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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를 가다

최고급 원료·품질에 대한 끝없는 열정 세계적 모직물 패션의 명가를 만들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본고장이다. 프라다, 구찌, 아르마니, 페라가모,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에르메네질도 제냐 등이 이탈리아를 빛내는 명품 브랜드들이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에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평가받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로로피아나 Loro Piana’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진정한 명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높은 안목의 소비자들이 찬사를 보내는 브랜드가 로로피아나다. 특히 로로피아나는 캐시미어, 비쿠냐 등 동물의 털을 원료로 하는 최고급 모직물 제품 시장에서 높은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포춘코리아는 이탈리아를 찾아 로로피아나 본사와 공장 등을 둘러보는 한편 로로피아나가 후원하는 국제승마대회 ‘피아자 디 시에나’를 참관했다. 아울러 로로피아나 창업자 가문의 계승자이자 로로피아나 부회장을 맡고 있는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씨를 만났다. 이탈리아 콰로나·로마=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의 한적한시골 마을 콰로나. 이곳에는 세계 모직물 시장에서 최고의 품질로 유명한 로로피아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콰로나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보르고세시아, 겜메, 베로네 등지에방적(紡績, Spinning) · 직조(織造, Weaving) 공장 등 로로피아나 사업장이 흩어져 있다.

이 지역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패션 도시인 밀라노에서 차량으로 한두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해 있다. 로로피아나는 밀라노 중심가의 최대 명품 쇼핑 거리인 몬테나폴레오네에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몬테나폴레오네 거리는 이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는 세계 유수의 명품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최신 유행의 발신지다.

지난 5월 22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무렵. 기자가 하룻밤을 묵은 밀라노 시내 호텔을 출발한 차량이 베로네에 위치한 로로피아나 공장에 도착했다. 이 공장은 울( Wool )을깨끗이 씻어내고(Scouring) 빗질하는(Combing) 공정을담당하고 있다. 울은 양모뿐 아니라 캐시미어, 앙고라 등산양류나 비쿠냐, 알파카 등 낙타류의 털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다.

로로피아나는 특히 ‘파이니스트 울(Finest Wool: 아주가는 최상품의 울)’을 생산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있다. 전 세계 파이니스트 울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로로피아나 관계자의 설명이다.

베로네 공장에서 처음 가공· 처리된 울은 마치 솜사탕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이 솜사탕 같은 울 뭉치는 한 방향으로 길고 가늘게 뽑아내는 공정을 거쳐 아주 가는 섬유가 된다. 그런 다음 방적 공장으로 옮겨져 실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베로네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겜메 지역에 방적 공장이 위치해 있다. 겜메 공장에서는 베로네 공장에서 이송된 울 섬유를 좀 더 길고 가늘게 하는 가공 작업부터 시작한다. 그런 후에는 섬유 가닥을 꼬는 공정( Twist)을 통해 강도를 높인다. 이런 공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실이 생산된다.

겜메 공장에서 생산된 실은 콰로나에 위치한 로로피아나 본사로 옮겨진다. 로로피아나 본사에는 직조 · 염색 · 가공 시설 등을 갖춘 공장도 함께 있다. 특히 콰로나는 순수한 물이 풍부한 지역이어서 염색 품질 제고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는 게 로로피아나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 세계 최상급 울 생산량의 절반 담당
로로피아나의 역사는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로로피아나 가문은 피에몬테주 트리베로에서 모직물 장사를 시작했다. 트리베로는 이탈리아 모직물 산업의 중심지중 하나다. 그 후 이탈리아는 본격적인 산업화가 전개됐고, 로로피아나 가문은 20세기 초에 모직물 공장을 설립하면서 직물 제조 분야로 진출했다. 현재의 로로피아나는 1924년 피에트로 로로피아나가 설립한 회사다.

로로피아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직물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캐시미어 같은 고급 모직물 제품을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면서 명성을쌓아나갔다. 세계 고급 모직물 시장에서 최고 기업으로 성장한 로로피아나는 1980년대 후반 명품 사업부를 발족시키면서 완제품 시장에 진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로로피아나라는 새로운 명품 브랜드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피에르 루이지 로로피아나Pier Luigi Loro Piana 로로피아나 부회장은 말한다. “로로피아나는 과거에 모직물을 생산하는 회사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에 처음 시작했으니까 이제 100년 가까이 됐습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2차 대전 이후 특별한 직물 생산에 나섰습니다. 알파카, 캐시미어, 앙고라 등 동물에서 얻은 천연섬유로 만든 직물이었죠. 저와 제 형은 1975년 경영권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후 우리는 천연섬유에 대한 연구를 확대했어요. 그러면서 비쿠냐, 베이비 캐시미어 등 훨씬 더 수준높은 원료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아가 직물뿐 아니라 완제품까지 생산하기로 결정했죠.”

