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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신의 새 얼굴] 바람에 순응하는 자 外





8. 바람에 순응하는 자 - 에릭 로스
풍력발전기는 로터, 즉 날개가 클수록 전력생산량도 커진다. 때문에 1995년에서 2012년 사이에만 로터의 직경이 평균 35m까지 커졌고, 평균 발전량도 0.75㎿에서 2.5㎿로 늘었다. 문제는 로터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생산된 전력의 가치보다 풍력발전기의 건설비가 더 비싸진다는 것. 미국 버지니아공대 에릭 로스 박사는 이 같은 한계상황이 눈앞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풍에 순응해 구부러지는 야자나무에서 영감을 얻어 '가변형 풍향 정렬 로터(MoDaR)’를 설계했다. 명칭에서 연상되듯 이 로터의 날개는 풍향에 맞춰 방향을 전환, 항상 최적의 풍력에너지를 얻는다. 또한 각 날개가 경첩으로 연결돼 있어 강풍이 불면 뒤로 젖혀져 파손되지 않는다. 특히 중량이 가벼워 이론상 구현할 수 있는 날개 길이가 최대 238m에 달한다. 이 정도면 최대 출력 50 ㎿도 가능하다.

“물론 날개길이 238m의 풍력발전기는 2025년 이전에는 상용화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이 설계는 현재의 작은 풍력터빈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만든 것이니까요.”



9. 가정용 셀프 CNG 주유소 - 크리스 헤이건
집이 나만의 주유소가 된다면 어떨까.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캐스케이즈 캠퍼스의 기계공학자 크리스 헤이건 박사(사진)는 이 꿈을 현실화하고자 전 세계 수천~수억 가구를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로 변신시켜줄 기술을 개발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많은 가정에 요리 또는 난방을 위해 도시가스라 불리는 저압 천연가스 배관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온보드 다이내믹스를 설립하고, 펜타곤 산하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의 자금지원을 받아 CNG 자동차의 엔진이 천연가스 컴프레서 역할을 하도록 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렇게 엔진이 개조된 차량은 연료가 떨어졌을 때 도시가스 배관망과 연결, 언제든 CNG를 셀프 충전할 수 있다. 비용도 일반 CNG 충전소를 이용했을 때보다 월등히 저렴하다. 헤이건 박사는 현재 CNG의 주 소비자인 트럭이나 도로 보수 차량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일반 소비자 를 잡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휘발유보다 청정연료입니다. 저희 기술에 힘입어 더 많은 시민들이 CNG 차량을 이용한다면 환경적 이점이 상 당할 것입니다.”

10. 식물 모방 배터리 - 마이클 아지즈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전량과 발전시간이 좌우되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고효율, 고용량 배터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학 마이클 아지즈 박사팀이 붉은색 채소인 루바브(rhubarb)’의 분자와 거의 유사한 분자구조를 활용, 기존 흐름전지와 고체전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신개념 흐름전지를 개발했다.

“현재 상용화된 흐름전지는 바나듐(V) 같은 고가의 희토류 금속을 사용하지만 저희 전지는 금속을 전혀 이용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전지는 광합성의 원리에 기반하고 있으며, 동·식물들의 에너지 저장에 쓰이는 ‘ 퀴논(quinone) ’이라는 유기분자 를 활용한다. “퀴논은 가격이 저렴하고, 자연계에서 풍부한 소재입니다. 언젠가 태양광 발전소들이 값비싼 희귀 소재 대신 퀴논 같은 소재에 전력을 저장 하기를 희망합니다.”

아지즈 박사는 오는 2017년까지 3㎾급 태양전지가 하루 종일 생산한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11. 쓰레기 에너지 컬렉터 - 멜린다 심즈
쓰레기 매립지에는 엄청난 메탄이 묻혀 있다. 많은 국가에서 이 메탄을 연료로 쓰기 위해 시추공을 뚫지만 이의 관리는 매우 까다롭다. 각 시추공의 메탄가스를 한곳의 가스정으로 모아 추출하려면 시추공 내부의 진공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수동 제어해야하는 탓이다.



자칫 산소가 유입될 경우 메탄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MIT 박사과정생이던 멜린다 심즈는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날 효율적 방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동료 연구자인 앤디 캄파넬라와 함께 로시 컨트롤즈를 설립, 쓰레기 매립지 가스정의 진공 압력을 자동 조절해주는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이를 활용하면 동시에 10여개의 가스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무선시스템인데다 태양에너지로 작동하며, 휴대폰 앱으로 관리할 수 있을 만큼 사 용자 친화적이다. “시범운용 결과, 한 쓰레기 매립지의 경우 메탄 생산량이 무려 25%나 늘었답니다.”



12. 플라스틱 트랜스포머 - 마이클 머레이
얼마 전 폐기물에너지 기업 사이나르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머레이(사진)는 스페인 남부의 항구도시 알메리아에서 인상적인 시연을 했다. 당시 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증류한 액체를 유리병에 담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동차의 연료주입구에 부어넣더니 시동을 걸고 사라졌다.

이는 결코 눈속임이 아니었다. 사이나르는 수백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합성연료로 환골탈태시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한 공장에선 이미 이 기술을 이용해 시간당 1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 하루 320대의 중형차를 주유할 수 있는 1만4,000ℓ의 디젤을 생산 중이다.

“냄새나고 역겨운 쓰레기가 유용한 연료가 되는 거예요. 비닐봉투와 1회용 스티로폼 접시, 부서진 장난감 등 다양한 폐플라스틱에 새 생명을 줄 수 있습니다.”

머레이 설립자에 의하면 사이나르는 열분해 공법을 활용, 플라스틱을 원래의 모습인 석유로 되돌린다.

“폐플라스틱을 세척, 분쇄한 뒤 무산소 환경에서 가열합니다. 그러면 플라스틱이 타지 않고 껌 같은 농도로 녹아요. 이를 기화시켜 탄화수소 기체로 만든 다음, 식히면 액체가 됩니다. 바로 이 액체를 정제해 자동차나 발전기의 연료인 디젤과 등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연료는 기존 연료보다 깨끗하다. 영국 더블린대학 연구팀의 분석 결과,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제품보다 배출물이 20%나 적었다. 이 공정의 개발을 위해 머레이는 11년간 약 2,000만 달러의 거금을 쏟아 부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젊은 시절 저질렀던 과오를 속죄하고자 마음을 다 잡았다고 한다.

“레이싱을 너무 좋아했어요. 자동차와 보트, 항공기 레이싱을 가리지 않았죠. 수년 이상 제가 소비한 화 석연료만 해도 엄청날 거예요.”
그는 다 쓴 프린터 카트리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다가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가치에 눈을 떴다. 그리고 열분해 공정의 상용화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물론 열분해는 이전부터 개발돼 있던 공정입니다. 다만 기술발전에 힘입어 최근에야 저렴하고 경제성 있는 공정 구현이 가 능해졌어요.”

현재 사이나르의 디젤 생산비는 1갤런(3.785ℓ)당 1.75달러다. 미국과 같은 산유국, 그것도 원유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요즘에는 경제성이 다소 낮다. 그러나 머레이 설립자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유한자원인 화석연료의 가격은 머지않아 다시 오를 것이며, 그 전까지는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와 극심한 에너지 부족을 동시에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미 아프리카 지역에 공장설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엄청난데도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저희 시스템은 기적과도 같은 변화 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MoDaR Morphing Downwind-aligned Ro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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