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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데이비드 WGS CEO “ 한국 위스키 시장 잠재력 높아 싱글몰트 이어 블렌디드 공략”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이하 WGS)의 CEO 스텔라 데이비드가 방한했다. 그는 포춘코리아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 성장 잠재력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싱글몰트 위스키에 치중하던 WGS는 올해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질 계획이다. 주류 회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여성 CEO지만 회사에 대한 자부심 만큼은 어떤 CEO보다 강해 보였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한평화 포토그래퍼 studiomuse.net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난 스텔라 데이비드는 인터뷰 내내 회사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을 보여주었다. WGS는 연 매출 2조 원대를 올리고 있는 세계 3위 주류회사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넘버3다. 그럼에도 스텔라 데이비드가 콧대를 높이는 이유는 회사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WGS는 1886년 창립자 윌리엄 그랜트가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설립해 현재까지 5대째 가족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거대 글로벌 주류회사인 디아지오, 페르노리카와 경쟁하는 유일한 스코틀랜드 토종 독립 회사다. 게다가 WGS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들어 새로운 제품군을 개척한 회사다.

기자는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자존심을 건드리는 질문을 던져봤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포함한 모든 스카치 위스키 증류소들은 전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서로가 최초, 최고라고 말하며 자존심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 WGS는 자사가 생산하는 ‘글렌피딕’이 1963년 싱글몰트 위스키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제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기자는 스텔라 데이비드를 인터뷰 하기 이틀 전 또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인 ‘더 글렌리벳’의 글로벌 앰배서더를 만났다. 그는 “친구끼리 싸우기는 싫지만 더 글렌리벳이 먼저 수출을 했다”며 서류까지 보여주었다. 그는 스텔라 데이비드를 만나면 꼭 물어보라며 싱긋 웃었다. 더 글렌리벳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묻자 감기에 걸려 코를 훌쩍거리던 스텔라 데이비드는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쪽에서 하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더 글렌리벳은 주식회사인데 우리는 가문이 운영하고 있어요. 역사에 대해선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출한 게 최초가 확실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법적 분쟁이 생겼을 거예요.”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듯 ‘노’를 외친 스텔라 데이비드는 독립 회사로서 거대 주류기업에 맞서기가 버겁지 않느냐, 경쟁업체로부터 인수제의는 받지 않았느냐 등 돌직구성 질문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인수 제의가 없었는지 궁금하다고요? 그란츠 가문 사람들은 회사를 너무나 사랑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회사를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회사를 팔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경쟁사들도 알기 때문에 인수제의조차 하지 않아요. 경쟁사들이 강력하긴 하죠. 하지만 우리 제품이 워낙 좋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글렌피딕은 전 세계 판매 1위 싱글몰트 위스키이고, 100% 수제로 만드는 명품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는 전 세계 판매량 8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란츠는 전 세계 판매 3위를 달리고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죠. 헨드릭스 진은 전 세계 슈퍼프리미엄 진 가운데 판매 1위입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 자체가 매우 강력하고 소비자들이 너무나 사랑해 주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와 경쟁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어요.”


