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는 고급화를 경쟁력의 방향으로 설정했다. 푸조의 새로운 방향성을 나타낸 모델이 바로 뉴 308이다. 해치백 모델인 뉴 308이 고급스러운 소재와 다양한 편의장치를 달고 해치백의 강자가 되기 위해 고속 질주를 하고 있다.
하제헌 기자
푸조 뉴 308은 2008년 국내 출시한 308의 풀 체인지 모델이다. 뉴 308은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벤츠 S 클래스, BMW i3 등을 제치고 ‘2014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2014)’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에는 지난 6월 말, 아시아 최초로 공식 출시됐다.
새로운 푸조 308은 이름만 빼고 모든 걸 바꿨다. 새로운 플랫폼을 적용했고 고급스러운 장비를 달았다. 디자인도 한층 세련되게 만들었다.
뉴 308은 전형적인 해치백 모양을 하고 있다. 과거 모델에 비해 훨씬 단정해지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더 나아가 야무져 보이기까지 한다. 날렵한 헤드램프와 납작한 후드에서 이어지는 옆 모양은 불필요한 곡선을 최대한 없앴다. 낮은 차체는 전체적으로 스포티하고 간결하다. 차량의 전면 그릴은 크롬으로 감싸 우아함을 더했다. 범퍼 하단에 자리한 커다란 공기 흡입구는 뉴 308의 성능을 은근히 드러낸다. 리어램프에는 사자가 할퀸 발톱 자국을 담았다. 푸조 차량임을 단번에 드러내는 부분이다. 헤드램프는 뉴 308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부분이다. 동급 모델 중 최초로 62개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를 탑재했다. 터널 진입 순간처럼 순간적 조도 변화가 있는 환경에서 0.2초 이내에 반응해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돕는다.
운전석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듯 보인다. 푸조는 이를 두고 ‘아이-콕핏(i-Cockpit)’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얻은 인테리어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콤팩트한 크기의 스티어링 휠이 눈길을 끈다. D컷 스티어링휠은 최대 직경이 351mm에 불과하다. 직경이 작아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다. 계기반은 일반 차량보다 약간 위쪽에 설치돼 있다. 앞창에 정보를 띄우는 일반적인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쉽게 여러 정보를 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오디오나 공조장치 버튼은 싹 사라졌다. 대신 이 기능들은 9.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스크린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운전석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다.
실내는 고급 마감재로 구성했다. 가죽과 크롬장식, 새틴크롬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앞 좌석은 스포츠 버켓 시트다. 놀랍게도 가죽과 알칸타라로 만들었다. 동급 차량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고급 소재다. 딱딱하지도 푹신하지도 않다. 차량 움직임이 보이는 특성과 닮아있다. 등받이는 수동식이다. 다이얼을 돌려서 각도를 맞춰야 한다. 유럽산 해치백 차량에서는 당연하다. 하지만 뉴 308은 앞좌석에 안마 기능을 집어 넣었다. 푸조가 뉴 308을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뒷좌석은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 지붕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어 개방감도 좋다. 뒷좌석 등받이는 접을 수 있다. 스키스루도 있어서 굳이 접지 않고도 긴 물건을 실을 수 있다.
뉴 308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의 새로운 플랫폼인 EMP2(Efficient Modular Platform 2)를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차체를 경량화했고, 차량 구조를 바꿀 수 있었다. 차량 크기는 길이 4,255mm, 너비 1,805mm, 높이 1,470mm, 휠베이스 2,620mm로 아담하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는 20mm 짧지만 자세는 30mm 낮아졌고 너비와 휠베이스는 10mm 넓어졌다. 기존 모델에 비해 무게는 140kg을 줄였다. 덕분에 민첩한 달리기 실력을 선보인다.
뉴 308은 새로운 4기통 2리터 디젤엔진을 얹었다.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블루HDi 디젤엔진이다. 기존 e-HDi 엔진이 가진 뛰어난 효율과 HDi 엔진의 다이내믹한 성능을 모두 가진 것이 특징이다. 최대출력 150마력에 최대토크 37.8kg·m을 발휘한다. 디젤엔진 특성상 최대토크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엔진 회전구간(2,000rpm)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도심에서도, 추월 시에도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다. 실제 가속감이 참 좋다. 지속적으로 속도를 높여가는 실력도 상당하다. 변속기는 자동 6단이다.
변속감이 매끄럽다. 7~8단 변속기에 비해 크게 아쉬운 점은 느끼지 못했다. 푸조의 장기인 고효율 주행도 유효하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리터당 14.6km(도심 13.4km/l 고속도로 16.4km/l) 이다.
코너링 느낌은 깔끔하다. 급한 핸들링 상황에서도 침착하다. 칼 같은 독일차보단 조금 부드럽게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과감하게 운전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뉴 308은 17인치 타이어를 신었다. 서스펜션은 조금 단단하다. 승차감보다 정확한 몸놀림을 중시한 세팅이다. 운전대와 시트를 통해 전달되는 노면 상태는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뉴 308은 안전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이 탑재돼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알아서 조절해준다. 원하는 속도로 맞춰두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달릴 수 있다. 앞 차와 가까워지면 속도를 스스로 줄여 거리를 유지해준다. 여기에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적용해 비상시 긴급제동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푸조의 한국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는 2014 상반기 푸조 글로벌 판매량이 85만3,000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증가한 수치다. 푸조의 글로벌 판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모델이 바로 뉴 308이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2014년 상반기까지 10만 대가 넘게 판매됐다.
푸조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고급화’와 ‘대중화’를 선택했다. 브랜드의 이런 방향성을 나타낸 차가 뉴 308이다. 푸조는 뉴 308을 ‘동급 최고(Best in class)’라고 부르고 있다. 푸조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뉴 308은 단순한 감성 품질과 편의·안전품목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여기에 소비자 취향까지 보편적인 글로벌 시장에 맞췄다. 가격은 기본형 ‘악티브’가 3,390만 원, 상위트림 ‘펠린’이 3,74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