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 CJE&M이 요즘 ‘1인 동영상 창작자 지원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CJ E&M은 지난 5월 7일 1인 동영상 창작자를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플랫폼 확대, 글로벌 진출 등 3대 지원책을 주요 내용으로 DIA TV(Digital Influence & Artist TV)를 발표했다. DIA TV는 그동안 CJ E&M이 ‘크리에이터 그룹’이란 이름으로 진행해온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의 새로운 명칭이기도 하다. CJ E&M은 이날 “올해를 MCN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2017년까지 CJE&M의 대표 사업으로 육성할 것”이란 원대한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 삼시세끼’ 나 ‘ 미생’ 같은 방송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해 콘텐츠 생태계에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CN 사업은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1인 혹은 중소 창작자들과 제휴해 이들의 콘텐츠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을 지원하고 광고 수익을 나눠 갖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엔 동영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1인 창작자들을 관리 · 육성하는 사업모델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의 매니지먼트 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 MCN 사업자인 셈이다.
기존에는 유튜브, 다음 tv팟, 아프리카tv,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에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이 개별적으로 콘텐츠를 올려 왔다. 이제는 DIA TV나 VEVO, TREASURE HUNTER, MAKER 같은 MCN 기업들이 앞다퉈 이들 1인 동영상 창작자와 파트너 협약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콘텐츠에 자사 노하우를 접목해 노출 빈도를 늘리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컨설팅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최근엔 MCN 사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다음카카오가 ‘카카오TV’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CJ E&M이 MCN 사업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오진세 CJ E&M MCN 사업팀장은 우선 ‘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 오 팀장은 말한다. “무선 인터넷, 동영상 재생 서비스의 발전으로 인해 전파, 케이블로 시청하던 방송 콘텐츠가 이젠 스트리밍 방식으로 소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 확산으로 이에 적합한 짧고 재치 있는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죠. 콘텐츠 유통과 소비 방식이 변했으니 공급 환경도 그에 따라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의말처럼 최근 동영상 콘텐츠 재생 시간은 점점 짧아져 과거엔 창작 동영상이 1분 30초 내외였지만 최근엔 6초짜리 동영상도 늘고 있다. 최근 국내 지상파, 케이블 방송국이 제작하거나 예정인 웹 드라마 역시 전통적인 50분~1시간이 아닌 10~30분 사이로 짧게 편성되고 있다. 오 팀장은 “TV 시청인구가 줄고 PC나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CJ E&M이 MCN 사업에 주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 팀장은 CJ E&M이 MCN 사업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로 ‘ 시청자들의 콘텐츠 기호 변화’를 꼽았다. 오 팀장 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이제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성향과 의견이 적극 반영된 콘텐츠를 보고 싶어 합니다. 제작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길 원하죠. 시청자도 콘텐츠 제작의 구성원이 된 겁니다.” 오 팀장이 예로 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기존의 TV 스타나 유명인들이 자신만의 특기를 살려 직접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고 이를 녹화해 방영하는 MBC 프로그램이다. 이 인터넷 생방송은 MCN 사업자인 다음 tv팟이 진행한다.
MCN 사업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등 미국의 주요 콘텐츠 제작사들이 MCN으로 불리는 기업들을 엄청난 가격에 인수하면서부터였다. 2014년 3월 월트디즈니는 옵션을 포함해 9억 5,000만 달러(약 1조 610억 원)에 메이커 스튜디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셰이 칼버클러가 창업한 MCN 기업이다. 그는 2009년부터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유튜브에 올려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메이커 스튜디오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5만 5,000명의 파트너와 6억 명가량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발표 당시 디즈니는 “TV 채널을 벗어나 온라인상에서 동영상을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드림웍스가 MCN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7월 7만 3,000개의 채널과 2,0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던 어섬니스 TV를 1억 5,000만 달러(약1,670억 원)에 사들였다. 오 팀장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MCN 채널은 관심사가 같은 시청자들이 대거 모여있다는 점에서 팬덤이 강하고 콘텐츠의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점점 치밀해지는 디지털 마케팅 업계에서도 MCN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기업 레드우드의 박준석 대표 역시 “정확한 소비층을 타깃으로 효율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MCN은 광고주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CJ E&M은 지난 2013년 ‘크리에이터 그룹’이란 이름으로 MCN 분야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년 동안 게임, 미용,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동영상 창작자 387팀을 발굴해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 팀의 유튜브 구독자 수를 모두 합치면 약 2,200만 명에 이른다. 월간 총 조회 수도 5억 3,000만 건이 넘는다. 올해 상위 20개 팀의 월 평균 수입은 580만 원 정도이다. 전년 대비 172% 정도 성장한 수치다. 오 팀장은 “최근에는 아동 관련 콘텐츠가 부각하고 있다”며 “집중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고, 화면도 예뻐서 부모 세대가 아닌 젊은 층도 선호하고 있다”고 최근의 콘텐츠 제작 흐름을 설명했다.
이번에 출시된 DIA TV는 유튜브 광고 수익 외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포털사이트 등으로 플랫폼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J E&M은 DIA TV를 통해 2017년까지2,000팀의 창작자를 육성하고, 이 중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팀이 20팀이상 나올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출신의 창작자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 유쿠youku’ 와 프랑스 1위 동영상 공유 사이트 ‘ 데일리모션 dailymotion’ 같은 해외의 대표 플랫폼과 제휴하는 등 창작자들이 유튜브 외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CJ E&M은 파트너들이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파트너 관리 시스템인 ‘ 에코 시스템’ 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을통해 파트너들의 채널 운영 현황을 분석한 컨설팅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전담인력을 배치해 정산 및 세무 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저작권 분쟁 발생 시 지원해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CJ E&M이 보유한 140만 곡의 음원도 파트너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오진세 CJ E&M MCN 사업팀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유튜브의 경우 음원 저작권을 영상 저작권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CJ E&M과 시너지를 창출하거나 저작권 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음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CJ E&M은 400여 명의 자사 광고 영업 전문 인력을 활용해 MCN 파트너를 위한 광고 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파트너 간 콘텐츠 협업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전용 모바일 앱 출시를 통한 모바일 트래픽 증대도 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해외 진출 시 자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을 위한 85평 규모의 전용 스튜디오를 열기도 했다.
현재 CJ E&M의 MCN 브랜드 DIA TV의 대표 파트너로는 ‘대도서관’, ‘박수혜’, ‘영국남자’ 등이 있다. ‘대도서관’을 운영하는 나동현 씨는 인터넷 관련 기업에 다니다가 게임 방송 진행자로 변신해 현재 월 3,000만 원 이상의 유튜브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그가 보유한 구독자 수는 97만 명이다). ‘박수혜’는 운영자 이름이 그대로 사용된 경우. 그는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한 엘사 메이크업등 다양한 메이크업을 소개해 4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 영국남자’ 는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조슈아 캐롯 Joshua Carrot 이 영국에서 한국 요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영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J E&M은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이 자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인 설립까지 도울 예정이다. 가장 먼저 대도서관이 올해 중 DH미디어( 가칭)를 설립한다. 대도서관은 이 법인을 통해 기획과 영상편집 등 전문가를 양성하고, 동영상제작 활동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CJ E&M은 그동안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확대를 위해 선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에 국내 최대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콘텐츠 기업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CJ E&M이 MCN 사업을 주도해 콘텐츠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상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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