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태블릿 PC가 휴대성과 간편함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노트북과 비슷한 방향으로 방점을 찍고 있다. 노트북을 경쟁 상대로 하여 웹서핑이나 영화 감상, 사진앨범 등 업무와 작업에 활용 가능한 생산적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은 대다수 태블릿 PC들이 모바일 운영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어 업무 용도로는 적합지 않다. 키보드를 별도로 사용하더라도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태블릿 PC 유저들은 노트북을 따로 들고 다닌다.
하지만 ‘서피스 프로3’라면 얘기가 다르다. 노트북의 DNA를 이식, 다양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노트북과 PC용 프로그램들을 설치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과 키보드, 마우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등 편의성도 뛰어나다.
전자책과 문서를 종이처럼
현재 태블릿 PC의 화면비율은 동영상 감상을 위한 16대 9가 대세다. 반면 서피스 프로3는 3대 2의 화면비를 갖고 있다. 생산적 작업에 최적화시킨 선택이다. 실제로 이 화면비는 전자책이나 문서를 표현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비율이다. PDF, MS 워드, MS 파워포인트 등의 포맷으로 제작된 문서를 잘리는 부분 없이 꽉 찬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화면비는 웹서핑 시에도 효율적이다. 화면을 세운 뒤 웹브라우저를 띄우면 화면 전체가 웹브라우저로 채워진다. 글씨 크기도 적당하고, 화면에 보이는 영역도 넓다. 16대 9 비율의 경우 글씨가 너무 작거나 가로·세로가 잘려 나오는 일이 다반사지만 서피스 프로3에서는 이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서피스 프로3는 12인치(30㎝) 화면을 장착했음에도 중량이 800g에 불과하다. 이전 모델(910g) 대비 휴대성이 한층 강화된 것. 활용도는 노트북, 덩치는 태블릿 PC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하드웨어 사양의 경우 CPU는 인텔 4세대 코어 제품군(i3·i5·i7), 메모리는 4GB와 8GB 가운데 선택이 가능하다. 저장매체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가 탑재되며, 64·128·256·512GB 4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다만 구입 당시 하드웨어 사양을 결정한 뒤에는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 그 흔한 램(RAM)도 추가할 수 없다. 노트북이었다면 논란의 대상이 됐겠지만 태블릿 PC의 태생적 특성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전체적 성능은 웬만한 노트북을 뺨친다. 간단한 문서작업은 물론 3D 온라인게임도 즐길 수 있다. 윈도8 운영체제가 지원하는 멀티태스킹 기능 역시 훌륭히 소화하며, 다소 버겁기는 해도 동영상 인코딩까지 해낸다. 노트북과 동일한 인텔 CPU가 채용된 만큼 최고 성능은 여타 태블릿 PC와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이다.
스타일러스펜과 키보드의 앙상블
필기 입력용 스타일러스 펜을 활용하면 더욱 효율적인 문서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펜에는 단순한 필기 입력 외에 지우개와 전용 프로그램(원노트) 실행 기능 등이 담겨 있다. 키보드 작업 중 펜을 꺼내 버튼을 누르면 즉각 원노트가 실행된다.
필기감 또한 역대 서피스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 글씨를 쓰면 지연시간 없이 화면에 표시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 하다. 덧붙여 화면에 펜이 가까이 위치하면 다른 입력은 전면 차단된다. 필기 중 화면에 손바닥이 닿으면서 발생하는 입력오류를 막아주는 ‘팜 블록(Palm Block)’ 기능이다. 덕분에 종이에 글을 쓰듯 편안히 필기가 가능했다.
옵션 제공되는 키보드도 완벽한 동작을 자랑한다. 평소에는 화면 커버처럼 사용하다가 필요시 펼치기만 하면 된다. 특히 키보드에 얕은 경사가 있어서 입력감이 탁월했다. 키의 크기가 노트북과 비슷한 15㎜여서 키 입력 오류를 저지를 빈도도 낮았다.
기존의 태블릿 PC용 키보드가 액세서리였다면 서피스 프로3의 키보드는 노트북에 달려있는 듯한 키 입력감을 선사한다. 백라이트에 힘입어 어두운 곳에서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하단의 트랙패드 덕택에 마우스 없이도 웬만한 작업을 물의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단, 키보드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16만원이라는 부분은 아쉬웠다. 윈도8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키보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키보드 없이 며칠간 사용해보니 마치 반쪽짜리 기기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서피스 프로3는 노트북과 태블릿 PC 사용자에게 모두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 만한 녀석이다. 성능과 휴대성, 편의성을 등을 두루 갖춘 팔방미인이라 표현할 수 있다. 새 노트북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기존 태블릿 PC가 지겨워진 사람이라면 지갑을 열어도 크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SPEC]
크기: 201.3×292×9.2㎜
중량: 798g
디스플레이: 12인치(30㎝) 풀HD(2160×1440)
CPU: 인텔 코어(하스웰) i3·i5·i7
램: 4~8GB
저장매체: SSD 64~512GB
카메라: 500만 화소
배터리 수명: 최대 9시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