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형 볼보 S60 D5를 시승했다. 스포츠 세단 S60 D5는 깜짝 놀랄 반전을 보여주었다. 정말 출중한 달리기 실력을 뽐냈다. 안전의 대명사로 유명한 볼보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볼보자동차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건 ‘안전’이다. 자동차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볼보가 튼튼하고 안전한 차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회사 마케팅과 홍보도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4년형 볼보 S60 D5를 타면서 한편으론 놀랐고 또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볼보는 안전하기만 한 차가 아니었다. 너무나 잘 달렸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차를 떠올리면 독일차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시승을 통해 볼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독일차가 점령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볼보가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안전뿐만 아니라 훌륭한 달리기 성능도 더 알려야만 한다. S60모델 중 상급 기종인 D5의 가격은 5,450만 원이다. 수입 디젤 세단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볼보 S60 D5를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세련된 스포츠 세단
S60 D5는 스포츠 세단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로를 박차고 달리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긴 후드에서 부드럽게 올라간 선은 트렁크를 짧게 빚어냈다. 앞바퀴 굴림이지만 오버행도 짧게 설계했다. 한마디로 후륜구동 쿠페 같은 모습이다. 여기에 디테일까지 살렸다. 사이드스커트를 달았고, 크롬으로 마무리한 듀얼 머플러와 리어디퓨저가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18인치 휠은 구리빛과 티타늄색 투톤으로 처리해 입체감이 살아 있다.
S60 D5가 2014년형으로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기존 듀얼 헤드램프에서 싱글 헤드램프로 바뀌면서 더욱 날렵한 눈 모양을 갖췄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더 넓어져 강인한 인상을 만든다. 후드에는 좌우 대칭으로 볼록하게 라인을 넣어 볼륨감을 강조했다. 원래 멋졌던 후면부 디자인은 면발광 LED램프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멋진 디자인은 실내에도 이어진다. 흔히 말하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살아 있다. 보통 프리미엄 차량들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려하지만 복잡해 조작이 어렵다. 볼보는 직관적이다. 얼핏 보면 수수해 보인다. 하지만 철저하게 기능 중심으로 설계해 운전자가 손쉽게 손을 뻗어 조작할 수 있게 돕는다. 얇은 판 모양으로 만든 플로팅 센터페시아에서 콘솔박스로 이어지는 라인은 거추장스러운 부분 없이 깔끔하다. 한동안 너무 밋밋하다고 지적 받아온 계기반은 디지털 디스플레이(어댑티브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꿔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운전자에게 필요한 각종 운행정보를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운전자 편의에 따라 퍼포먼스, 엘레강스, 에코 세 가지 모드로 변경이 가능하다.
이전부터 호평 받던 시트는 한층 더 진화했다. 볼보 특유의 두툼한 가죽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다. 새롭게 적용된 스포츠 레더 시트는 운전자를 안정적으로 다잡아주면서 절묘한 쿠션으로 편안한 운전을 보장한다. 볼보는 스포츠 세단에서 자칫 소홀히 할 수 있는 뒷좌석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실제로 앉아보면 대형 세단만큼 편하다. 뒷좌석 에어벤트와 열선시트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 뒷좌석은 6대 4로 접을 수 있어 실용성도 뛰어나다.
독일 차 뺨치는 달리기 실력
묵직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버튼을 눌렀다. S60 D5는 2.4리터 직렬 5기통 트윈터보 디젤 엔진이 달렸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엔진음을 완전히 틀어막지는 않았지만 직렬 5기통이 주는 특유의 엔진음이 꽤 매력적이다. 두텁고 낮은 음색이다. S60 D5는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8단 변속기가 흔해진 요즘, 아쉬운 부분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곧 기우였다는 것이 판명됐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반응속도가 빠르다. S60 D5는 엔진 회전 수가 낮은 구간에서 최대 성능을 낸다. 최고출력 215마력(4,000rpm), 최대토크 44.9kg·m(1,500~3,000rpm)의 동력성능을 갖춰 다이내믹한 주행을 가능케 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7.6초가 걸린다.
