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아이컨 엔터프라이즈Icahn Enterprises 의 설립자인 아이컨은 12일 전에 패밀리 달러의 주식 9.4%를 매수했다고 공표했다. 그는 같은 날, 샬럿Charlotte 외곽의 현대식 패밀리 달러 본사에 있던 러바인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를 타고 건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러바인 이전에 아이컨을 만났던 다른 CEO들—애플의 팀 쿡Tim Cook에서부터 체서피크 에너지 Chesapeake Energy 의 전 CEO 오브리 매클렌던 Aubrey McClendon,모토로라 솔루션 Motorola Solutions 의 그레그 브라운 Greg Brown 에이르기까지—처럼, 러바인도 행동주의 투자자가 주도하는 ‘궁극의 의례’에 초대받은 것이었다. 월가 최고의 투자자가 자신의 최근 투자대상을 초대해 향후 어떻게 할지를 세세하게 코치한다? 러바인은 거절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러바인(56)은 동행한 패밀리 달러 이사 조지 마호니George Mahoney 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이컨이 거주하는 1,000 제곱미터(302.5평) 규모의 복층 아파트에 들어섰다. 집사가 널찍한 발코니로 안내했다. 그곳에선 아이컨이 마티니를 만들고 있었다. 케텔 원Ketel One 보드카에 레몬 트위스트를 넣어 자신과 두 명의 손님이 마실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컨은 러바인에게 “한잔 만들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러바인은 “그러고 싶지만, 거절해야겠군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아이컨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되받아쳤다. “술을 안 마셔도 별 도움은 안 될 거예요. 차라리 마시는 게 낫지.” 어쨌든 러바인은 마시지 않기로 했다.
저녁 식사로 양고기구이를 먹고 있던 아이컨이 러바인에게 사업을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바인 집안이 55년간 가업으로 경영해온 회사를 운영을 더 잘하고 규모도 더 큰 경쟁업체 달러 제너럴Dollar General 에넘겨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었다. 치밀하게 잘 준비한다면 자신이 경쟁 입찰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러바인은 “칼이 스스로 협상을 주선하겠다며, 최고의 가격을 이끌어내는 일에 자신감을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로의 매각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업 회생을 위한 훌륭한 계획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가 패밀리 달러의 문제를 최근 사임한 다른 이사 탓으로 돌리자, 아이컨은 그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
퀸즈Queens 출신의 이 억만장자는 “변명은 그만! 당신 어머니나 그런 변명을 들어주겠죠”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러바인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아이컨이 CEO를 대할 때 보이는 다양한 태도에 대해 이미 들은 바가 있었다. 거친 태도 중간중간에 수준 높은 유머가 섞여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부상보다 더 큰 이슈는 없었다. 앞서 언급한 저녁 식사 에피소드는 행동주의 투자자—아이컨을 비롯한 소수의 억만장자—가 지닌 막대한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저녁 식사로 러바인은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래협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과 스스로 영향력을 발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다른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이미 전설로 남게 된 18개월간의 전쟁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이 전쟁은 최근에야 끝이 났다. 지난 4월 말,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작은 달러 트리Dollar Tree 체인이 인수 금액 91억 달러에 패밀리 달러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계약체결 종반까지 두 저가매장업체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던 달러 제너럴의 막판 공세를 막아내는 가운데서도, 월가에서 가장 상대하기 까다롭고 자존심이 강한 투자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패밀리 달러를 둘러싼 경쟁은 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투였다. 과감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금융가 큰손들이 서로 맞섰다. 이 경쟁에서 이익을 쟁취하려던 거물 중에는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Trian Fund Management (150억 달러 운용)의 넬슨 펠츠 Nelson Peltz , 폴슨 앤드 코 Paulson & Co.(180억 달러 운용)의 존 폴슨 Johe Paulson , 글렌뷰 캐피털 Glenview Capital (220억 달러 운용)의 래리 로빈스Larry Robins , 엘리엇 매니지먼트 Elliott Management (230억달러 운용)의 폴 싱어Paul Singer 도 끼어 있었다. 아이컨의 후배이기도한 코르벡스 매니지먼트Corvex Management (110억 달러 운용)의 키스 마이스터Keith Meister 도 이 전투에 잠깐 등장했다. 정말 커다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지금은 헤지펀드가 끝없이 더 높은 목표를세우며 잘나가고 있는 시기다(애플이 주주에게 더 많은 현금을 배당하게 만든 아이컨의 사례나 듀폰DuPont 에 공세를 취한 펠츠를 생각해보라). 그럼에도 새천년 이후 가장 뜨거웠던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쟁이 저소득층 고객에게 99센트짜리 칫솔이나, 2달러짜리 세제 따위를 파는 저가 매장업체를 두고 벌어진 것이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힘은 분명 막강했지만, 이번 싸움에서 많은 약점을 드러냈다. 물론 엄청난 회복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컨의 경우, 초반에는 패배하게 될 입찰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과 눈치 빠른 움직임,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잘 어우러져 놀랍게도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 되었다(몇 주 만에 2억 6,580만 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트라이언도 여러 번 실수를 저질렀지만 결국 큰돈을 벌었다. 여기서 우린 행동주의 투자자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확실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기업CEO라면 어떤 형태로든 행동주의 투자자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 싸움은 결국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귀결됐다. 신참이라 할 수있는 달러 트리가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강자가 된 것이다. 달러 트리는 약 1만 3,000개의 매장과 함께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근소한 차이로 달러 제너럴을 따돌리고 저가매장 최대 체인업체가 된다. 동시에 저가제품을 찾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월마트를 대신할 대안이 될 것이다.
