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2011년 우리나라 금융사 중 최초로 브랜드 경영을 선포했다. 보수적인 은행업종에서 이는 상당히 쇼킹한 일이었다. 더구나 브랜드화하려는 기업 이미지도 은행권이 기존에 고수하던 ‘신뢰’ 이미지가 아닌 ‘온기’ 이미지였다. 신한은행은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의 설정과 실천, 그리고 뛰어난 홍보 능력으로 브랜딩 전략 부문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따뜻한 금융의 진일보한 실천을 통해 고객과 사회와의 아름다운 상생을 도모합시다.”
서진원 신한은행 은행장이 올해 신년사에서도 ‘따뜻한 금융’을 이야기했다. 따뜻한 금융은 신한금융그룹의 기업 미션이자 신한은행의 브랜드 이미지다. 신한은행 신년사에서 따뜻한 금융이 등장한 건 2011년 이후 올해로 네 번째다. 공식 코멘트나 각종 인터뷰 등에서 나온 것까지 합하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2011년 브랜드 경영을 선포한 이후 서 은행장의 입에서는 따뜻한 금융 이야기가 떠나질 않는다. 따뜻한 금융은 신한은행 브랜드 경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브랜드 경영 선포는 경쟁 은행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금융권에서도 최초였다. 같은 해에 신설한 브랜드 전략본부 역시 브랜드와 관련한 우리나라 금융권 최초의 메인 부서다.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금융사이다 보니 신한은행의 브랜드 경영은 그룹 내에서도 자부심이 굉장히 높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 결과다. 신한은행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전문가 강연 및 아카데미 운영 등의 브랜드 관련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브랜드 전략은 크게 따뜻한 금융에 대한 ‘실천’과 ‘홍보’로 나눌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함께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공익적 성격의 ‘손에 손잡고’ 광고를 통해 홍보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또 서민 금융상품 개발 및 중소기업 지원 등 따뜻한 금융 사회공헌 활동의 지속적인 추진도 큰 호응을 얻었다.
광고에 ‘따뜻한 금융’을 담는다
“하늘 높이 솟는 불, 우리의 가슴 고동치게 하네. 이제 모두 다 일어나. 영원히 함께 살아가야 할 길, 나서자.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손에 손잡고’ 광고를 두 개 버전으로 선보였다. 두 버전의 분위기는 꽤나 상반된다. 시장 및 일터, 길거리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재밌는 춤을 추는 첫 번째 버전은 밝고 활기찬 반면, 어린이 단독 가창으로 시작하는 두 번째 버전은 경건하고 숙연하다. 두 버전은 노래 장르에서도 차이가 난다. 두 버전 모두 ‘손에 손잡고’ 노래를 개사했지만, 첫 번째 버전은 랩으로 두 번째 버전은 합창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장르의 차이가 있는 만큼 가사의 내용도 다르다.
두 버전의 ‘손에 손잡고’ 광고가 이런 차이를 갖게 된 건 각 광고가 방영되는 시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밝고 힘찬 분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경건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나타내 시기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와 조화를 꾀했다.
이 밖에도 이들 광고에는 신한은행의 ‘따뜻한 금융’ 브랜드 이미지를 형상화하기 위한 치밀한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첫 번째 버전에서 처음엔 한 사람만 춤을 추다가 나중엔 화면 안의 모든 사람이 춤을 추는 것이나, 두 번째 버전에서 처음엔 한 어린이만 노래를 부르다 목소리가 점점 늘어나 전체 합창이 되는 것 모두 ‘함께’라는 의미를 형상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여기에 개사된 가사와 내레이션, 자막 등에 따뜻한 사회, 따뜻한 금융 등을 반복 노출하면서 ‘신한은행 = 따뜻한 금융’이란 등식을 자연스레 보는 이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이 광고에 대한 세간의 평가 역시 좋았다. 각종 블로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들 광고를 퍼 나르며 ‘두 버전의 광고가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모두 따뜻한 금융이라는 추상적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다’는 칭찬 일색의 평가를 쏟아냈다. 다소 코믹한 첫 번째 버전 광고에서도, 경건하고 숙연한 두 번째 버전 광고에서도 가슴 뭉클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 광고에서 선보인 춤, 노래, 인물 등도 큰 인기를 끌며 여러 미디어에서 회자되어 광고 효과를 배가했다.
실천하는 금융으로 소비자 호응 이끌어내
신한은행은 실천하는 금융으로도 유명하다. 서민 금융상품 및 지원 시스템 개발, 금융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 지원 등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낸다.
