학을 잘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그러나 오태형 비트루브 대표는 이 같은 질문에 다소 당황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수학을 잘하려면 암기를 잘해야 합니다. 외우지 못한 학생은 결코 만족스러운 수학점수를 얻을 수 없어요.”
지금까지 생각했던 ‘수학의 비기(秘技)’와는 너무나 상반된 답변이었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수학 선생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학은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이해를 해야지. 왜 이렇게 풀어야 하고, 왜 이런 공식이 성립되는 지를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어.”
풀이과정을 이해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다던 은사(恩師)님들의 말씀과 다른 오 대표에 말에 조금 당황했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기자를 바라보던 오 대표가 미소를 머금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암기해야 하는 건 단순한 공식이 아닙니다. 공식이 성립되는 논리적 과정 자체를 외워야 한다는 거죠. 하나의 공식이 성립되는 과정을 배우지만 이걸 통째로 외우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풀이과정 자체를 외운 학생은 다양한 응용문제에 이를 접목할 수 있는 수학적 사고력이 강해집니다. 암기는 곧 응용 사고를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죠.”
오 대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쉽게 수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바로 이러한 방식의 수학공부를 통해 수학영재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오태형 대표는 한성과학고 1기 졸업생이다. 서울대학교 수학과에서 공부한 오 대표는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금융수학 분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수학자의 길을 걷는 동기들과 달리 수리논술을 가르치는 수학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다소 소박한(?) 이유에서 시작한 수학강사라는 직업이 이후 오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오 대표는 말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학생들의 답을 고르는 패턴에서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예를 들어 특정 문제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오답이 대부분 1이라면, 중위권 학생들의 오답은 -1, 하위권 학생들은 0이라는 오답을 냈습니다. 오답이 나오는 풀이과정에서도 똑같은 부분에서 오류가 발생했고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오 대표는 이후 이 같은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수준별로 도출되는 오답의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교습을 진행했다. 그가 창업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미분, 적분, 함수 등에서 틀리기 쉬운 부분을 모아 솔루션을 제시하는 맞춤형 수학 교육 서비스를 기획했다. 특히 그는 사교육을 받기 힘든 학생들에게도 공부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말한다.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지역은 물론, 어디를 가도 소위 잘나가는 강사의 수업을 들으려면 너무 많은 돈을 내야 합니다. 솔직히 자본이 투입되면 투입되는 만큼 학생들 성적도 오르는 게 사실이거든요. 정말 좋은 교육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교육의 기회를 더 널리 확산시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오 대표는 자신의 뜻을 과학고 동기 3명에게 알렸다. 다행히 그들 역시 오 대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2012년 초부터 학교 내 작은 동아리 방에 모여 맞춤형 수학 교육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 9월, 오태형 대표와 한성과학고 1기 졸업생 동기 3명은 ‘ 비트루브’ 를 창업하고 온라인 수학 교육 플랫폼 ‘ 마타수학’을 선보였다. 마타수학은 ‘마이크로 타기팅(MicroTargeting)’ 수학의 약자다. 학생 개개인의 실력을 정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마타수학과 기존 수학교육 플랫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오 대표는 글로벌 온라인 유통 플랫폼 ‘아마존’과 검색서비스 구글의 ‘구글애드’를 예로 들었다. “아마존에서는 여러 차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구매 히스토리를 자동으로 파악해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구글에서도 사용자가 접속한 사이트의 패턴을 분석해 이와 유사한 광고를 노출하죠. 이와 마찬가지로 마타수학에선 학생들의문제 풀이 히스토리를 파악해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합니다.”
좀 더 쉽게 알아보자. 처음 마타수학 서비스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우선 일종의 테스트를 거친다. 그리고 마타수학 알고리즘은 학생이 문제를 풀었던 히스토리를 파악한다.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어떤 보기를 선택해서 틀렸는지, 어떤 특정 개념들이 모자라서 틀렸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후 이 학생에게 부족한 개념을 정립할 수 있는 적절한 문제를 자체 알고리즘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통해 발송한다. 학생들이 개념을 배워나가고 스스로 체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모른다고 판단한 부분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 바로 ‘ 마타수학’ 이란 얘기다.
마타수학을 평가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바로 이를 체험하는 학생들의 의견일 것이다. 과연 마타수학을 체험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오 대표는 학생들의 반응과 이를 통해 거둬들인 성과를 나눠 설명했다.
“우선 마타수학을 접한 학생들의 후기는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대다수 학생은 자신이 모르는 부분부터 아는 부분까지 적절한 난이도로 구성된 문제가 제시되는 것에 만족감을 나타냈죠. 어떤 학생들은 ‘귀신같이 내가모르는 부분의 문제를 계속 던져준다’며 혀를 내두르더군요(웃음). 또 스스로 어떤 부분을 모르는지조차 몰랐던 것을 마타수학을 통해 깨닫게 됐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성적 향상도 눈에 띄었죠. 가장 효과를 봤다고 말한 학생들은 대부분 고3과 재수생들이었습니다. 당장 시험점수 향상에 집중하는 학생들이다 보니 틀리는 부분을 빨리 잡아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마타수학은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수학교육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재 마타수학은 온라인 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 에서 체험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조만간 정식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교육 서비스인 마타수학이 공교육 시장에도 조금씩 발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오 대표는 말한다. “현재 고등학교 한 곳의 방과 후 수업에 마타수학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직접 저희 스태프가 현장을 찾아 학생들의 피드백을 바로 바로 처리하는 강의도 진행 중이죠. 비록 마타수학은 사교육 플랫폼이지만 공교육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해외에서도 마타수학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교육시스템과 유사한 방식의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중화권과 일본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 대표는 “현재 대만의 온라인 교육 강좌 서비스 ‘ 스터디뱅크’ 와 마타수학 플랫폼 수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언어장벽이 크게 높지 않은 만큼 향후 해외진출도 꾸준히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 대표는 더욱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벗어나 마타수학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마타 영어’, ‘마타 공무원’ 등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과목별 교육 과정과 시험 문제의 속성들만 파악하면 수학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오 대표의 생각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오 대표에게 ‘ 수포자’라는 단어를 꺼냈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 이른바 ‘수포자’가 생겨나는 암울한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일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수학을 잘해 수학을 업(業)으로 삼은 오 대표라면 뭔가 현실적인 방안을 말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그는 뜻밖에도 수포자를 해결할 방안으로 ‘부모’의 역할을 강조했다. 적어도 수학에서는 당근보다 채찍이 오히려 긍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편식하는 아이들의 숟가락에 부모들은 김치와 나물을 올려줍니다. 채소를 먹어야 키도 크고 건강해진다는 친절한 설명도 함께 하죠. 하지만 먹기 싫다고 난리 치는 아이들에게 때로는 억지로 채소를 먹이기도 합니다. 저는 수학공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 수학이라면, 부모가 그 필요성을 친절히 설명하면서 강력하게 교육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봐요. 스스로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수포자 양산을 막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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