포춘은 여러 법률문서를 확인하고 아이컨, 러바인 등의 주요 인물들과 인터뷰한 끝에 이 전쟁 속에서 새롭고도 놀라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싸움에 대해 알려진 부분은 이미 언론에서 많이 다뤘다. 그러나 저가매장 전쟁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막후에서 벌어진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기사는 지금까지 없었다.
저가 매장의 시초는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자지간인 제이엘 터너J.L Turner 와 칼 터너 Cal Turner 가 켄터키 주 스프링빌 Sprinville 에 처음으로 달러 제너럴을 열고 모든 제품을 1달러 이하로 판매했다(현재 본사는 테네시 주 구들레츠빌Goodlettsville 의 내슈빌 Nashville 교외 지역에 위치해 있다). 4년 후 하워드 러바인의 아버지 리온 러바인Leon Levine 이 달러 제너럴 체인점 유치를 고심하던 끝에, 6,000달러를 투자해 샬럿에 직접 저가매장을 열었다.
저가매장 주요업체인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는 ‘ 저가매장’ 이라 불리지만, 사실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대가 보통 1달러에서 20달러 사이다. 집안 살림을 꾸려가며 몇 가지 제품만을 구매하는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다. 크로거나 월마트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방문하고, 그 사이 저가매장에 들러 화장지나 6개들이 콜라 등을 구매하는 것이 그들의 구매 패턴이다. 수십 년 동안 달러 제너럴패밀리 달러는 저가매장 업계의 코카콜라와 펩시 과 같은 존재였다. 거의 같은 제품을 판매하면서 여러 대도시 저소득층 주거지역이나 시골 지역 바로 길 건너편에 서로 매장을 세워나갔다. 버지니아 주 체서피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달러 트리는 규모가 훨씬 더 작은 업체로, 1986년, 뒤늦게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 현재 달러 트리는 전통적 사업방식을 고수하며 모든 제품을 1달러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저가매장 업계의 호황기는 금융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심각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수천만 명의 신규 고객들이 저렴한 생필품을 구매했다. 저가매장 업체 세 곳은 각각 매년 수백 개의 신규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2005년 말 당시 모두 합쳐 1만 6,753개였던 달러 제너럴, 패밀리 달러, 달러 트리의 매장 수는 약 50% 급증하며 현재에는 2만 5,340개에 이르고 있다.
매장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월가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 인수 전문업체 케이케이알KKR이 차입매수(Leveraged uyout)를 통해 달러 제너럴을 인수한 2007년이 기점이었다. 오늘날까지 달러 제너럴을 이끌고 있는 CEO 릭 드레일링Rick Dreiling 과 그의 이사진은 2009년 다시 한 번 달러 제너럴을 상장시켰다. 그리고 그 어느 저가매장보다도 월등한 마진과 면적대비 매출을 기록하며 훌륭한 운영능력을 과시했다.
달러 제너럴이 환상적인 성과를 내면서 케이케이알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이는 트라이언의 관심을 끌었다. 펠츠와 그의 파트너 에드 가든 Ed Garden (펠츠의 사위이기도 하다)은 패밀리 달러에 큰 잠재력이 숨겨져 있음을 포착했다. 패밀리 달러의 운영실적은 대부분의 소매업체와 비교했을 때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진과 매장당 매출은 달러 제너럴에 미치지 못했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 월가에서는 1998년 아버지로부터 CEO직을 물려받은 러바인을 별 볼 일 없는 인물로 보고 있었다. 펠츠와 가든은 스스로 패밀리 달러를 다시 재건해 경쟁업체가 높여놓은 수준으로 기업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든은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둘은 2010년 패밀리 달러의 주식 8%를 매수했다.
