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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여성친화 기업에서 가족친화경영으로 업그레이드”

Best Company for Women ②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여성가족부가 2008년 처음 선정을 시작한 가족친화기업(11개 기업 및 기관)에서 1호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이제 여성친화 기업을 넘어 가족친화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양성평등을 바탕으로 하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회사 곳곳에 스며 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김태환 포토그래퍼 www.circus-studio.net


대표적인 여성친화 기업 유한킴벌리가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이 그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족친화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선 단순히 아동친화적 또는 여성친화적인 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가족친화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자칫 가족친화경영은 여성의 출산과 육아 지원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유한킴벌리에선 남녀 직원 모두가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개인의 행복한 삶도 이끌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가족친화경영은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무 관행을 혁신할 새로운 패러다임과 업무방식, 지원환경을 필요로 한다. 유한킴벌리는 높은 업무 효율과 직무 몰입이 가능하면서도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업무 환경인 스마트워크를 실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 5층에서 만난 이호경 온라인 사업부 전무와 김혜숙 다양성관리최고책임자(상무)는 회사의 가족친화경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회사의 여성친화 정책을 직접 경험한 그들은 왜 가족친화경영이 중요한지를 몸소 느끼고 있었다. 기자는 우선 여성친화 정책에 대한 질문으로 그들과의 대담을 시작했다. (유한킴벌리는 사내에서 서로가 직책대신 ‘님’을 붙여 부른다. 기사에서는 편의상 대외에서 사용하는 직책을 사용했다.)


유한킴벌리는 처음부터 여성친화적인 기업이었나요?

이호경 전무: 저는 1987년 1월 입사했어요. 1987년에 남녀고용평등법이 발효됐죠. 유한킴벌리는 그때 정식으로 대졸 여성 직원을 뽑았어요. 입사할 때 저를 포함해서 여직원 세 명이 뽑혔습니다. 한 명은 소비자 담당실로 배치됐고, 두 명은 마케팅 부서로 갔죠. 당시엔 남녀 직원을 동등하게 뽑아야 한다는 제도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다만 임원진들의 생각이 열려 있었던 것 같아요. 여성이 동료로 일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다른 회사에 비해 훨씬 적었습니다.

김혜숙 상무 : 저는 1987년 6월에 입사했어요. 사실 이호경 전무는 유한킴벌리 여성 직원들 가운데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저희가 입사할 당시 한국 기업문화는 여성이 일하기에는 척박했어요.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으니까요. 이호경 전무는 우리 회사에서 처음으로 결혼하고 회사를 다닌 분입니다, 아이를 낳고도 회사를 계속 다녔죠.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문화에) 스타트를 끊은 분입니다. 그전에는 회사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다들 속으로 걱정만 했어요. 이분이 롤모델이 되면서 다른 여직원들도 결혼과 출산 후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번에 이호경 전무가 KWIN 의장으로 뽑힌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1월 28일 KWIN(Korea Women Interactive Network)을 발족하셨죠. 이 조직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이호경 전무 : 여성 직원들이 자신들의 경력 계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내 활동 영역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2011년 회사는 다양성관리 최고 책임자를 임명하고 여성에 대한 정책을 더 조밀하게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졌죠. 여성위원회를 통해 각 부서에 있는 여성 직원들이 처음으로 한곳에서 만나 후배들을 끌어오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거구요. 그 고민의 결과로 KWIN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여성위원회 역할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건가요?

김혜숙 상무 : 여성위원회는 장기적으로 여성 리더들을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그 구체성이 부족했어요. 여성위원회는 여성임원과 팀 리더 15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나머지 여성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한곳에 모으기에는 아쉬운 구조였죠. 이호경 전무가 여성 직원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KWIN이 조직된 겁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여성들끼리 선후배 동료를 서로 이끌고 배울 수 있는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KWIN이 인사 정책에도 관여하나요?

이호경 전무 :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인사는 회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KWIN이 압력단체로 행세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기보단, 여성들 스스로가 더 발전해서 ‘저 사람은 이만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드러나게 해주는 역할 정도는 하려고 합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여성들을 끌어내서 성과나 역량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거죠.


유한킴벌리는 각 부서의 다양성 실행에 대한 평가를 하나요?

김혜숙 상무 : 현재 CEO 업무 목표에 다양성과 포용력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어요. 매월 다양성에 대한 노력들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CEO에게 보고하고 결과를 평가합니다. 2010년 이후에 특히 활성화됐죠. 1987년에 입사한 여성 직원들은 남자 직원들과 동등하게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을 했어요. 이후 중요한 사업분야에 여성들이 포진했는데요. 그 분들이 임원으로 발탁되어 경영진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를 직원들이 굉장히 궁금해 했어요. 2000년대 중반이 됐을 때 그들이 임원으로 임용됐습니다. 이제는 다음 세대 여성 리더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년을 채우고 회사를 나갔을 때 바통을 터치할 후배들을 키우는 거죠.


그렇다면 유한킴벌리의 여성친화 정책은 이미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건가요?

