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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최초 가족친화기업 “행복한 일터라야 능률이 오르죠”

The Best Company for Women ⑤ BT&I

‘행복한 일터’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우는 회사가 있다. 기업체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여행사 BT&I다. BT&I는 지난 2011년 여행업계 최초로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도,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형 여행사도 아니지만 직원들을 대하는 마음은 여느 기업 못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송경애 사장은 가족친화인증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있다. 그는 회사가 가진 가용 자원의 많고 적음은 가족친화경영을 시행하는 데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김태환 www.circus-studio.net


송경애 사장이 27년 전 세운 BT&I는 기업체 전문 여행사다. 각 기업 요구사항에 맞춘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패키지 여행과는 달리 부가가치가 높다.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시행하는 인센티브 여행과 각종 MICE 행사를 기획하고 제공해 연매출 3,228억 원(2013년 항공권 판매 실적 기준)을 올리고 있다. BT&I는 2012년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합병했다. 합병 이후 법인명을 SM C&C로 변경하고 ‘K팝과 관광’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BT&I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상용 여행 사업도 펼치고 있다. 온라인사업부인 투어익스프레스는 항공 예약과 자유여행, 호텔트리스는 해외호텔 부문과 인바운드 사업 등을 맡고 있다.

포춘코리아 선정 ‘2011년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인물’에 선정됐던 그는 ‘행복한 일터’를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BT&I는 여행업계에서 여성들이 다니기 좋은 직장으로 첫 손에 꼽힌다. 2011년 여행사 중 처음으로 가족친화인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과정엔 송 사장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같은 여성으로서 워킹맘이 겪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 송 사장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후 경제활동을 계속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송 자장은 임산부와 육아를 위한 탄력근무제, 육아 휴직제, 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육아로 인한 퇴사직원 재입사 기회 확대, 저녁 회식 없는 기업문화 만들기 등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 밖에도 직원들의 자기계발 지원, 금연 클리닉 운영, 부모님 초청 해외여행, ‘부부의 날’ 행사, 임직원 자녀를 위한 ‘키즈 데이’ 등 가족친화 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중구 무교동에 자리한 BT&I 회의실에서 송경애 사장과 송화정 부장, 신재현 부장을 만났다. 세 사람은 모두 워킹맘이다. 송화정 부장과 신재현 부장은 BT&I에서만 20년째 근무 중이다. 세 사람의 대화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여성 직원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신재현 부장 :
전체 직원 350명 중 70%가 여직원이다. 전통적으로 여행 업계에는 여성인력이 많은 편이다. 예전부터 항공발권 업무를 여성들이 많이 했다. 전체 직원들 중 35% 정도가 기혼자다.


사내 여성 직원 간 네트워크가 있는지 궁금하다.

송화정 부장 :
회사 내에 워킹맘 모임이 있다. 특별한 활동을 한다기보단 서로 정보 교환을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 엄마들끼리 나누는 아이들 교육 문제에 대해 정보력이 떨어진다. 간혹 주워들었던 것들을 워킹맘 모임을 통해 공유한다.

송경애 사장 : 우리 회사는 저녁 회식이 없다. 그래서 점심 때 워킹맘들이 모여서 회식을 한다. 퇴근 후엔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 저녁 회식은 부담스럽다. 회식은 화합을 하자는 건데 꼭 밤에 해야 할 이유는 없다.


2011년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애초에 여성 인력을 키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나?

송경애 사장 : 가족친화인증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회사 내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보니까 가족친화인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원 자녀를 위한 키즈데이, 부부의 날 행사 등 다른 회사에서 보기에는 색다른 일들을 많이 하고 있었다. 제가 직접 직원 부모님들을 모시고 해외여행도 간다.

송화정 부장 : 회사에서 20년을 근무했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그 일을 대신 해줬다. 그 후부터 저희 아버님이 사장님 명함을 지갑에 가지고 다니신다. 매우 즐거워하셨다. 회사 남자 차장 한 명은 사장님께 “이런 일은 삼성도 못하는 겁니다”라고 말해 모두 웃었던 기억이 난다.