이 자신감을 갖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든(53)은 펠츠와장인의 30년 지기 파트너 피터 메이Peter May 와 함께 2005년 헤지펀드를 시작했다. 행동주의 투자의 최대 세력 중 하나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펠츠와 메이는 기업정상화 전문가였지만, 당시만 해도 큰 거래를 진행할 만한 자금이 없었다. 그러나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최고 수준의 행동주의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허세가 있고 목소리가 걸걸한 펠츠(72)와는 달리, 가든은 침착하고 분석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기 자신을 ‘완벽한 경제적 동물’이라고 묘사한다. 트라이언 팀은 직접 투자한 기업경영에 참여해 실적을 낸 경험이 많았다. 케첩 제조업체 하인츠Heinz ,뮤추얼 펀드업체 레그 메이슨Legg Mason , 패스트푸드업체 웬디스 We ndy’s 등에서 성공을 거뒀다. 트라이언은 스스로 ‘경영 행동주의’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이사진과 함께 일하며 매일 효율을 증진하고, 실적향상을 도울 전문가팀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트라이언의 방식은 패밀리 달러에선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노력에도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중대한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달러 트리의 인수제안이 없었다면, 패밀리 달러는 트라이언의 성공이 아닌 실패로 남았을 것이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가든에게 패밀리 달러는 쉬운 사업으로 보였다. 패밀리 달러의 저가 전략에 운영 개선 전략만 더한다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라이언은2011년 곧바로 패밀리 달러 인수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사회가 거절했지만, 후에 양측은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다. 가든이 이사진에 참여하면서 패밀리 달러는 새로운 운영전략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가든이 패밀리 달러에 걸었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새로 영입한 최고운영책임자 마이클 블룸Michael Bloom—제약업체 이사를 지낸 바 있다—은 방문고객의 규모를 늘리고, 중산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드럭스토어 업계의 사업공식을 도입했다. 홍보물을 통해 다양한 판촉광고를 추진했다. 세제와 쓰레기 봉투의 저렴한 가격을 광고하던 패밀리 달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지와 칫솔 판촉을 진행했다. 그 사이 주요 상품의 가격도 인상했다. 그 결과 고객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생필품 가격을 안정적으로 예상할 수 있기를 원하는 패밀리 달러 단골들의 생각과는 어긋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달러 제너럴은 패밀리 달러와 달리 월마트의 방식이었던 ‘ 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s)’ 전략을 고수했다. 점점 많은 수의 패밀리 달러 고객이 길 건너에 있는 달러 제너럴을 찾기 시작했다.
패밀리 달러의 실패를 블룸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블룸이 차기 CEO로 지명된 상태였지만 러바인이 여전히 CEO였다. 일각에서는 사업을 온전히 경영할 수 있는 권한을 블룸에게 부여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블룸의 전략은 이사 가든의 동의도 얻고 있었다. 패밀리 달러가 인색한 것은 잘 알려져 있었던 데다, 블룸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블룸은 이에 대한 포춘과의 인터뷰를 고사했다).
