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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문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 “부의 중심 소프트웨어로 이동 중 아이디어 만큼 인적 네트워크 중요”

“창조경제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조성문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부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지금 빅데이터가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기업의 미래가치가 바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우호적인 휴먼 네트워크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스타트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사진 한평화 포토그래퍼 studiomuse.kr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창조경제’다. 지난 8월, 포춘코리아가 한국형 창조경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만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한국형 창조경제의 성공 열쇠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와 창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013년 한 해 동안 소프트웨어의 중심이자 스타트업 요람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주목을 받았다.

포춘코리아가 만난 조성문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네이버 블로그인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로도 유명하다. 이 블로그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와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사람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전해들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또 조성문 매니저는 작년 10월, 스핀잇이라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공스토리 사례집을 내놓아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우선 그에게 스핀잇에서 “데이터를 읽지 못하면 미래를 읽을 수 없다”고 말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기업의 혁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카지노 호텔체인인 하라스 엔터테인먼트(현 시저스 엔터테인먼트)가 좋은 사례다. 평범한 카지노호텔이었던 하라스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가치분석을 실행했다. 그 결과 호텔의 이익은 유명선수나 연예인 또는 아랍왕자가 아닌 일반 중산층이 가져다 준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VIP에 쏟는 정성을 교사, 블루칼라 등 중산층 열성 고객에 집중했고 지금은 세계 최대의 겜블링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치열해지는 기업 경쟁에서 기업이 가진 데이터의 가치를 발견하고 해석해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그가 강조하는 빅데이터의 미래에 대해 질문했다. 조성문 매니저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열풍이 분 것은 사실 구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글이 지식공유 차원에서 발표한 맵 리듀스 알고리즘이라는 논문으로 대규모 데이터의 분산처리가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하둡이란 빅데이터 분석 오픈소스가 개발됐다”는 것이다. 종전에는 슈퍼 컴퓨터 한 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해 데이터 분석을 하려면 며칠씩 걸리곤 했는데 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십만대의 일반 컴퓨터가 데이터를 나눠 처리하게 되면서 빅데이터 분석이 쉬워지고 또 빨라졌다는 말이다.

지난해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에 대한 우리 정부 정책이 발표됐다고 소개하자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단지 늘어난 인력만으로는 빅데이터 시대를 잘 준비한다고 할 수 없다. 빅데이터 분석은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기업 마케팅에도 빅데이터 활용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고 전하자 조 매니저는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더욱 다양하고 복잡하며 심오한 분석기법과 활용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서 “1초 동안 수백만 건의 은행거래가 오가는 동안 그 데이터를 분석해 의심스러운 거래를 찾아내는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테크니션이 할 수 있는 상상이나 기술이 아니다”라며 예를 하나 들었다. 이 기술은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가 개발했고 테러리스트를 잡는 소프트웨어로 유명한데 단순히 모아진 데이터를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의 흐름을 이해하고 응용하고 또 분석하는 기법까지 디자인하는 빅데이터 엔지니어의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또 “이러한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선 엔지니어에 대한 시각과 대우 역시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실리콘밸리는 어느 곳보다 엔지니어가 우대받는 곳”이라고 말했다. 조 매니저는“그들이 받는 수십, 수백만 달러의 연봉은 CEO가 착한 사람들이거나 회사에 돈이 넘쳐서 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이고 그래서 끊임없이 실리콘밸리로 좋은 인재들이 몰려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소프트웨어 산업이 각광을 받으며 실리콘밸리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학교육에서부터 감지된다.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스탠퍼드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이 되었고 대학 순위의 잣대로 통하는 대학 기부금 역시 스탠퍼드대학이 하버드대학을 크게 앞질렀다. 실리콘밸리 파워 덕분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조성문 매니저 역시 “부의 중심이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당연히 부모나 학생들은 월가가 아닌 실리콘밸리를 희망하고 이것이 대학 입학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책에서도 “더 이상 투자은행과 컨설팅 회사를 최고의 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이 성공할 경우 그런 직장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큰 돈을 번다. 자신의 꿈을 좇으며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성문 매니저는 “굳이 정부가 자원을 옮기고 써가며 관리할 필요가 있을까? 효과 없이 돈만 쓰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의 벤처 열풍 때 정부 지원금이 결국 지하경제로 흘러가고 강남의 유흥문화만 키운 것처럼 말이다. 한국은 이미 스타트업이 충분히 투자 받고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이 활성화 된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하면 돈을 벌고 회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니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에너지가 집중되고 결국 성공 스토리가 나오는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와 우리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는“실리콘밸리에는 스타트업이 만든 것을 대기업이 침해하면 경멸하는 문화가 있다. 또 지적재산권처럼 무형의 자산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지불한다. 한국 역시 이런 문화가 정착되고 있지만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주류가 과거 반도체나 하드웨어 회사들이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자동차 회사만 하더라도 선두 기업들은 대부분 디자이너과 함께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계속 영입하고 있다. 또 미국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나 자동차 쉐어링 기업인 집카 등 사례를 들며 소프트웨어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폰의 성공 역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다. 하드웨어를 잘 만든 것은 관심이고 이를 유지하고 히트를 하게 된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의 승리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산업 전반에서 성공의 키워드는 소프트웨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신형 제네시스를 공개한 현대자동차는 이 모델의 북미지역 론칭 행사를 세계최대의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에서 가진다는 계획이다.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진행하는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한 것인데 CES를 통해 자동차의 외형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강조함으로써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카의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많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케이스를 이야기해 왔던 조성문 오라클 프로덕트 매니저는 “한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 역시 실리콘 밸리에는 어떤 괴물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 이곳에 오게 됐지만 한국은 이미 중국이나 신흥시장이 밀집한 아시아 시장에 속해 있다. 이곳으로 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성공가능성이 더 큰 같은 문화권에 큰 시장을 두고 굳이 실리콘밸리 입성과 그곳에서의 성공을 꿈꾸는 데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인 셈이다.

이어서 “한국은 누가 봐도 계속 성장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꼭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 참고만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조경제만 하더라도 이스라엘을 왜 모델로 하는지 모르겠다. 이스라엘엔 1조 원 규모의 기업이 없다. 대부분 100억 원 규모를 넘으면 팔아 가치실현을 한다. 또 이스라엘의 성공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건너간 유대인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엔 수십조 원 규모의 기업과 창의적인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라고도 말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거대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싸이월드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면 페이스북을 이길 수 있었을까”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미안하지만 노(NO)이다.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단순히 아이템의 성공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이 정말 저커버그의 창의성과 그의 능력만으로 이만큼 성장했을까? 아니다. 그의 뒤에 있는 유대인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비즈니스는 그의 능력과 함께 그의 성공을 바라는 세력이 분명 필요하다. 총각네 야채가게나 게임빌과 같은 기업의 아이템이 좋긴 하다. 하지만 창의적 아이디어는 결코 한 사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 다만 그것을 실현시키느냐의 차이다. 그 실현에는 반드시 그 우호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성공한 벤처 역시 그들의 출신(서울대)이 주효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그의 말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에 놓인 비즈니스에서 휴먼 네트워킹 전략이 그 아이디어의 현실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더라는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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