김혜숙 상무 : 유한킴벌리는 준법정신이 철저한 기업입니다. 남녀평등을 바탕으로 예전부터 고용과 보상에 대한 부분이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었어요.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죠. 여성들에게 좀 더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족친화 정책이 필요했던거죠. 남녀 직원들 사이에 갈등 구조가 생긴다면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없으니까요.
이호경 전무 : 가족친화경영은 여성 직원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에요. 가족 구성원에 여성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여성 권익 향상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많이 발전한 게 사실
이에요. 그러나 어느 정도 가다 보면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남성이 같이 변해야 해요. 남성들이 큰 혜택을 받아서 행복하게 사느냐,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양쪽 모두 행복하게 살려면 서로를 많이 이해해야 하고 배려할 부분에서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가족친화를 위해서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시간을 활용하려면 일하는 방식이 스마트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시차출퇴근제가 나오고 재택근무제도, 스마트워크 센터가 생긴 거죠.

김혜숙 상무 : 시차출퇴근제는 가족친화제도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주는 제도죠. 처음에는 여성들을 위한 제도로 생각하던 남성직원들도 이제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어요. 저희 부서에 남성 팀리더가 있는데, 부인이 선생님이고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고 있죠. 부인 학교가 집에서 멀기 때문에 아이를 저희 팀리더가 통학시킵니다. 그리고 본인이 해보니까 아주 유용한 제도라는 걸 알게 되었죠. 팀 내에 있는 여성 직원들이 시차출퇴근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해가 생겼어요. 이제는 완전히 유한킴벌리 문화로 구축되었습니다.

이호경 전무 : 저는 팀 멤버들에게 말합니다. 본인이 성과만 낸다면 언제 어디서 일 하든 상관 없다고요. 몇 시간 일했고 어디서 일했는지 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아요. 성과로 판단하면 됩니다. 회사가 강남에 있다 보니 죽전, 용인, 수지 쪽에 사는 직원들이 많아요. 죽전에도 스마트워크센터 있거든요. 미리 스케줄 표에 알려만 놓으면 그 사람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찾지 않습니다. 메신저나 비디오 콘퍼런스가 언제든 열려있으니까요. 개인적인 일이 있는 날에는 퇴근 시간 전에 회사에서 나갈 수도 있어요. 그날 마치지 못한 업무는 알아서 해결하고 이메일로 보냅니다. 다음날 와보면 새벽에 이메일이 와 있는 경우도 많아요. 자기가 알아서 조절하는 거죠.


그럼에도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건 어려울 텐데요.

이호경 전무 : 솔직히 어떤 게 정답인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만약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했을까도 모르겠고요. 지금도 많은 여직원들이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시간과의 싸움을 느낄 겁니다. 여성들의 삶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면서 자기 계발도 해야 하는 시간 싸움이잖아요. 더 잘하고 싶은 욕구와 현실과의 싸움, 이런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혜숙 상무 : 첫 아이를 낳고 나서 너무 힘들었어요. 둘째는 생각도 못했죠. 그러다 첫째와 11년 터울로 둘째를 낳았습니다. 제가 부장 때였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에서 새로운 어려움에 직면했죠. 첫째 아이는 이모가 키워주셨는데 둘째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느낀 게 배려입니다. 11년 사이에 출산휴가도 늘고 육아휴직도 생겼더라구요. 기저귀 같은 저희 회사 제품들도 많이 좋아졌더군요. 회의 중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일어나도 될 만큼 상사의 배려도 커졌습니다. 저는 아직도 시차출퇴근제를 하고 있어요. 아이를 챙기다 보면 항상 늦게 됩니다. 저는 여직원들에게 회사가 만든 다양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말해요. 2011년부터 시작한 스마트워크가 실제로 시간에 대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여성직원들은 짧게 일하는 대신에 업무 평가를 제대로 받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에 일하고도 장시간 일한 사람들보다 결과가 좋다면 높은 평가를 받는 문화가 만들어졌죠. 스마트한 업무 환경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저녁 7시 반이 되면 불을 다 꺼버리거든요.


본사 인원구성을 보면 40% 정도가 여성입니다. 회사 전체 여성 사원 비율은 17.3%고요. 전체 임원 중 여성임원 비율은 17.6%입니다. 다소 적은 수준 아닌가요?

이호경 전무 : 본사에는 제품개발과 마케팅 부서가 있는데 여기에는 여성 직원들이 더 많아요. 아무래도 유한킴벌리가 제조업을 하다 보니 회사 전체로는 여성 직원이 많지 않죠. 지방에 있는 공장 대다수 인원은 해당 지역 출신 남성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제조 생산 쪽에도 여성을 늘리자는 의견이 있어요. 그래서 여성 엔지니어를 뽑았는데, 기계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영업부문에서 여직원을 뽑은 건 5년 정도 됐습니다.


유한킴벌리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도 많습니다. 여성 친화성이 떨어지는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이호경 전무 : 자신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주변에 많이 알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들 주위에 있는 동료나 상사들이 모두 여성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분들은 아닐 거예요. 미처 생각을 못했거나 어떤 게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참고 끙끙거리지 말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펼쳐 놓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예요. 그러면 점차 서로 도울 수 있는 일들이 생기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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