신한은행은 2012년 은행권 최초로 서민금융 전담 점포인 ‘서민희망금융플라자’를 개설해 주목을 받았다. 서민희망금융플라자는 모든 상담창구에서 서민금융 종합 컨설팅 및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특수 점포에서는 은행상품 외에도 일반 점포에서 상담하기 어려웠던 미소금융, 햇살론, 개인회생 등의 타 금융권 상품과 제도도 포괄적으로 안내해 이용자들의 호응이 크다.
지난해 2월에는 은행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신설, 위원회 산하에 ‘서민금융추진단’을 두어 서민금융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새희망홀씨대출 등 금융권 내 서민금융상품 최다 지원, ‘SHB 가계부채 힐링 프로그램’ 등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서민금융 지원 노력은 뜻밖의 결실을 보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주관한 ‘2013년 서민금융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2013년 서민금융 최우수상’을 받았다. 평가도 압도적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시상식에 앞서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신한은행을 1등급사로 분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등급을 받은 은행은 신한은행 한 곳뿐”이라며 “신한은행의 ‘따뜻한 금융’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신한은행은 따뜻한 금융 실천 방안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사회책임경영위원회 4대 핵심의제로 금융 소비자 보호를 선정하며 선정 이유에 대해 “고객을 상생의 동반자로 여기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금융문화를 확립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금융 소비자 보호 정책이 돋보이기 시작한 건 2012년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보호지수’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신한은행은 이 지수를 영업점 핵심성과지표로 반영해 중앙의 소비자보호 정책 의지가 일선 현장에까지 파급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해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해 신보금 여성 본부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여성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고객을 배려하는 따뜻한 금융 소비자 보호업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따뜻한 금융 실천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자 기술보증기금과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 중소기업 기술평가료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수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기술평가인증서 발급을 위한 평가수수료 200만 원을 전액 지원받게 돼 자금운용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 신한은행은 약 1,000여 개의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 금융 지원 외에 경영 지원도 상당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 외환 실무 담당자들을 위한 ‘수출입 업체 실무자 초청 연수’를 개최해 수출입업무에 관련된 실무 교육을 진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교육은 현장 중심의 강의로 진행되어 외환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를 통해 수출입 중소기업과 함께 동행하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 성공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권에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불러일으켰다. 각 권역별 내에서만 경쟁하던 금융사들이 이제는 다른 업종의 금융사들과도 경쟁을 해야 했다. 모든 금융사가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업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더욱 치열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은행사들은 단순히 새롭게 추가된 금융상품 전담부서를 만들고 또 판매하는 등 기술적 차원 정도의 대응에 그쳤다. 일선 현장의 상황은 오히려 무덤덤하기까지 했다. 지점 종사자 중 일부는 취급하는 상품이 좀 더 많아졌을 뿐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환경이 변했음에도 기존의 은행권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은행권을 넘어선 브랜드 전략이 필요했음에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는 곳조차 찾기 힘들었다.
이 시기에 경쟁사들에게 새로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 게 신한은행이다. 전통적으로 은행사들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새로운 브랜딩 전략 구축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대형사인 경우 자연스레 신뢰 이미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1년 신한은행의 선택은 달랐다. 보수적인 업종으로 통하는 은행업계에서 신한은행은 브랜드 경영 선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 구축을 시도했다. 물론 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신한은행은 브랜드 경영 선포를 통해 2011년 이전과 이후를 구별함으로써 사원들에게 새롭게 시작한다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또한 신한은행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는 조직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도 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남다른 선택은 그뿐만이 아니다. 신뢰성, 편의성, 안전성, 안정성 등 보통 은행들이 주로 강조하는 이미지와는 달리 신한은행은 ‘온기(溫氣)’를 선택했다.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브랜드 미션이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동행’이라는 브랜드 슬로건, 브랜드 핵심가치인 ‘투게더십(Togethership·신한은행이 만들어낸 신조어. 상생 Togetherness과 리더십 Leadership을 결합함)’ 등 신한은행의 모든 브랜드 구호는 ‘사람 사는 따뜻한 세상’으로 통한다.
차갑기만 한 금융사 이미지에 이율배반적인 ‘따뜻한 금융’ 이미지를 이식했다는 점에서 신한은행의 브랜딩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포춘코리아와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가 공동 발표한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BKB) 2013’에서 11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따뜻한 금융’이라는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의 설정과 실천, 그리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수단으로서 뛰어난 홍보 능력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의 ‘따뜻한 금융’ 브랜드 이미지가 점점 공고해지는 만큼 올해 평가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