2013년 초, 저가매장 사업의 활황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패밀리달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가든은 “1년에만 수백 개 매장을 열었지만, 세금 및 이자 차감 전 영업이익(EBIT)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바인도 “갈피를 못 잡고 있음이 분명했다”고 털어놓았다. 가든은 사업매각을 최선의 선택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패밀리 달러의 제곱피트당 연간매출은 180달러에 불과했지만, 달러 제너럴은 230달러를 기록하고 있었다. 패밀리 달러를 매각하겠다고 할 경우, 인수에 나설 가장 유력한 업체는 달러 제너럴이었다. 가든은 “달러 제너럴이 큰돈을 치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들의 훌륭한 관리방식이 패밀리 달러에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2013년 4월 16일, 가든은 러바인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장소는 트라이언의 파트너 세 명이 가장 좋아하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위치한 레스토랑 애리츠키 패트룬 Aretsky’s Patroon 이었다. 별도 공간에 모였는데, 그곳은 매우 비좁았다. 러바인은 “마치 옷장에서 식사하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든은 러바인에게 회생계획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음에도 실적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러바인에게 사업매각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든은 “러바인이 단 한 순간도 머뭇거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든에 따르면, 러바인은 저녁 식사 후 능숙하게 주주들-러바인 자신이최대 주주다-을 대표해 달러 제너럴과의 협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달러 제너럴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러바인의 생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월 달러 제너럴의 선임이사 마이클 콜버트Michael Calbert 가 러바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조율한 바 있었다. 케이케이알의 파트너 콜버트는 달러 제너럴 인수(지난 10년 간 가장 성공한 사례에 속한다)를 앞서서 추진했던 인물이었다. 샬럿에 위치한 리츠-칼턴 호텔Ritz -Carlton Hotel 의 스위트룸에서 러바인과 콜버트는 합병을 논의했다. 콜버트는 러바인에게 언제까지 CEO직에 머물 것인지를 물었다.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이 패밀리 달러를 인수한 후에도 합병회사의 CEO로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콜버트는 달러 제너럴의 이사진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든에 따르면, 러바인에게 그 조건을 내세우라고 조언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협상을 위한 전술의 한 부분이었다. 가든은 “쉽게 넘겨줄 수 있는 조건이었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에 달러 제너럴은 러바인의 요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했다. 패밀리 달러 CEO의 자부심이 너무강해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욕을 우선시한다고 몰아세웠다.
패트룬에서의 중요한 저녁 식사 후,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러바인으로부터 여러 번 전화를 받은 끝에, 콜버트와 달러 제너럴의 CEO 드레일링은 러바인을 만나기로 했다. 그들은2013년 10월 15일, 달러 제너럴 본사가 위치한 내슈빌의 유서 깊은 허미티지 호텔Hermitage Hotel 로 러바인을 초대했다. 러바인은 합병 이후에도 CEO직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드레일링과 콜버트가 반대했고, 러바인—그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은 “정말 극적으로 그 조건을 포기”했다. 가든의 각본대로라면, 달러 제너럴이 큰 웃돈을 얹어주기만 한다면 경영권을 넘기는 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러바인은 드레일링으로부터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 합병과 경영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드레일링은 “난 젊은 60세”라고 강조하며 “스스로 합병을 앞장서 추진하고, 뒤따르는 통합 과정도 이끌겠다”고 말했다.
내슈빌 회동 이후 러바인과 가든은 달러 제너럴에게 합병 의사가 있다는 희망을 키우게 됐다. 양측 모두는 달러 제너럴에게 패밀리 달러의 운영실적을 향상시킬 능력이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돌려줄 잠재력도 갖추고 있었다. 러바인은 “합병 생각에 약간 흥분이 됐다”며 “달러 제너럴이 인수합병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바인과 가든은 그 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달러 제너럴은 더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러바인 혼자 합병을 제안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는 달러 제너럴과 만나기 위해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드레일링과 콜버트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지난해 11월에 잡은 약속을 취소하더니 다시 1월에 만나자고 했다. 가든은 “절실하게 그들과 거래하려는 우리 모습이 참 볼품없었다”며 “그들은 계속 ‘흥미로울 것이다. 몇 개월 내로 만나자. 지금은 딱히 관심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12월이 되자 가든과 러바인은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다. 달러 제너럴이 패밀리 달러를 흔들어 놓은 후, 가장 힘들 때를 기다려 주당 55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인수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든은 패밀리 달러의 이사진에게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했다. 다른 인수자에게 넘기거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자립하라는 것이었다. 가든이 ‘대변화(Come to Jesus)’라 부르는 2014년 1월 이사회 회의에서, 이사진은 4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가든이 위원회에 참여했고, 모건 스탠리 Morgan Stanley 로부터 조언을 구해 잠재적인 인수자 후보 목록을 작성했다. 전략적인 변화도 꾀했다. 블룸이 사임했고, 패밀리 달러는 ‘매일 최저가’라는 전통적인 정책으로 회귀했다. 급격한 확장에 종지부를 찍으며실적이 좋지 않은 매장 375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패밀리 달러의 인수합병 전망은 어두워졌다. 차입을 통한 기업인수(LBO)가 어려운 형국이었다. 기업인수에 필요한 8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마련할 사모펀드가 거의 없었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달러 제너럴이 빠진 상황이었다. 패밀리 달러가 독립사업체로서 계속 버텨나가는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실적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미래를 직면해야 했다. 2014년 3월 1일까지 6개월 동안 패밀리 달러의 영업이익은 23%나 하락했다. 영업 마진도 달러 제너럴보다 4% 포인트 뒤처진 5%에서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3월 중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달러 트리의 CEO 밥 새서 Bob Sasser 가 러바인에게 만남을 제안한 것이었다. 새서는 패밀리 달러 인수에 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달러 트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수자였다. 운영실적은 좋았지만, 매장 수가 패밀리 달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8,200개와 5,000개다).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인수한 적도 없었다. 교외 시장 지역에 주로 위치하며, 저소득층 고객보단 할인제품을 찾는 중산층 고객이 주요 타깃이었다.
