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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주년 특별기획Ⅲ] SK 대전 창조경제 혁신센터·세종 창조마을 탐방

도시형·농촌형 투트랙 혁신 모델로<br>한국형 실리콘밸리 육성

창조경제의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할 정부-기업 연계 프로젝트‘ 창조경제 혁신센터’가 그 전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중 지난해 3월 대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창조경제 혁신센터는 출범 1년여 만에 충청지역 경제 활성화와 창업 지원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물을 선보이며 창조경제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SK그룹 주도하에 출범한 대전 창조경제 혁신센터에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포춘코리아 기자가 그 연계 프로젝트인 ‘세종 창조마을’을 찾아 창조경제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해 10월 SK그룹 계열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해 사업성과를 돌아보고 내년 전략을 세우기 위한 ‘SK CEO 세미나’ 자리였다. 이날 그룹 CEO들은 SK, 나아가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바로 ‘창조경제 혁신추진단’의 발족이었다.

창조경제혁신추진단의 그룹 내 위상은 막강한 상황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위치한 추진단의 주요업무는 SK그룹이 지원하는 대전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관리와 운영이다. 추진단 단장에 현직 CEO인 장동현 SK텔레콤 대표이사를 선임해 창조경제 활성화에 대한 SK그룹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SK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대전 창조경제 혁신센터(이하 대전센터)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창업의 전진기지로서 확고한 위상을 다지고 있다. 사실 대전 센터는 정부 주도하에 지난 2014년 3월 출범했다. 이후 SK가 대전·세종 지역 전담 기업으로 확정되면서 대전센터는 SK창조경제혁신추진단의 지원 속에 지난해 10월 확대 재출범했다.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나노종합기술원 9층에 위치한 대전센터에는 현재 SK그룹에서 파견된 17명의 정규직 직원이 상주하며 유망벤처, 예비 창업자들과의 소통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SK가 대전센터를 통해 내세운 전략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기술 역량을 총동원한 ‘도시형 창조경제’와 ‘농촌형 창조경제’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도시형 창조경제 모델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다. SK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대전센터 확대 출범 전 유망 벤처기업을 선발하는 ‘드림 벤처스타’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다. 여기서 선발된 10개 벤처기업은 센터 입주 기업으로 선정돼 사업 모델 점검, 경영 컨설팅, 판로 개척 등 대전센터와 SK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입주 기업 10곳에 지원된 투자 유치금액은 약 13억 원. 이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지원 수도 10개사 41명에서 53명으로 늘어났다.
입주 기업 중 몇몇은 이미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 ‘테그웨이’는 지난 2월 유네스코로부터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대상에 선정된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 기술’을 기반으로 체온에서 전기를 생산해 스마트 기기를 충전하는 웨어러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연말 대전센터와 SK가 개최한 글로벌 벤처스타 공모전에서 뽑힌 옵텔라, 페타리, 아이엠랩이 눈에 띈다. 이들 3개사 대표들은 지난 3월 초 미국 서부 실리콘밸리 새너제이로 날아가 현지에서 한 달간 사무실을 운영하며 해외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전센터는 SK텔레콤의 미국 자회사 SK이노파트너스를 통해 3개사를 지원하고,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에겐 총 10억 원의 사업 지원금을 제공할 예정이다.

‘도시형 창조경제’가 미래를 내다보는 프로젝트라면, ‘농촌형 창조경제’는 현재를 반영하고 있다. 실생활 속에서 창조경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를 위해 SK는 모바일 기술을 농업에 적극 활용해 농가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SK의 노력은 세종시 연동면에 위치한 농촌형 창조경제 시범사업 ‘세종 창조마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생활 속 창조경제, ‘세종 창조마을’에 가다
#모두 잠든 새벽 3시. 세종시 연동면 명학리에 거주하는 박정규(55)씨의 스마트폰에서 비상사태를 알리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에서 깬 박 씨는 사이렌 소리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창문밖으로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보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박 씨는 당황하지 않고 ‘지붕 닫기’ 버튼을 눌렀다. 비가 차단된 비닐하우스 내부의 실시간 영상을 확인한 박 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지난 2015년 3월 13일, 세종시 연동면 명학리 770번지에 위치한 딸기 하우스에서 만난 박 씨는 이 마을의 소위 ‘딸기 반장’이다. 현재 연동면 명학리에는 20곳의 딸기 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20곳의 농가주인들은 서로 일손을 나누고 시설물 관리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박 씨는 그 같은 일의 중심에서 알음알음으로 이웃 농가와의 소통을 주도해왔다.
그는 “스마트팜(Smart Farm)이 설치되기 전까진 집을 비우기도 어려웠고, 혹여라도 다른 농가 하우스에 문제가 생기면 이웃이 직접 달려가 해결하곤 했다”며 “스마트팜이 도입된 이후부터는 편하게 외출도 할 수 있어 금실도 더욱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확한 딸기를 포장하던 박 씨의 부인은 이 얘기를 듣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스마트팜은 농민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스마트팜(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은 비닐하우스 내부의 온도와 습도, 급수와 배수 등을 원격 제어해 농작물에 최적화한 환경 조성을 도와주는 ICT 플랫폼이다. 농민들은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해 굳이 비닐하우스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든 농작물을 재배하고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팜 시설은 지난해 10월부터 SK그룹과 정부, 세종시가 손잡고 시작한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창조마을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점 추진하는 정책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 현장을 직접 찾아 “농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성공모델을 만들어 ‘잘 사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만들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SK는 이러한 정책에 발맞춰 지난해11월 창조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한 창조경제혁신추진단과 창조경제혁신(CEI)센터를 구축하고, 창조마을 시범사업을 전담할 세종 프로젝트 추진팀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러한 정부와 SK의 협력 속에 탄생한 세종시 연동면 ‘세종 창조마을’에는 현재 100개의 스마트팜과 지능형 영상보안장치 50개소가 설치되어 있다. ‘생활 속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라 불릴 만하다.