송경애 사장 :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 행복한 일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부부의 날엔 저녁식사를 하면서 서로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그걸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줬다. 키즈데이 때는 자녀들을 회사로 초청해서 엄마 아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백설공주 의상을 입고 아이들을 맞는다.

송화정 부장 : 저희집 아이들은 지금도 엄마 회사가 늘 그런 모습인 줄 안다. 백설공주 사장님으로 안다(웃음).

송경애 사장 : 이런 것들이 밖으로 알려졌다. 마케팅 팀에서 가족친화인증제도가 있다는 걸 알고 나서 신청했는데 여성가족부에서 벤치마킹할 기업이라며 놀라워했다. 대기업에는 예산도 많고 여러 가지 잘 짜인 프로그램도 많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제약 조건이 많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하는 것들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우리를 벤치마킹했다. 지난 5월에도 CEO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분들이 우리 회사를 찾아왔다. 대기업이나 경찰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가족친화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한 시점과 그 이유가 궁금하다.

송경애 사장 : 나는 가족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이 행복해야 회사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엔 이혼한 사람들이 없다. 아이를 셋 가진 직원들도 많다.

송화정 부장 : 사장님이 가족친화기업을 하겠다고 해서 달려든 건 아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 일에서도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잘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신재현 부장 : 밑에서 기획한 일들이 위에 올라가서 막히는 일이 있는데, 우리 회사는 거꾸로 사장님이 먼저 아이디어를 준다.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사내 문화로 정착한 것 같다. 부부의 날 행사 때 남편한테 회사에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하니까 부담스러워했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 정장 입고 가서 저녁 먹고 장기자랑도 한다는 걸 처음에는 어색해 했다. 그런데 한번 경험한 다음에는 뜻 깊게 생각한다며 우리 회사가 부럽다고도 말했다.

송화정 부장 : 회사에서 하는 이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겪어보면 자부심이 생긴다.


송 사장께선 2012년부터 가족친화포럼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송경애 사장: 각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례들을 공유한다. 그런 사례들을 접한 뒤 각자 자신들에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도와준다.


과거 여성친화경영에서 이제는 가족친화경영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가족친화기업이 되기 위한 사내 제도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송경애 사장 : 예전에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려고 재직증명서를 떼가는 직원들이 많은 걸 알게 됐다. 도저히 돈을 모을 수 없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었다. 그래서 1995년에 3+1 제도를 시행했다. 3년을 근속하면 1년 연봉을 더 주는 제도였다. 3+1 제도를 시행해 실제로 1년치 연봉을 주기 시작한 게 1998년 외환위기 때였다. 몇 년 후 인센티브 제도로 바꿨다. 직원들에게 맞벌이를 한다면 한쪽이 버는 돈을 모두 저축하라고 했다. 직원들에게 목돈을 만들어 주려는 생각에서 펀드도 시작했다. 손실이 나면 내가 메워주겠다고 얘기했다.

송화정 부장: 큰 금액도 아닌 데다가 개인이 가면 은행에서 펀드 관리를 제대로 안 해주는 것 같았다. 사장님이 증권사 한 곳을 지정해서 단체로 컨설팅을 받게 했다. 그렇게 펀드를 시작한 지 4년째다. 원금이 손실나면 채워주겠다는 사장님 말만 믿고 직원들이 펀드에 많이 가입했다(웃음).

송경애 사장: 우리 식구 35명 정도가 현재 펀드에 가입해 있다. 직원들이 돈을 모아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시작했다. 나는 직원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는다. 식구라고 말한다.

신재현 부장: 법에서 정한 육아휴직 기간을 초과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2~3년을 쉬어도 회사에서 다시 받아준다. 우리 회사에는 여성들이 일을 쉬었다가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걸 말하고 싶다.

