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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미술품 경매 성적은 ‘저조’

서진수의 ‘미술과 경영’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봄 행사에는 어느 분야나 관심이 모아진다. 미술시장의 봄은 화랑의 봄맞이 기획전, 크고 작은 아트페어, 그리고 다양한 경매로 시작된다.
글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및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경매시장의 봄은 대체로 1월의 자선경매를 시작으로 3월의 메이저 경매, 4월의 기획경매로 이어진다. 이 중 가장 관심이 가는 경매는 단연 1년에 네 번 열리는 메이저 경매다. 전년도의 결과를 토대로 근현대미술, 고미술, 해외미술 등 다양한 영역의 작품을 출품 받아 최선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므로 출품작 수도 많고 그만큼 낙찰액도 커서 그해의 미술시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근현대미술품 전문회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2014년 첫 메이저 경매의 성적은 낙찰총액이 크지 않아 약보합세였다. 경매시장이 회사간 경합을 벌인 지난 9년간의 경매 역사를 통해 시장이 아주 좋을 때는 한 회 낙찰액이 70억~100억 원에 달했고, 중간 규모였던 때는 40억~70억 원, 그리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20억~40억 원 규모였다. 따라서 못해도 40~50억 원 규모는 넘어야 성과 있는 경매로 인식되고 있다.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2006~2007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특별 경매의 낙찰총액이 최고 300억 원에 달했던 적도 있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아직도 당시를 기억하며 시장이 좋아지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서울옥션의 경우 2013년 봄과 여름의 메이저 경매 낙찰액이 48억 원과 47억 원이었던 것이 가을경매부터 낙찰액 규모가 26억 원과 31억 5,000 만 원으로 떨어지더니 2014년 봄경매에서 다소 오른 약 37억 원에 그쳤다. 작년의 마지막 경매 판매액보다는 상승했지만 작년 초의 실적에는 크게 못 미쳤다. K옥션의 경우 2013년 봄경매에서는 42억 원 규모였던 것이 여름경매 29억 원, 가을과 겨울경매에서 각각 36억, 33억 원으로 낙찰액이 감소하더니 2014년 봄경매에서 또다시 29억 원대로 감소하였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2008년 미국의 경제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의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위축되고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개인들의 소비가 위축됐다. 국내 미술시장의 끊임없는 악재로 미술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져 그나마 미술품을 구입하던 고객들마저 몸을 사리게 되었다. 인터넷 시대에 투자 가치를 낳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수요의 쏠림현상까지 나타났다. 덧붙여 6,000 만 원 이상의 고가작품에 대한 양도차익세가 부과되자 고가시장이 열리질 않고 구매의 자유가 제약을 받으며 미술시장은 7년째 바닥세를 못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2014년 봄경매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두 회사의 경매를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경매를 치른 케이옥션의 경우 김환기, 이우환 등 시장 주도 작가의 고가 작품이 출품되지 않았고 재료, 크기, 수준 면에서 작가들의 대표성을 찾기 어려웠다. 김환기의 유채 추상 작품이 1억 8,000만 원에 낙찰되고, 이대원의 30호 ‘농원’ 작품이 1억 2,000만 원, 그리고 오치균 80호 ‘진달래’ 작품이 1억 2,500만 원,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작품 ‘아모르’가 1억 9,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다수의 작품을 소싱하여 별도의 섹션을 구성한 오치균의 경우는 13점이 출품되어 12점이 팔리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김종학의 추정가 2억~3억 원대 고가품의 유찰, 그리고 김종학과 유영국 작품의 출품취소가 봄경매의 결과를 약화시켰다.

서울옥션의 경우 시장 주도 작가인 김환기, 이우환, 이대원, 오치균 등 작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김환기의 작품은 4점이 출품되었는데 구매자들이 기다리는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작품이 1점으로 30호 크기가 6억 원을 넘어 낙찰되었으며, 나머지 3점은 종이에 과슈나 유채 작품으로 1,000~4,000만 원대에 낙찰되었다. 이우환은 선호도가 바람과 점 시리즈로 쏠리고 10~30호 중심으로 1억 원대 중반에 낙찰되었다. 이대원의 30호 작품이 1억~2억 원대 중반에 2점 낙찰되고, 오치균의 30~50호가 4,000만~1억 원대에 낙찰되었다. 그러나 7억 원에 시작한 안중근의 서예작품 ‘敬天(경천)’이 유찰되고, 별도문의로 출품된 천경자 작품 외에도 추사 김정희, 율곡 이익, 성백주의 작품이 출품취소되어 낙찰총액이 30억 원대에 머물렀다.

결국 2013년의 고가 작품 미판매와 전반적인 실적 저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몇 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전년도 결과에 민감한 출품자는 시장의 경색을 의식하여 걸작의 출품을 꺼리고, 수요자는 침체기에 맞춰 가격추정과 이익기대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1998년~2004년까지의 기반 형성기, 2005년~2007년의 호황기, 2008년 이후의 후퇴 및 침체기로 나뉘며, 세 시기를 걸쳐 변화를 겪으면서 톱3 작가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톱3 작가는 김환기, 이우환, 박수근이다. 근현대 미술품 전문 경매시장이 설립된 1998년 이후 2013년까지 이들 3대 작가의 경매시장 낙찰총액은 김환기 578억 5,400만 원, 이우환 572억 9,400만 원, 박수근 488억 2,000만 원이었다. 최상위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 세 작가의 총판매액은 다음 그룹의 작가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들 세 작가의 낙찰된 작품수를 보면 김환기 278점, 이우환 387점, 박수근 147점이다. 시기별로 나눠보면 초기 형성기에는 박수근 37점, 김환기 30점, 이우환 27점 순이었는데, 호황기 3년간은 이우환 137점, 김환기 111점, 박수근 60점 순이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의 후퇴기에는 낙찰작품의 숫자가 더욱 차이가 났는데 이우환 225점, 김환기 143점, 박수근 42점이었다.

프랑스에서 발간된 2013년 세계 미술시장 보고서에서도 주요 500대 작가에 김환기와 이우환 두 작가만 올라 있다. 그동안 500대 작가에 포함되어 있던 박수근, 오치균 등의 작가들이 중국 작가의 대거 진출로 500대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박수근과 이중섭의 경우는 유명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장을 주도할 만한 여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2014년 들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김환기, 이우환, 이대원, 오치균의 확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언제 좋아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결과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김환기의 캔버스에 유채 작품이 10억 원대를 상회하고, 이우환의 50호 이상의 작품이 대체로 안정적으로 낙찰되고, 이대원의 새로운 작품이 발굴되어 2~3억 원대에 낙찰되고, 박수근의 유화 작품이 매회 1~2점이라도 출품되고, 이중섭 작품도 간혹 보이고, 천경자의 작품이 양쪽 회사 모두에 출품되고, 김종학의 작품이 경기를 많이 타지 않는 때라고 개념적으로 말할 수 있다. 미술시장은 주관성이 강한 예술품을 거래하기 때문에 늘 추상명사를 일반명사로 설명해야 하는 고유한 어려움이 있다.


서진수 교수는 …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2002년부터 미술시장연구소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또 아시아미술시장연구연맹(AAMRU)의 공동창설자이자 한국 대표로 아시아 미술시장의 공동발전과 체계적 연구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문화경제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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