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형상이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나고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과 기술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넛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됐다. 이러다가는 자칫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위기탈출 해답을 ‘여성’에서 찾는다. 양질의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노동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포춘코리아는 2014년 새해를 맞아 여성 인재 육성에 힘쓰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새로운 연속 기획물을 준비했다. 첫 번째 문을 여는 기업은 한국지엠이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포토그래퍼 studiomuse.net
여성을 더 뽑으라고 기업들을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중공업 위주의 한국 산업 구조상 여성 인력을 쓰기가 어렵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는 궁색한 변명이다. 현재 산업구조에서 여성이 일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는 한낱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업종만 해도 여성을 지금보다 더 활용할 수 있다.
2012년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전체 인력의 15.2%를 여성으로 채웠다. 여성 비중은 2008년 14%, 2011년 14.7%에 이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GM의 미국 공장 등에선 자동차 조립라인에서도 여성 인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북미를 포함해 전 세계 21만2,000명의 직원 중 약 20%가 여성이지만 아직 더 늘려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현재 그룹 이사진 15명 중 4명, 비즈니스 담당 핵심임원 24명 중 6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여성 고용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은 강제할당을 추구하는 유럽과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라는 여성 채용 시행계획을 도입한 미국 등 두 갈래로 나뉜다. 유럽은 아예 여성 임원을 일정 비율 이상 할당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유럽 상장기업 비상임이사진 중 4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법안을 2012년 11월 제출한 바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 노르웨이는 2011년 여성 임원이 42%에 이르렀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할당제를 시행하거나 앞두고 있다.
한국은 2006년 미국의 AA제도를 받아들였지만 무늬만 따라한 데 그쳤다. 사실 여성 채용을 위한 산업구조 개편보다는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고 가족친화적인 기업문화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다. 제도적으로 압박하기 이전에 국내 기업의 여성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여성인력 양성에 적극적인 국내 대표 기업이다. 현재 이 회사에 근무 중인 여성 정직원 수는 866명(사무직 817명, 생산직 49명)으로 지난 2002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2005년 여성 임직원의 잠재력 개발을 위한 사내 ‘여성위원회’를 조직하고 각종 멘토링 프로그램, 각 분야 여성리더와의 세미나 등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엔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한국지엠은 여성 인재육성을 통해 단순히 차를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닌 건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지엠이 포춘코리아가 마련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타석에 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