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 성장의 동반자이다. 글로벌 부품업체의 기술력을 따라잡고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면서 어느덧 글로벌 업계에서 무시 못할 위치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대·기아차에 치우친 매출 구조를 바꿔야 한다. 조금씩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현대모비스가 전 세계 자동차 부품업계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올해 6월 글로벌 자동차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해 신차용 부품 매출액 247억 달러(약 25조 2,000억 원)-지난해 현대모비스의 전체 매출액은 32조 1,986억 원이었다-를 기록한 현대모비스를 글로벌 부품회사 6위에 올렸다. 이 수치로만 보면 현대모비스가 세운 전사적 목표 ‘2020 글로벌 톱5’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현대모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쉬나 컨티넨탈, 덴소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로 성장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 현대·기아차는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부터 현대·기아차는 실력 있는 부품업체를 보유해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2만여 개에 달하는 부품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탄생하는 종합 기계 제품이다. 사소한 부품 하나라도 결함이 있을 땐 차량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핵심 계열사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생산 합리화 전략에 따라 모듈화를 도입했다. 국내 최초였다. 모듈은 개별 부품을 덩어리로 묶은 부품 결합체를 의미한다. 모듈화를 도입하면 완성차를 만들 때 2만 개에 달하는 부품을 각기 따로 부착하는 것보다 조립이 쉬워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의 발전에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현대모비스는 철저히 현대·기아차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왔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를 위해 부품을 만들어 왔다. 현대·기아차가 성장한 만큼 현대모비스도 함께 덩치가 커졌다. 외형적인 성장은 했지만 냉정히 들여다 보면 편식에 의한 몸집 불리기였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는 9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부품기업을 목표로 하는 현대모비스로선 커다란 약점이다. 반드시 매출처를 다양화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까지 해외 완성차 업체 매출 비중을 20%까지 늘리고, 글로벌 자동차부품 톱5 업체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글로벌 납품·생산 과제
현대·기아차만 바라봐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걸 현대모비스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의존도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 “현대·기아차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냉철한 관점에서 현대모비스의 현재 수준을 평가해야 한다”며 “앞으로 현대모비스는 기술력 확보와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선 제품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중장기 개발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미래 핵심기술 개발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기아차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외 완성차에 대한 제품 공급 확대는 현대모비스의 기술 경쟁력 향상은 물론,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부품 공급 아웃소싱을 확대함에 따라 현대모비스도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실제 현대모비스는 2009년 이후 해외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모듈 및 부품을 잇따라 수주했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 매출은 4년 새 5배나 급증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 매출 총액은 26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였다. 지난 2009년 5억 3,000만 달러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현대모비스는 크라이슬러, GM, 다임러, BMW, 미쓰비시 등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해외 완성차 공급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BMW와 폭스바겐에는 램프, GM에는 주차브레이크와 중앙통합스위치, 다임러그룹에는 지능형배터리센터와 오디오 등을 공급한다. 2010년부터는 미국 크라이슬러 디트로이트 공장에 프론트 및 리어 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모비스 부품이 들어간 크라이슬러 차량의 누적 생산이 100만 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크라이슬러에 공급할 5억 3,000만 달러 규모의 헤드램프와 리어 램프를 신규로 수주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정 사장은 취임 후 최근 5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 중동 등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현대모비스 법인을 직접 방문했다. 정 사장은 품질 향상과 기초역량 강화를 지시하며 “완벽한 품질을 위해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 생산거점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한국과 중국, 인도에 4개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한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기아자동차 중국 장쑤성 옌청3공장 인근에 모듈3공장도 새로 짓는다. 인도에서도 2개 공장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광주공장에도 생산라인을 추가한다. 현대모비스가 대대적인 글로벌 설비 증설에 나서는 건 꾸준히 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물량에 맞추고 물류비 절감과 현지 대응력을 함께 키우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 이외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부품 공급처를 확대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첨단기술 중심 고부가가치 창출
현대모비스는 후발주자다. 그동안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고 핵심부품들을 국산화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글로벌 선진 부품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만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첨단기술들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2015년까지 3년간 연구개발에 1조 8,000억 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인력을 2020년까지 3,000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신규 채용된 연구원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262명이었다. 연구원 1인당 교육시간도 지난해 174시간으로 늘어나 전년 대비 시간이 22%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기존 기계시스템 부문에 첨단 전자기술을 접목해,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능동형 안전장치와 첨단운전자지원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적응형 순항 제어장치, 차선이탈방지 및 제어 장치, 상향등 자동 전환 장치,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액티브 시트벨트, 보행자보호에어백,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주차보조시스템 등 안전 편의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친환경 자동차에 적용되는 핵심부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세대 스마트카 및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 부품 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수소연료 전지차(FCEV) 구동모터, 전력전자부품, 리튬 배터리 패키지 및 연료전지 통합모듈 등은 현대모비스가 쌓아온 기술력과 품질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제조 사업에선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젠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독자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기존 제조 중심의 덩치키우기 구조에서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 구조로 체질을 개선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현대모비스 자신은 물론, 현대·기아차의 미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