4월 초 두 기업은 기밀 유지 협약서에 서명했다. 달러 트리가 패밀리 달러의 장부를 확인하는 동안 기밀을 지키기로 했다. 5월 14일 새서는 계약상의 정확한 조건에 기반을 두고 패밀리 달러 주식을 68~70달러 사이에 매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패밀리달러 이사진은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70달러도 당시 거론되고 있던 55달러 수준보다 높은 것이었다. 55달러조차도 달러 제너럴이 인수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부풀려진 가격이었다. 6월 초에 이르러 가든과 러바인은 계약체결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했다.
이때 칼 아이컨이 허리케인처럼 등장했다. 6월 6일 아이컨이 패밀리 달러 주식의 9.4%를 매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곧바로 러바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러바인은 그상황에 대해 “금요일 오후였다”며 “내게 행운을 빌어주려고 아이컨이 전화를 한 건 아니었다. 사실 거의 그 반대로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아이컨이 개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패밀리 달러의 주가는 하루 만에 13.4%나 급등하며 주당 68달러까지 올랐다. 평균가 57달러에 주식을 매수한 아이컨은 몇 시간 만에 큰 수익낼 수 있었다. 달러 트리와 패밀리 달러가 합병만 발표하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컨은 이를 알지 못했고, 러바인은 기밀 유지 협약서 때문에 그에게 아무것도 밝힐 수 없었다.
뉴욕에서의 저녁 식사 후, 러바인은 아이컨에게 기밀 유지 협약서에서 명할 의중이 있는지 물었다. 1년 동안 아이컨이 추가 주식을 매수하거나 기업매각을 주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아이컨은 이를 거절했다. 대신, 세 명의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패밀리 달러 인수 기업을 물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달러 제너럴이었다). 아이컨은 러바인이 거절할 경우, 전체 이사진을 해임하겠다고 압박했다. 아이컨은 “러바인이 그 자리에서 냉장고 추가와 주류 판매 등 추진 중인 회생방안을 끊임없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업계에서 일하려면 정신과 의사와 같은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러바인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계속 사업을 운영하고 싶어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기밀 유지 협약에 동의했다면 그는 달러 트리와 거래하지 않을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아이컨은 자신이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패밀리 달러의 방어책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술집에서 내 얼굴을 때린 사람이 갑자기 친구가 되자고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편 러바인과 가든은 아이컨의 등장으로 기존 합병논의가 무산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달러 트리와의 얘기는 잘 풀려가는 중이었다. 아이컨이 이사진 교체를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45~60일 후에는 달러 트리가 완전히 새로운 패밀리 달러의 이사진과 협상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가든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달러 트리와 합의에 이르기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무산시킬 수 있는 그 어떤 상황도 우린 원하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달러 제너럴이 다시 등장했다. 아이컨의 발표 이후, 콜버트는 러바인에게 전화를 걸어 미팅을 요청했다. 당시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의 합병이 독점금지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2014년 초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의 변호사들이 달러 제너럴과의 합병이 유발할 수 있는 제재조치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었다. 러바인은 콜버트에게 이메일을 보내, 양측 변호사들이 만나 독점금지법 관련 문제와 연방통상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의 합병승인에 필요한 조건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콜버트는 그런 문제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러바인에게 “독점금지법과 관련해 외부 의견을 듣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이메일을 통해 답했다(달러 제너럴은 이사진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결국 독점금지법이라는 장애물은 러바인과 가든을 머뭇거리게 했고, 후에 저가매장 전쟁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패밀리 달러와 달러 제너럴은 독점금지법에 관한 의견이 달랐다. 하지만 2014년 6월 19일 중요한 회의를 여는 데 동의했다. 양측이 이 만남을 통해 밝히거나, 암시하거나, 혹은 숨긴 것들이 향후 몇 개월 동안 갈등을 유발했다. 패밀리 달러에 따르면, 달러 트리와의 기밀 유지 협약 때문에 러바인에겐 제약사항이 많았다. 그는 달러 트리와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그 어떤 잠재적 인수자와의 협상 여부도 발설하지 못했다. 러바인과 가든은 기존협상을 비밀로 하고 싶었다. 달러 제너럴이 이를 알게 될 경우, 오히려 달러 트리 인수에 달려들어 달러 패밀리를 ‘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 수도 있었다. 