송화정 부장: 나도 1년 4개월 쉬다가 복귀했다. 여러 가지 제도도 중요하지만 눈치보지 않고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다.

신재현 부장 : 5년 전부터 금연 기업을 선언했다. 진짜 금연했는지 사장님이 직접 모발검사까지 의뢰한다.


송 사장 자신이 여성이라서 더 세심하게 직원들을 살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송경애 사장: 맞는 것 같다.

송화정 부장: 여행사에는 당직제도가 있다. 우리 회사도 토요일 당직을 선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여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신재현 부장: 사장님이 여성이라서 여자들의 심리나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남자 사장이었다면 잘 몰랐을 부분까지 챙긴다. 술 권하는 문화도 없고 접대도 없다. 우리 회사 직원들 평균 근속 연수는 5년이다. 다른 여행사의 경우는 보통 1.6년 정도다.

송경애 사장: 송 부장과 신 부장은 정말 저와 가족 같은 관계다. 우리 회사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거의 회사 설립 처음부터 함께한 사이다.


가족친화인증제도에 대한 송 사장 개인의 견해가 궁금하다.

송경애 사장 :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기업들이 좋은 사례를 접해야 한다. 굳이 큰돈 들이지 않아도 가족친화경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지레 짐작으로 자신들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의지만 가지고 있으면 실행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여성인력 고용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여성 고용 창출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송경애 사장: 지난주에 채용한 12명 모두가 여성들이다. 여성인력 고용창출 상이 있다면 내가 받아야 한다(웃음). 하지만 애초부터 여성만 뽑으려고 한 건 아니다. 그런데 보면 안타까운 분들이 있다. 나이가 많거나, 유난히 뚱뚱하거나, 공부만 해서 경험이 없거나 등등. 다른 곳에서는 뽑지 않을 것 같은 조건을 갖춘 분들이다.

송화정 부장: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송 사장님은 일자리창출위원회 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송경애 사장: 우리 회사에는 퇴사했다가 다시 들어온 직원들도 많다. 재입사 했을 때 격려금 100만 원도 준다. 예전에는 재입사하라고 광고를 낸 적도 있다. 관계를 중시하는 편이다.


‘가족친화=여성직원 우대’라고 생각하는 남성들도 있다.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남자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송화정 부장: 모든 회사 프로그램에는 당연히 남자 직원들도 참여한다. 물론 사장님이 여직원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웃음).

신재현 부장: 얼마 전 가족 캠프를 계획했다. 숙박까지 예약을 했는데 남자직원들 출장이 겹쳐서 계획을 연기했다.

송경애 사장: 가족캠프 대상은 아이가 있는 직원들이었다. 우리 회사는 싱글인 직원들이 불만이 생길 정도로 가족적이다. 자기들도 좀 챙겨달라고 한다. 싱글인 직원들을 위한 단체 미팅을 주선하려고 한다. 1박 2일은 좀 위험할 수도 있어서(웃음) 당일치기로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송화정 부장: 엄마가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게 자기들한테도 좋다는 것을 이제는 아이들도 안다. 협조도 잘 해준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1년 4개월 정도 회사를 쉬었다.

신재현 부장: 아이가 어릴 때 언니의 도움을 받았다. 남편도 많이 도와준다. 사내 결혼을 했는데 지금은 다른 회사로 옮겼다. 또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고 있는 직장이 어떤 곳인지를 키즈데이 때 보고 나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송경애 사장: 아들만 둘인데 다 대학생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양보다는 질로,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땐 철저하게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과 가정을 병행한다는 건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우리처럼 워킹맘을 이해해 주는 회사에 다닌다면 더 좋을 거다.


워킹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또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송경애 사장: 사실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들은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외국 못지않게 프로그램들이 잘 되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끊임없이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미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기업 환경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는 시절이다. 열심히 일을 해야 기업이 생존할 수 있다. 그래야 기업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직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더 많이 놀고, 더 많이 혜택을 달라고 하는 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다. 어차피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위해선 일정 부분 희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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