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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보호의 대가

기업들은 고객이 만들어낸 콘텐츠와 정보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 2월 페이스북은 메시징서비스 ‘왓츠앱’을 190억 달러라는 거금에 인수했다. 벤처 기반 기업의 인수합병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페이스북이 이 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다소 미묘하지만 명백한 이유가 숨어 있다. 바로 월간 이용자수 5억명을 자랑하는 왓츠앱이 소유한 방대한 개인정보다.

왓츠앱은 연간 0.99달러의 유료 서비스였다. 광고나 데이터 마이닝, 그리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속임수를 전혀 쓰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비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왓츠앱은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의 소유가 됐다. 과연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이 유지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평범한 일이었다. 예컨대 우표를 붙이고 우체국에서 보낸 편지는 법적 보호를 받는다. 제3자가 개봉할 경우 형법상 비밀침해죄로 처벌받는다. 또한 이메일 보급초기에만 해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들은 법원 명령이 없는 한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핫메일과 야후, 지메일, 트위터 등의 무료서비스가 나오면서 얘기는 달라졌다. 이들은 분명 무료지만 돈을 벌고 있다. 어떻게 그럴까. 세부전략은 달라도 고객을 상품으로 보고, 고객의 콘텐츠와 정보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한다는 부분에서 교집합을 갖는다.

특히 고객 정보 이용은 점차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 교활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의 온라인 활동을 모니터링해 보험사기 여부를 사전 분석하는 것이 그 실례다. 수년전 미국의 유통기업 타깃은 10대 임산부의 집에 아기용품 쿠폰을 보내 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들키게 만든 적도 있다.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인터넷에 접속하는 순간, 거의 모든 활동이 추적·기록·분석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일지도 모른다. 혹시 의구심이 생긴다면 온라인 보안서비스 디스커넥트(disconnect.me)의 서비스(유료)를 이용해보자. 온라인상에서 당신을 몰래 추적하고 있는 시스템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을 감시하는 인터넷에도 큰 반감을 표명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실시된 한 연구에서 미국 성인들 대다수는 구매예정인 상품을 점쟁이처럼 알고 보내는 광고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럽 네트워크 정보보안 기구(ENISA)의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93%가 기업이 개인정보를 지켜주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고, 31%는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추가비용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미 몇몇 기업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위커(Wicker)’라는 유료 메시징 앱은 메시지를 암호화해 발송하고, 발송 후 완벽히 파기한다. 이메일 암호화 분야의 선구자인 필 짐머만이 설립한 사일런트 서클의 경우 월 10달러의 이용료를 받고 모바일 기기에서 전송된 문자메시지와 음성통화, 파일 등을 암호화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사와 마케터, 스패머들이 대담하게 우리의 정보를 수집·분석·이용할수록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 간극을 메워줄 서비스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1,500개
데이터 분석 마케팅 전문기업 액시엄(Acxiom)이 온라인 활동을 분석해 알아내는 개인당 평균 정보 수. 이 회사는 이 정보를 주제별로 분류·가공해 다른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 방대한 양의·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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