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팀이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우리 경제에 활력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그의 정책에선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 의미와 방향성을 짚어본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충격을 받은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하지만 경제가 제 궤도를 벗어난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자신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뉴노멀’이라는 개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세계 경제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으로 진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균형 혹은 상황을 의미하는 뉴노멀이 과연 과거보다 더 좋은 것이냐는 데에 있다. 새것이라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듯, 위기 이후 전개되는 새로운 상황이 꼭 과거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세계 경제는 부채·재정적자·일자리 창출 능력 부재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개선의 조짐도 보이지만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양적완화를 통해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었고, 또 아직도 공급되고 있는데도 인플레 조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과거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유동성이 풍부해도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본격적인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막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커녕 디플레 조짐마저 나타나는 모습이 관찰된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 여러 군데에서 목격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큰 흐름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고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어 2016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또 저성장 저금리 현상으로 금융권이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그리고 과포화 수준의 자영업 문제가 겹치면서 경제가 힘을 잃고 있다.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커다란 것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최경환 신임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진입하는 초기단계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게다가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 즉 거버넌스 문제는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국회는 국회선진화법에 발목을 잡혀 법안이 제때에 잘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많은 중요한 문제들이 정쟁의 대상이 되면서 시원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하지만 반가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에 희망의 기운이 돌고 있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간다는 부총리의 지적은 뉴노멀에 대비한 새로운 시각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에 화답하듯 주가도 박스권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심리도 높아지고 있고, 경기회복에 대한 약간의 긍정적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최근 LTV와 DTI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기조의 변화로 부동산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사실 부동산 가격의 적절한 상승 추세는 매우 의미가 있다. 조금이라도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야 매수세가 형성되고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된다. 부동산도 일종의 내구소비재인 만큼 가격이 물가상승률 정도는 상승해야 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7월 말 발표된 새 경제팀의 정책 추진방향은 매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우선 경제 정책으로의 접근 기조를 과감한 정책 대응, 직접적 방안 강구, 가시적 성과 도출로 설정했다. 약간 수사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감’ ‘직접’ ‘가시’ 등의 어휘들이 적극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정책목표로 내수활성화, 민생안정, 경제혁신의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각각의 목표별로 여러 가지 세부 정책과제를 담아냈다.
이 정책 방안들 중 우선 눈에 띄는 건 ‘내수활성화’ 목표에 포함된 과제들이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거시정책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제를 위해 재정 보강 12조 원과 금융 지원 29조 원 등을 합쳐 총 41조 원의 재정패키지를 제시했다. 또한 가계소득 확충 정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근로와 배당소득 세제를 가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기로 하고, 실제로 세제 개편방안을 통해 이를 구체화 시켰다. 그리고 일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즉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해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투자나 임금인상, 배당에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마련했다. 정책에 대한 비판론도 있지만, 이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활성화와 경기부양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가운데 도입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추진을 하면서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생안정’ 과제에 소상공인 지원,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사정 복원 대화 추진 등을 포함시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지금 과포화 상황이다. 약 450조 원의 부채가 이 분야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이 분야에 대한 지원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고 동시에 적절한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 이 분야의 과포화 상태를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최경환 경제팀은 ‘경제혁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개혁, 그리고 유망서비스업 육성 등의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새로운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정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과제들이다. 이를 다시 새 경제팀의 정책 청사진에 포함시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특히 유망서비스업 육성 과제는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가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 우리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과제이다.
‘경제살리기’는 7·30 재보선의 여당 승리에도 크게 기여했다. 때문에 야당의 보다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단 과제를 추진하도록 지원을 한 뒤 성과를 보고 질책하는 분위기 정착이 필요하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된다’는 식으로 계속 발목을 잡아 정책 자체가 좌절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지양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무언가 분위기를 바꿀 활력소, 빠르고 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순기능이 큰 정책은 추진할 가치가 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새 경제팀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윤창현 원장은…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 한국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