가든은 “우리는 달러 제너럴이 독점금지법과 관련, 어떤 조언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든과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이 패밀리 달러와의 합병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제재조치 문제 없이 달러 트리를 인수하려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과정에서 달러 제너럴은 패밀리 달러와 달러 트리의 합병을 망치고, 패밀리 달러를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게 될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사진은 달러 제너럴로부터 좋은 제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했다. 가든은 “예상되는 시너지가 엄청났기 때문에, 그들이 좋은 가격을 제시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가든과 러바인은 달러 제너럴이 경쟁에 뛰어들어도 달러 트리가 계속 합병을 시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6월 13일 달러 트리는 아이컨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안가격을 72달러로 올렸다. 가든은 “협상이 충분히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달러 제너럴이 경쟁에 뛰어들어도 달러 트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러바인은 “처음부터 그들이 합병을 정말로 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방해물이 나타났지만 흔들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패밀리 달러 이사진은 러바인이 골프를 치는 샬럿의 한 컨트리클럽내 별도의 식사공간에서 달러 제너럴 이사진을 만났다. 러바인은 “마치 장례식장이나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들은 계속 칼의 행동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고, 마치 위로를 건네려는 것같았다.”
드레일링과 콜버트는 러바인에게 과거 합병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때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달러 제너럴의 주주들도 합병을 지지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문제는 달러 제너럴과의 합병 예상이나, 아이컨의 돌발행동으로 부풀려진 패밀리 달러의 높은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패밀리 달러에 따르면, 콜버트는 주가 거품을 걷어내는 계획도 밝혔다. 달러 제너럴이 패밀리 달러 인수에 관심이 없었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니면 대규모 주식 환매를 발표해 인수자금을 축소, 합병에 대한 예상을 일축하겠다고도 했다. 달러 제너럴 측에서는이런 발언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미팅 도중 러바인은 아이컨이 또 다른 잠재적 인수자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당시 러바인은 아이컨이 언급한 인수자를 확신은 없지만 달러트리로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드레일링은 달러 트리에는 패밀리 달러를 인수할 자금이 부족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일축했다. 미팅을 마치기 전, 콜버트는 러바인에게 달러 제너럴이 어떻게 움직였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 러바인은 “내 상황이 난처하다. 점점 조급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당신들이 인수제안은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미팅을 마친 후, 패밀리 달러는 증권거래위원회에 ‘ 배드 버그 레터 Bed Bug Letter ’라고 알려진 항의서를 보내는 것에 대해 고려했다. 패밀리 달러의 주가를 낮추기 위해 달러 제너럴이 제시한 방법이 주가조작에 해당하는지 문의하려 한 것이다(패밀리 달러에서 실제 항의서를 제출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달러 제너럴에서는 후속 움직임이 없었다. 6월 20일 새서는 제안금액을 74.50달러까지 올렸고, 패밀리 달러 이사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제안을 수락했다. 그 후 몇 주 동안 진행된 협상으로 달러 트리가 패밀리 달러를 인수하는 계약이 이뤄졌다. 거기엔 주주 찬반 투표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합병이 마무리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제 달러 제너럴이 달러 트리를 인수하려 하면, 달러 트리와 패밀리 달러 모두를 인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거래의 엄청난 규모를 고려한다면, 달러 제너럴과 달러 트리의 합병은 거의 불가능했다. 또, 패밀리 달러는 조건이 더 좋은 다른 인수제안이 있을 경우, 이를 선택할 수있는 권한도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달러 제너럴이 달러 트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1주일 후 달러 제너럴은 늦어도 5월까지 드레일링이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바인과 가든에게는 자기 자신을 ‘젊은 60대’라고 표현했던 성공적인 CEO의 은퇴발표가 갑작스러웠다. 월가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러바인과 가든도 신임 CEO에 오를 인물은 이런 대형 거래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달러 제너럴과의 합병은 점점 더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패밀리 달러의 주가는 드레일링의 은퇴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달러 제너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그 반대를 의도했다고 밝혔다. 이사진은 패밀리 달러를 인수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협상을 추진하면서, 수개월이 걸릴 완전한 통합의 과정을 이끌 수있는 신임 CEO를 선임하려고 했다.