한국 시장에 블렌디드 위스키도 선보일 것

국내에선 저도주 선호 경향이 강해지면서 전체 위스키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실제 국내위스키 시장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블렌디드 위스키의 2013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5%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텔라 데이비드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 시장의 싱글몰트 위스키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몰트 위스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한국에 싱글몰트 위스키가 본격적으로 선보인 5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커진 수치다. 2012년에는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 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참고로 현재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약 10% 정도가 된다. 수량이 아닌 금액 기준으론 전체 위스키 시장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가격이 약 30% 이상 높은 싱글몰트 위스키가 국내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스텔라 데이비드는 말한다. “현재 한국 시장은 어렵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WGS코리아는 매우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많은 나라죠. 블렌디드 위스키의 경우 판매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큰 시장이고,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만 넓혀준다면 얼마든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고급 제품군을 공략하면 훨씬 성장 폭이 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미 우리 제품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죠. 김일주 사장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WGS한국법인은 조인트 벤처로 운영되고 있었다. 2013년 11월 11일 WGS는 한국 파트너가 지닌 지분 49%를 인수해 WGS코리아로 거듭났다. WGS코리아가 100% WGS 브랜치가 된 것이다. 그동안 싱글몰트 위스키에 집중한 WGS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에도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전 세계 판매 3위 블렌디드 위스키 그란츠가 주인공이다. 기자는 국내에선 인지도가 약한 그란츠의 판매 마케팅 전략이 궁금했다. 스텔라 데이비드는 말한다. “워낙 맛이 좋아잘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WGS코리아는 싱글몰트 위스키를 중점적으로 공략해 왔어요. 싱글몰트 유통 채널과 블렌디드 위스키 유통채널은 다릅니다. 올해는 일단 블렌디드 위스키 채널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WGS코리아 김일주 사장이 블렌디드 위스키 유통채널 전문가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인터뷰에 동석한 김일주 사장이 옆에서 거들었다. “글렌피딕이나 발베니는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 성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에 소개를 못했던 블렌디드 위스키를 룸살롱 등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을 경쟁상대로 보고 있어요. 우수한 원액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통과 혁신을 중시하는 WGS

WGS는 종합 주류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원래 WGS는 자체 생산한 제품과 브랜드만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WGS는 2010년 6월 세계 2위의 아이리시 위스키 제조업체인 씨앤씨(C&C) 그룹의 툴라모어 듀 Tullamore Dew를 인수했다.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래서 툴라모어 듀를 인수한 이유를 물었다. “워낙 좋은 브랜드를 만났기 때문에 우리가 인수한 겁니다. 사실 괜찮은 브랜드를 찾기란 쉽지 않아요. 우리가 조금만 손을 대면 툴라모어 듀가 부가가치를 훨씬 더 많이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미래에 투자한 거죠. 인수 후 방문객 센터도 만들고 증류소도 정비했습니다. 여기에 4,000만 유로가 들었어요. 그 결과 이 브랜드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WGS에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혁신을 시도하는 사내 문화가 존재한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최초로 상품화했고, 면세점에 납품한 것도 최초였다. 스텔라 데이비드는 말한다. “윌리엄 그랜트가 증류소를 세우면서 부터 이런 문화가 정착된 것 같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찾는 혁신 마인드가 생긴 거죠. 때문에 글렌피딕이 탄생했던 것이고, 면세점에도 최초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전통과 혁신이 어우러지는 문화를 이어 왔어요. 제가 또 강조하고 싶은 건, 그렇다고 해서 혁신과 전통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혁신이랍시고 제품에 인공 향을 첨가한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위스키의 전통을 지키는 선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죠.” 얼마 전 싱글몰트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발베니 15년 싱글배럴’ 제품이 곧 생산 중단된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그게 사실인지 스텔라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생산 중단은 사실입니다. 우리는 계속적으로 발베니를 혁신하고 있어요. 15년은 17년 산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독특하고 특별한 끝 맛이 있는 제품이죠.” 스텔라 데이비드는 이번 조치 역시 소비자를 위해 혁신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을 이었다. “15년 산 생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발베니는 ‘디스커버리 몰트’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 소비자의 흥미를 끌었죠. 소비자들에게 항상 ‘이번에는 어떤 제품을 만들까’ ‘어떤 식의 경험을 하게 해 줄까’ 하는 기대를 던져주는 술이에요. 이번의 생산중단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재고가 없어 생산을 중단하는 게 아니에요.”

스텔라 데이비드는 WGS가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스키는 역사와 전통, 거기에서 나오는 이야기 거리들, 고급스러움을 함께 즐기면서 마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것들을 보고 우리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성장하는 것보단 적절한 속도로 제대로 성장해서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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