기자와 함께 농가를 방문한 현주석 SK창조경제혁신센터 차장은 “지난 10월부터 약 4개월여간 세종시 연동면 일대에 스마트팜과 지능형 영상보안장치 설치를 완료했다”며 “올 상반기 중에는 스마트 로컬 푸드 시스템 사업 등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딸기 포장에 열중하던 박 씨가 잠시 일손을 멈추고 딸기가 재배되고 있는 비닐하우스로 기자를 안내했다. 겹겹이 싼 비닐 문을 열자 코 끝을 찌르는 딸기의 달콤한 향이 침샘을 자극했다. 이처럼 달콤한 향기와 육즙을 지닌 딸기를 재배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듯싶었다. 여느작물이 그러하듯 딸기 재배에서도 온도, 습도, 양분 등 다양한 부분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박 씨는 스마트팜이 재배에 필요한 각 요소를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편리하게 양질의 딸기를 생산할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딸기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5개 부분에서 스마트팜 시설이 적용돼있습니다. 배기 팬, 열등, 수막, 개폐기, 관주(물을 분사하는 관)가 그것이죠. 이 5가지 시설은 딸기 재배에서부터 수확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온도와 습도 관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우선 배기 팬과 열등은 온도 관리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딸기는 15~20℃ 수준에서 가장 잘 생육된다. 그리고 생육된 딸기는 최저 6℃, 최대 30℃ 사이에서 보관해야 그 맛과 당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생육과정과 보관과정 기준 온도가 천차만별인 만큼 온도 관리는농가의 가장 중요한 일거리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농민은 수시로 비닐하우스를 찾아 온도를 점검하고, 적정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배기 팬,열등의 켜고 끄기를 반복해왔다. 박 씨는 과거를 회상하며 비닐하우스 한편에 설치한 배전함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스마트팜 설치 전, 배전함 위에 조그만 온도계 하나를 놔두었어요. 그리고 중고 스마트폰을 하나 사서 영상통화 모드로 바꾼 뒤, 온도계 앞에 철사를 달아 온도계가 보이게끔 스마트폰을 고정했죠. 그리고 집에서 수시로 휴대폰을 통해 온도계를 확인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그게 최선이었지요. 온도는 딸기 생육에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스마트팜 설치 이후, 박 씨는 언제 어디서든 앱을 통해 내부 온도를 확인하고 배기 팬, 열등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심야 시간 예상치 못한 ‘극고온·극저온’ 상황이 발생할 경우엔 스마트폰이 알아서 경고음을 울려 농가주인에게 상황을 전달해준다. 비와 눈, 낙뢰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할 땐 굳이 직접 비닐하우스를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팜을 통해 비닐하우스 지붕을 닫을 수 있다. 박정규 씨는 “스마트팜 덕분에 보다 쉽고 빠르게 딸기 재배 현장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며 “딸기 출하량도 스마트팜 도입 이전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세종 창조마을’에선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영상보안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도난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와 연동면 일대에 설치된 50여 대의 영상보안장치가 ‘마을 보안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CCTV 기능이 탑재된 지능형 영상보안 장비를 마을회관과 고가의 농기구가 보관된 창고, 축사 등에 집중적으로 설치해 농작물 도난 등에 대한 걱정을 한결 덜었다. 함께 만난 강이순 연동면장은 “과거에는 농작물 도난 등이 우려돼 집을 비울 때 주변에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영상보안장비가 설치된 이후에는 이 같은 부담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세종시 연동면은 창조경제전략의 든든한 지원 속에 ICT를 결합한 ‘신개념 창조마을’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세종 창조마을에 불어닥친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SK는 올해 상반기 중 세종시와 공동으로 연동면 일대에 ‘창조형 두레농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창조형 두레농장’은 비닐하우스가 없는 농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대형 비닐하우스에 ICT를 결합해 농작물을 보다 편하게 많이 생산·가공·유통할 수 있게 해주는 영농방법이다. 스마트팜 장착을 통해 농작물 재배에 편의를 제공하고, 또 거기에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을 덧붙여 안정적 농가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창조형 두레마을의 목표이다.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은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을 잘 짜인 기획에 따라 진행하는 영농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영농조직을 구성한 농민들은 서로 생산할 농작물 종류와 생산량을 사전에 정해 중복· 과잉생산을 피할 수 있다. 출하량을 조절할 수 있어 안정적인 소득도 보장받게 된다.

이 밖에도 태양광을 이용한 에너지타운 조성 사업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타운은 세종시 연동면 미호천 일대에 설치되는 300㎾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다.
태양광으로 생산된 에너지의 일부는 지역주민의 생활용 전력으로 사용된다. 나머지 전력은 한전에 판매하는데, 그 수익은 연동면 농가의 비닐하우스 운영과 스마트팜 관리 비용으로 사용된다. SK와 정부는 농가에 돌아가는 에너지 판매 수익이 약 7,000만~8,0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재호 SK CEI센터장은 “ICT를 접목한 지능형 영농기법이 도입되면서 농가소득이 증가하고 부족한 농촌 일손 문제도 해결돼 가고 있다”며 “준비 중인 에너지타운 조성사업과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조속히 완성해 ‘살고 싶은 농촌-삶의 질이 개선된 농촌’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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