아이컨에게조차 드레일링의 은퇴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는CNBC에 출연해 “달러 제너럴이 훌륭한 CEO를 잃는다는 것은 분명히 실망스러운 소식이며, 이는 합병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바인을 계속 깎아내리며 “CEO가 돼서는 안 되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컨이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는 달러 제너럴이 뛰어들지 않을 경우 직접 패밀리 달러 인수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자신이 참여한다면 결국 달러 제너럴이 움직이게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신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만큼 그들은 합병을 원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달러 제너럴을 움직이게 만든 건 달러 트리의 합병시도였다. 달러 제너럴의 이사진은 이 소식에 깜짝 놀랐다. 패밀리 달러를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달러 제너럴 주식을 보유한 키스 마이스터나, 두 기업의 주식을 모두 보유한 존 폴슨 같은 투자자들은 이사진에게 인수를 제안하라고 촉구했다.
2014년 8월 18일, 달러 제너럴은 78.50달러를 제시했다. 달러 트리의 제안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었다. 드레일링은 러바인에게 서한을 보내 달러 트리와의 합병 소식에 대해 “놀라우면서도 실망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달러 트리와의 거래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러바인이 불공정하게 숨겼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공세의 일환으로 드레일링은 사실상의 ‘은퇴취소’를 발표했고,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가 합병하면 2016년 중순까지 두 업체의 통합과정을 감독하며 CEO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달러 제너럴은 러바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패밀리 달러의 CEO가 두 업체의 합병 후 CEO직 유지를 요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러바인 개인에겐 아닐지 몰라도” 패밀리 달러의 주주들에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패밀리 달러 이사진은 달러 제너럴의 제안가격 78.50달러를 거절하더니, 9월 5일에는 80달러 제안까지 거절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80달러면 주주들에게 추가로 6억 달러를 얹어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렇다면 표면적으로 훨씬 더 좋아 보이는 제안을 왜 거절한 것일까?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몇 주 동안 패밀리 달러에 던졌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사진의 결정에도 일리는 있었다. 달러 제너럴과의 합병 조건이 더 좋아보이긴 했으나, 반독점방지법 관련 우려로 실제 합병이 성공할 확률은 낮아 보였다. 반면, 달러 트리와의 합병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난 5월 패밀리 달러에 법률조언을 제공하는 클리어리 고틀립의 변호사들이 이사진에게 알려준 사실이 하나 있었다.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가 합병하면, 연방통상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수천 개의 매장을 매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달러 제너럴의 합병 제안에선 700개의 매장만 줄일 것이라고 했고, 그 후에는 최대 1,500개면 된다고 주장했다. 클리어리 고틀립은 1,500개가 상한선일 경우 승인 가능성이 40%정도에 그친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패밀리 달러는 달러 제너럴과의 협상을 거절하기로 했다. 이사진이 보기에 합병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었다. 가든은 1,500개 매장 축소라는 달러 제너럴의 예측에 대해 “그들에게 훌륭한 변호사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의도를 더욱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클리어리의 분석은 정확했다. 연방통상위원회가 주요 기업분할 규모를 결정하는 데 있어 사용하는 방법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클리어리의 예상대로, 연방통상위원회는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가 경쟁하는 수천개 시장에서 저가매장 경쟁을 주시했다. 달러 제너럴은 패밀리 달러의 가격정책이 자사 가격전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월마트를 주요 참고 대상으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연방통상위원회의 생각은 달랐다. 패밀리 달러와 달러 제너럴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월마트가 주요 경쟁상대일 때 패밀리 달러의 제품가격이 더 낮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방통상위원회는 패밀리 달러 매장소유권이 달러 제너럴과 통합될 경우 패밀리 달러의 제품가격이 상승할것이라 우려했다.
패밀리 달러가 꿈쩍하지 않자, 달러 제너럴은 패밀리 달러의 주주들과 직접 상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개매입가 80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쇼에 불과했다. 공개매입 규제기관에서는 반독점방지법관련 승인 전까지 주식매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달러 제너럴은 달러 트리의 패밀리 달러 인수를 무산시키고, 스스로 패밀리 달러를 사들일 수 있는 방법을 남겨두고 있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거대주주들을 설득, 12월 23일로 예정된 패밀리 달러와 달러 트리의 합병결정 투표를 부결시키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몇몇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패밀리 달러에 분노했다. 패밀리달러의 주식이 달러 트리가 제시한 조건 76.50달러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달러 제너럴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리 자문업체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 와 아이에스에스ISS 모두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조언했다. 패밀리 달러가 달러 제너럴과의 협상도 추진하게 만들라는 것이었다(두 업체는 후에 입장을 바꿨다).
