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한 정전 피해가구수 168만5,000호를 훌쩍 넘는 역대 1위의 기록이다. 이처럼 정전이 되면 온갖 전자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인들은 그야말로 ‘멘붕’ 상태가 된다. TV는커녕 휴대폰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 채 불 꺼진 집안에서 랜턴이나 촛불에 의지해 멀뚱멀뚱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복구가 지체되기라도 하면 냉장고 속에서 음식이 상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에 있는 물품으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며 조금은 여유롭게 정전을 버텨낼 방법을 소개한다.
조명 랜턴 배터리가 숨을 거뒀는데 새로 구입할 수도 없나? 이때 오렌지가 있다면 꼭지와 배꼽의 중간지점에서 한 바퀴를 돌려 칼집을 내고, 뚜껑을 따듯이 껍질과 과육을 조심스럽게 분리해보자. 반구형 껍질 속에 올리브유를 절반 정도 채우고, 정중앙의 심에 불을 붙이면 6시간 동안 빛을 발한다.
식량 화분처럼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는 흙으로 만든 용기 2개만 있으면 음식이 상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모래 같은 흡수재를 두 용기의 사이에 채워 넣고, 그 속에 음식을 보관하면 된다. 흡수재에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면 물이 증발하면서 흡열반응이 일어나 용기의 온도가 내려간다.
식수 면이나 종이타월로 끈을 만들어 정수필터로 쓸 수 있다. 더러운 물이 담긴 용기에 끈의 한쪽 끝을 담그고, 다른 쪽 끝을 빈 용기에 넣으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흙과 먼지가 걸러진 물을 얻을 수 있다. 단, 미생물은 거르지 못하므로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
1만3,600가구 지난 8월 태풍 ‘나크리’로 인해 제주도와 전남 등지에서 발생한 정전 피해 가구수.
Warning: 이 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화재가 일어나거나, 상한 음식을 먹거나,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 사고에 비하면 정전은 사소한 문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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