특히 S60 D5는 중고속 영역에서의 토크도 살아있어 스포츠 드라이빙을 원하는 운전자에게 큰 만족감을 준다. 고속도로에 접어 들어 액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옆으로 빠졌을 때 치고 나가는 가속력은 가히 일품이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듯한 가속력이 나타난다. 서스펜션은 운동성능과 승차감 모두를 높은 수준에서 만족시켰다. S60 D5는 Four-C라는 섀시 제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운전자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세 가지 주행 모드는 운전대만 무겁게 하는 게 아니라 차의 성격까지 확 달라지게 했다. 스포츠 또는 어드밴스드 모드로 놓으면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바뀌며 운전자가 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정확하면서도 제동에 불쾌감을 주지 않는 브레이크 반응 역시 운전자를 편하게 해준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에 들어오는 엔진음은 조금 거슬릴 수 있지만 달리고 있을 때는 오히려 만족감으로 나타난다. 가속페달에 힘을 줄 때마다 그르렁거리는 엔진음은 고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최고의 안전성 유지
최근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안전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볼보가 관련 기술을 선도해 가고 있다. S60 D5는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안전품목을 채택하고 있다.
도로에 올라선 S60 D5는 스마트했다. 신나게 달리고 있는 S60 D5 앞으로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었다. 앞 차와의 간격이 순식간에 좁아지는 순간, 전방 윈드실드가 붉은색으로 번쩍이며 운전자에게 경고 신호를 보낸다. 주행 속도를 고려해 충돌 위험을 미리 감지해 신호를 보내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는 S60 D5가 지닌 수많은 안전시스템 중 하나일 뿐이다. 한층 강화된 레이더 기반의 ‘사각 지대 정보 시스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와 ‘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 시스템(Cross Traffic Alert)’도 적용됐다. BLIS는 레이더 센서가 차량 후·측면의 최대 70미터까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사각 지대에 차량이 감지되면 A필러에 자리 잡은 붉은색 경고등에 불을 켠다. CTA는 리어 범퍼 양쪽에 내장된 레이더 센서가 후측면 30미터 범위 내의 물체를 감지, 뒤쪽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있을 시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준다. 실제 도로에서 이 기술은 운전자를 매우 편하게 해준다. 시승 시 차선 변경을 하면서 덕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굳이 사이드 미러를 보지 않더라도 A필러에서 붉은색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어 신중한 차선변경을 유도해주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기술도 있다. 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Cyclist Detection with full auto brake)은 광각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를 이용해, 자전거 탄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꿔 차량과의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경고음과 함께 차량을 제동시켜 피해를 최소화시켜 준다.
야간 주행 시 운전자의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을 돕는 2세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Active High Beam Control)도 탑재됐다. 기존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이 전방 또는 맞은편 차량 감지 시 상향 등을 하향 등으로 자동 조정했다면 새롭게 선보인 2세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은 상향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대방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해준다.
볼보는 ‘2020년까지 볼보를 타다가 다친 중상자와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13년 실시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25% 전 측면 충돌 테스트(Small Overlap Front Crash Test)에서 S60은 해당 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차량 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IIHS가 새롭게 도입한 25% 전 측면 충돌테스트는, 실제 충돌 사고가 정면보다는 전 측면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만든 테스트다. S60은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새롭게 개정한 ‘2012 U.S NCAP’ 신차 종합 안전성 평가에서도 전방, 측면, 전복 등 모든 충돌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획득하며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획득했다.
다시 봐야 할 차
볼보는 후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무려 5종의 부분변경 신차를 내놨지만 세몰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최대 30%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2년 볼보자동차코리아는 1,768대를 판매했다.
한국 수입차시장 초기에 볼보는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로 군림했다. 안전성과 단단함이 주는 신뢰감에 스웨덴 제1기업이라는 이미지도 강했다. 그러나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된 후 브랜드 파워가 떨어졌고, 이후 소극적인 대외활동이 이어지면서 존재감이 많이 흐려졌다.
브랜드 파워에 비해 소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아쉬운 부분이다. S60도 딱 그렇다. 차는 좋은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산 디젤 중형 세단, 그것도 잘 만들어진 차임에도 그렇다. 수입 자동차를 구매함에 있어 고려하는 요소가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선 ‘과시욕’이 구매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안타까운 일이다.
볼보 모델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각종 첨단사양에 고연비, 힘찬 가속력까지 모자란 구석이 없다. 특히 볼보의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S60 D5는 남성적이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갖춰 정말 매력적이다. 2014년형 S60 D5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