10월 중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패밀리 달러의 주식 4.9%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패밀리 달러가 달러 제너럴과 협상하도록 압박하는 대리전을 시작했다. 엘리엇은 성공을 확신했기 때문에 70달러 대의 높은 가격에도 주식을 매수했다. 12월 중순이 되자, 달러 제너럴의 높은 제안가격은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됐고, 패밀리 달러는 주주투표에서 패할 것처럼 보였다. 한 관계자는 “그들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패배할 경우, 그 리스크가 너무 컸다. 달러 트리가 물러나고 달러 제너럴도 반독점방지법 관련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시장에선 패밀리 달러의 가치를 고전하는 독립사업체 정도로 볼 것이었다. 주가가 반토막 나35~40달러까지 폭락할 수도 있었다.
러바인과 가든, 그리고 클리어리 고틀립의 변호사 브라이언 번Brian Byrne 은 투자자 설득을 시도했다. 로드쇼를 진행하며 행동주의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만났다. 달러 제너럴의 제안이 가격은 더 좋지만 실패할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렸다. 스스로 행동주의 투자자이면서 대주주였던 가든의 위치가 이 미팅에서 매우 중요했다. 그는 자신이 ‘경제적 동물’임을 강조하면서, 주주라면 최고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최저가’ 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폴슨이 귀담아들었다. 러바인은 “폴슨이 곧바로 이해했다”고 말한다. 달러 트리와의합병검토에만 수개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폴슨은 “그렇다면 달러제너럴과 협상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패밀리 달러는 12월 23일까지 필요한 표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2015년 1월22일로 투표를 연기할 수는 있었다.
패밀리 달러는 로드쇼를 통해 많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1월 중순까지도 여전히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연방통상위원회에선 대부분의 합병에 대해 최종 결정에 이르기 전까지 자체 분석 결과를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리어리 고틀립은 “중대한 주주투표의 결과가연방통상위원회 분석결과에 달려 있다”며 위원회 변호사들을 설득했다.연방통상위원회 변호사들은 패밀리 달러가 제출할 매우 세부적인 보도자료를 읽어보고, 그 내용을 확인해주겠다고 했다. 그 보도자료는 연방통상위원회가 파악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동일지역에 별도의 달러 제너럴 매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수천 개 시장에 위치한 패밀리 달러의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분석이었다. 패밀리 달러는 달러 제너럴 측도 연방통상위원회로부터 같은 답변을 받았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을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패밀리 달러는 증권거래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달러 제너럴을 압박해 답변 내용을 공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1월9일 금요일, 증권거래위원회는 달러 제너럴에 서한을 보내 연방통상위원회로부터 받은 답변을 그 내용에 상관없이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바로 다음 날 전개된 상황이 결정타였다. 연방통상위원회 선임 변호사가 패밀리 달러와 달러 제너럴에 각각 초저녁에 전화하라며 요청했다. 오후 6시경, 클리어리의 변호사들이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연방통상위원회의 변호사는 패밀리 달러와 달러 제너럴의 합병 승인을 받으려면, 두 업체가 3,500~4,000개의 매장을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분 후, 달러 제너럴도 같은 내용을 들었다. 달러 제너럴이 매수할 매장의 거의절반 정도를 폭탄세일 가격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달러 제너럴의 인수합병 시도를 무산시키는 결정타였다.
수요일이 되자, 달러 제너럴은 결국 패배를 시인했다(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이론적 모델에 과도하게 의존했다’며 연방통상위원회를 비판했다). 1월 22일 패밀리 달러의 주주들은 달러 트리와의 합병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러바인은 7억 달러를 챙기고 트라이언도 약 4억 달러의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패배했음에도 달러 제너럴은 저가매장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패밀리 달러와 달러트리는 연방통상위원회의 승인을위해 300개 정도의 매장을 매각해야 한다. 저가매장 업계의 누군가가 이를 인수할 것이다. 그 당사자가 달러 제너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것은 터무니없을까?
싸움이 끝난 후 아이컨이 한 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달러 제너럴이 좀 더 빨리 인수합병을 제안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내가 개입하자, 패밀리 달러에 대한 경쟁이 시작됐다. 달러 제너럴이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저가매장 고객들처럼, 아이컨도 가격이 좋을 때 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BY SHAWN TULLY
ILLUSTRATION BY MATTHEW WOOD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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