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전문가와 산업 종사자 사이에선 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일반인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업종 내 1위 기록이 무색하게도 올스타50에선 늘 30위 안팎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삼성생명은 올스타50 순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일반인들도 삼성생명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기업 명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삼성생명이 올해 9위까지 단박에 오를 수 있던 것도 역설적이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실력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는 사람’들은 삼성생명을 늘 으뜸으로 꼽아왔다. 전문가와 산업 내 종사자가 뽑는 산업별 순위에서 삼성생명은 거의 매년 (2011년 한 해를 제외하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9가지 평가항목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 9개 항목에서 모두 산업 내 1위를 놓치지 않은 건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이 같이 탄탄한 기반이 받쳐 주었기에 삼성생명은 올해 올스타 9위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삼성생명은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다. 시장지배력과 브랜드 가치 모두 경쟁사를 압도한다.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커 맏형 노릇을 하고 있다. 포춘 글로벌 500에도 이름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그렇지만 초일류기업을 목표로 하는 삼성의 기준에는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에 혁신과 변화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올 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사장은 글로벌 전문가다. 삼성물산 출신인 김 사장은 2012년 삼성화재 대표이사로 옮긴 뒤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013년에는 다시 삼성생명으로 전진 배치됐다. 삼성생명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특히 올해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이 여느 해보다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질적 성장을 통한 회사가치 극대화’를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일류기업을 향한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 삼성생명은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임원 10여 명을 감축하고, 5개 본부를 4개로 줄였다. 연구소를 통폐합하고, 본사 인력을 자회사에 배치하는 등 조직을 슬림화했다.
해외사업에도 더욱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중국은행과 손잡고 방카슈랑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지난해 중국은행과 투자에 합의했으며 현재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석달 새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하는 등 중국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해외 사업의 돌파구를 올해는 마련한다는 각오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수익 위주로 재조정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을 보면 수익성이 큰 보장성보험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45%에서 올 1분기 현재 55%로 끌어올렸다. 김사장이 수익을 강조하고 있어 이 같은 자산 비중의 변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실적은 어두웠다. 매출에 해당하는 수입보험료와 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2013년 4~12월) 수입보험료는 총 19조 5,998억 원으로 전년 동기(2012년 4?12월) 21조 9,626억 원보다 10.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6,819억 원보다 13.7% 감소한 5,886억 원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빴다. 저금리가 지속된 탓이다. 기저효과도 있다. 2012년 세제 개편을 앞두고 사람들이 대거 저축성 보험에 몰리며 연간 수입보험료가 크게 올랐다. 그렇지만 2013년엔 저축성 보험이 시들해지며 전체 볼륨이 줄었다. 다만 보장성상품의 판매는 계속 증가해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수익성 제고와 해외 시장 확대에 주요 경영 포커스를 두는 한편, 삼성생명 본연의 경영 원칙인 ‘고객 중심’철학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상품 개발과 판매, 계약 유지, 보험금 지급까지 모든 과정에서 고객 이익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고객사랑 지급서비스’다.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보험금 받기가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삼성생명은 이 같은 보험금 지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7월부터 고객사랑 지급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 전용 콜센터를 개설하고, 보험금 지급기일을 단축하며, 보험금 접수에서 심사 지급 사후 관리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전면 개혁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보험금 청구 당일 지급률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24시간 내 지급률도 업계 최고 수준인 80%를 달성했다.
고객 중심 회사가 되기 위한 삼성생명의 노력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직원 7,000명과 컨설턴트 4만 명이 총 180여 팀으로 구성돼 전국적인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연결돼 상시 활동을 한다. 외에도 헌혈 캠페인, 농어촌 자매결연활동, 창립기념대축제, 연말 이웃사랑 캠페인 등의 행사도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특히 2011년부터는 기부나 봉사활동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의 심각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한다. 저출산과 청소년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세살마을, 공동육아나눔터, 세로토닌 드럼클럽 활동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또 자살 방지를 위해 마포대교와 한강대교에 ‘생명의 다리’를 구축하는 등 생명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올스타 순위가 껑충 올랐다는 것은 삼성생명의 이 같은 노력이 이제는 일반인에게까지 잘 전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