로로피아나는 6대에 걸친 가족기업의 전통을 갖고 있다. 로로피아나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어떤 경영철학으로사업을 성장시켜 왔을까. 단 한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 최상의 품질 지향’ 이라고 할 수 있다. 로로피아나 부회장은 “우리는 언제나 지속적으로 ‘퀄리티(Quality)’를 추구해왔다”며 “높은 퀄리티에 대한 열정은 우리 가문이 6대에 걸쳐 비즈니스를 해올 수 있었던 이유이자 경영철학의 핵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상의 품질을 달성하기 위한 로로피아나의 여정은 전세계에 걸쳐 최고급 원료(Raw Materials)를 엄선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로로피아나가 주로 취급하는 원료는 비쿠냐, 캐시미어, 베이비 캐시미어, 초극세(超極細) 메리노 울, 로터스 플라워 등을 꼽을 수 있다. 비쿠냐( Vicuna)는 남아메리카의 해발 5,000m 이상 고지대에 서식하는 야생 라마의 일종이다. 비쿠냐의 털은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섬유 중 하나다. 로로피아나는 페루와 아르헨티나에서 비쿠냐 털을 직접 조달하고 있다. 또 페루정부와 협약을 맺고 멸종 위기의 비쿠냐 종을 보호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캐시미어(Cashmere)는 티베트가 원산지인 염소의 한품종이다. 로로피아나는 중국과 몽골에서 캐시미어 털을 공급받고 있다. 특히 염소 새끼가 태어난 후 12개월 동안 섬세한 빗질을 통해 채취하는 베이비 캐시미어는 염소 한마리당 평생 약 30g만 산출될 정도로 희소하고 귀중한 섬유다.



비쿠냐 · 베이비 캐시미어 등 희소 원료 사용
메리노(Merino)는 스페인이 원산지인 양의 일종인데, 가장 우수한 양모를 생산하는 품종으로 꼽힌다. 로로피아나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메리노 털을 조달하고 있다. 특히 각 계절에 생산된 양모 중에서 가장 가는 최상품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터스 플라워(Lotus Flower)는 세계 최고급 원료를 확보하려는 로로피아나의 끊임없는 노력이 낳은 결과물이다. 로터스 플라워는 말 그대로 연꽃을 의미한다. 로로피아나는 미얀마 동부의 한 호수에 서식하는 연꽃에서 식물섬유를 채취해 직물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로로피아나는 원료 생산에서 직물 및 완제품 제조, 나아가 직영 매장을 통한 소매유통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세계 섬유· 패션 시장에서 극히 보기 드문사업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는 평가다.

로로피아나 부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세계에서 아주 독특하고 드문 회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원료 조달부터 완제품 생산, 게다가 리테일(소매유통)까지 직접 수행하고 있죠. 이 사실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제품 생산의 처음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그뿐 아니라 매장에서의 판매나 서비스까지도 품질관리의 영역입니다. 그게 바로 로로피아나가 제품의 가치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로로피아나 역시 마찬가지다. 일례로 겨울 코트 한 벌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 니트나 카디건, 재킷 등의 가격도수백만 원에 달한다. 사실 명품 브랜드 중에는 의도적으로 고가(高價) 전략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의 허영심과 사치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로로피아나는 어떤 가격 정책을 쓰는 것일까.

로로피아나 부회장은 솔직하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제품의 가치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가격보다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로로피아나는 의도적인 고가 전략을 쓰지 않습니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제품의 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죠. 만약 로로피아나 제품이 (가격은 비싼데) 가치가 높지 않았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현재 로로피아나는 전 세계에 걸쳐 150여 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는 2개의 단독 매장과 11개의 숍인숍 매장을 두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차별화된 가치와 우아한 멋을 추구하는 상류층 소비자들이 주된 고객이다. 특히 로로피아나는 한국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한 성장’을 추구
로로피아나 부회장은 말한다. “한국은 로로피아나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 품질에 대한 의식이 매우 높은 데다,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탈리아와 매우 유사합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 같은 동북아 지역에 있지만, 문화나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는 오히려 이탈리아와 비슷합니다. 로로피아나 제품을 한번 경험해본 고객은 대부분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시 로로피아나를 찾게 되죠.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로로피아나는 한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저는 앞으로 더욱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로로피아나는 짧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아닙니다. 로로피아나는 고객들에게 ‘ 롱텀 익스피리언스Long-term Experience: 장기간에 걸친 경험)’를 제공합니다. 고객들은 10~20년 동안 로로피아나 제품의 가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이죠. 우리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고객들과 조금씩 관계를 확대하면서 그들이 로로피아나의 가치를 알 때까지 기다립니다. 세계 시장에서 로로피아나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입니다.”



로로피아나의 특별한 '승마 사랑'
지난 5월 21~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국제승마대회중 하나인 ‘피아자 디 시에나Piazza di Siena ’가 개최됐다. 올해로 83회째를 맞은 이대회는 로마 시내 보르게세 공원 특설 경기장에서 나흘간 성황리에 열렸다. 로로피아나는 ‘피아자 디 시에나’ 행사를 22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는 ‘로로피아나 식스 바스’와 ‘그랑 프레미오 로로피아나-치타 디 로마’ 경기가 로로피아나의 직접적인 후원을 받았다.

로로피아나는 지난 1985년부터 이탈리아 및 세계 각국의 기수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이탈리아 승마 국가대표팀의 공식 유니폼을 제공한바 있다. 이 일을 계기로 로로피아나는 각종 세계 승마 대회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제작을 전담해오고 있다. 아울러 로로피아나는 직접 승마 장애물 뛰어넘기 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나아가 로로피아나는 ‘호시Horsey’라는 승마용 의류제품 라인도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승마 대표선수들이 착용했던 유니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호시 제품은 일반 승마애호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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