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속 초음파 치료(Focused ultrasound)가 절개 없이 전립선암과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By Ryan Bradley
모리 블루멘펠드 Morry Blumenfeld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이 일을 오랫동안 업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모리는 GE 메디컬에서 ‘선행 개발(advanced development)’을 담당했다(35년간 근무하면서 회사가 CT스캔과 MRI 사업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차세대 의학기술을 계속 발굴하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험적 연구를 진행하는 특이한 중소기업들을 찾아내 GE 경영진이 투자하도록 설득했다.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모리는 인체 내 홀로그램 생성을 시도하는 부다페스트의 한 작은 백열전구 회사와 함께 일했다. 모리는 결국 외과수술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애당초 그는 백열전구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찾아간 것이 아니었다. 이 작은 회사의 레이저 부서와 홀로그래피 Holography *역주: 빛의 간섭을 이용한 사진법. 홀로그램은 홀로그래피로 촬영한 결과물이다 경험이 많았던 그 부서 담당자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홀로그램은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후반부터 영상분야에서 CT와 MRI에 이은 유망기술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내시경(튜브형 카메라를 이용한 수술)과 복강경(복부수술. 일반적으로 배꼽구멍을 이용한다) 같은 최소 침습수술이 인기를 끌면서 영상시스템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MRI와 CT로부터 얻은 데이터로 만든 종양 홀로그램을 수술 중 환자의 신체에 투사하면, 의사는 건강한 조직을 건드리지 않고도 종양만 제거할 수 있다. 모리는 레이저를 이용한 이 기술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주파음을 이용한 수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리는 “동료가 ‘초음파를 이용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벌써부터 노벨상 수상식 때 입을 턱시도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초음파를 한곳에 집중시키는 방법은 1940년대부터 등장했기 때문에 당시에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전이 더딘 분야였다. 모리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그는 “나뭇잎 위에 돋보기로 태양빛을 모아 태우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마찬가지 현상이 (수술에서도) 일어난다. 열을 발생시켜야 하지만 끓이는 것처럼 너무 과해서는 안 된다. 계란이 익는 것처럼 세포를 변질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MRI는 온도를 측정하기 때문에 MRI를 찍는 과정에 초음파 수술을 삽입하면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과정이 이론상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개발되기까지는 여러 해가 걸렸다. 하지만 모리와 회사 측은 ‘이 기술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큼 혁신적인 적용’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2년 랜싯 종양학지(The Lancet Oncology) *역주: 종양학, 신경과, 전염병에 특화된 세계적인 의학학술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전립선암 치료술로 ‘집속 초음파 치료(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이하 HIFU)’의 잠재력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전립선암 수술에서 의사들이 보통 전립선 전체를 제거하다 보니 주변 신경 및 근육 조직은 훼손된다. 수술환자 중 약 15%는 배변 장애를 겪으며 70% 정도는 발기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HIFU-의사들이 연소시키는 암조직의 크기는 쌀 한 톨 크기만큼 작다-치료를 받은 남성 40명 중 90%는 수술 후에도 발기가 가능했으며, 요실금을 겪는 환자도 없었다. 무엇보다 95%는 1년 후 암이 완치됐다. 그 밖에 잠재력이 큰 분야는 뇌수술 영역이다. HIFU는 환자가 완전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도 절개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으며 회복 기간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 수술 시간은 2시간 미만이며 수전증-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증상이 비슷하며 손 떨림을 유발한다-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도 치료가 가능하다. 또 HIFU는 투여되거나 흡수된 약물의 작은 거품들을 터트리기 때문에 약물 흡수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의 근본적인 의미를 재정립할 이 기술은 지지부진한 의료시스템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래서 닐 카셀 Neal Kassel과 같은 지지자가 필요하다. 닐은 신경외과수술 분야의 거물이자 집속 초음파수술 재단(Focused Ultrasound Foundation)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모리, GE 헬스케어의 CEO 톰 젠틸리 Tom Gentile,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하워드 스티븐슨 Howard Stevenson,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 John Grisham을 재단 이사회에 초빙했다. 그리고 자문위원으로 마이클 밀켄 Micheal Milken, 발명가 딘 카멘 Dean Kamen, 전 CIA 스파이이자 영화 ‘아르고 Argo’의 실제 주인공 토니 멘데스 Tony Mendez 등도 초대했다. 닐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말했다. “HIFU가 MRI만큼 중요하다는 건 가정이었다. 하지만 점차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닐이 할 일은 의료업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더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다.
포춘 홈페이지에서 데이비드 모리스 David Z. Morris가 신기술에 대해 쓴 ‘비밀번호와 개인식별번호, 그리고 자동차열쇠를 모두 없애버려라(Kill the Password. And the PIN. And the Car Key)’ 기사를 꼭 읽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