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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게임부문 ‘넷마블’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하다

CJ E&M에게 게임부문 ‘넷마블’은 미운오리 새끼였다.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방송이나 영화 등과는 달리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외적 갈등으로 외부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랬던 넷마블이 불과 1년 만에 백조로 변신했다. 이젠 모든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도 넷마블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지난 2012년 CJ E&M 넷마블(이하 넷마블)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야심차게 내놓은 콘텐츠는 기대 이하의 성과를 올렸다. 경쟁사는 앞서나갔고 후발주자는 턱밑까지 추격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내놓은 게임은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고, 매출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위축된 게임시장에서 넷마블이 반전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낮았다. 비관적 전망도 잇달아 터져 나왔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인 2013년, 넷마블은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출시작마다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게임업계가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서 넷마블이 홀로 비상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면초가’ 넷마블, 변화의 기로에 서다.

넷마블은 지난 2012년 2,121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8% 감소한 수치다. 특히 CJ E&M의 핵심 사업 중 게임만이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2011년부터 불거진 넷마블의 대표 게임 ‘서든 어택’을 둘러싼 개발사 게임하이와 넷마블의 재계약 갈등이 신호탄이었다.당시 남궁훈 넷마블 대표(현 게임인 재단 이사장)는 서든 어택의 수익분배 내용, 회원 데이터베이스 이전 내용 등을 공개하며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재계약 협상 중에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남궁 대표의 돌발행동을 ‘배수의 진’으로 평가했다. 연 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대표 캐시카우로 활약해온 ‘서든 어택’ 서비스가 중단 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사태는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하고, 2년간 공동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재계약을 체결하며 마무리됐다. 하지만 남궁 대표는 재계약직전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적으로는 자진 사퇴였다. 하지만 회사 이미지를 고려한 CJ그룹 차원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대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리고 악재는 계속됐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킬러콘텐츠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신규 게임도 출시가 지연됐다. 온라인 야구 게임 ‘마구마구’가 넷마블 매출의 절반가량을 책임지며 매출 쏠림 현상이 이어졌다.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 대작 ‘리프트’ 역시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다행히 온라인 보드게임 ‘모두의 마블’의 성공으로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부쳤다. 더구나 정부는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게임 산업 규제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넷마블에겐 변화가 필요했다. 넷마블은 키워드로 ‘모바일’을 선택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2012년은 게임의 중심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넷마블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악재도 비껴간 넷마블의 반전

주요 대형 게임사들도 모바일 게임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발 빠른 대응을 위해 모바일 사업부를 신설하거나 개발 자회사를 설립했다. 넷마블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적극 따랐다. 우선 ‘선택과 집중’이라는 큰 틀을 세웠다. 모바일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퍼블리싱 사업 본부를 줄이고 모바일 사업본부를 늘렸다.

기존 온라인 게임 개발팀에도 모바일 DNA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애니파크, 씨드나인게임즈 등 온라인 게임 개발 자회사들에게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넷마블 모바일 게임 사업을 총괄하는 백영훈 모바일 본부장은 말한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형성을 이끈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이었어요. 카카오톡과 애니팡이 성공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끝에 출시된 작품이 바로 지난 2012년 12월 선보인 모바일 레이싱 게임 ‘다함께 차차차’였다. 초기 흥행 성적은 상상이상이었다.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플레이 신규인기, 인기무료, 최고매출 등 3개 카테고리를 휩쓸었다. 게임 다운로드 수도 1,000만 건에 근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다시 악재가 터졌다. 바로 ‘표절 논란’이었다.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다함께 차차차’가 소니의 ‘모두의 스트레스 팍’을 표절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소니는 즉각 넷마블 측에 ‘다함께 차차차’의 서비스 중지를 요구했다. 넷마블은 반박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레이싱 게임의 기본 속성을 사용한 것일 뿐, 저작권 침해와는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이후 소니는 법적 대응을 포함해 표절 의혹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표절 논란은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논란 속에서도 다함께 차차차는 하루 매출 8억 원에 근접하며 ‘제 2의 애니팡’으로 불릴 만큼 흥행몰이를 이어갔다. 안정적인 수익원이 창출되자 넷마블은 곧바로 후속작 출시에 나섰다. 여기서 넷마블의 또 다른 승부수가 나왔다. 다함께 차차차의 후광을 입은 ‘다함께’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넷마블은 ‘다함께 차차차’ 성공 이후 ‘다함께 퐁퐁퐁’, ‘다함께 삼국지’ 등 다함께 시리즈를 출시하며 넷마블 모바일 게임의 고유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중소 게임사들은 이에 영향을 받아 ‘모두의’, ‘다같이’ 등 ‘다함께’와 유사한 단어를 사용한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루 수십 개씩 신작이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특정 회사가 연이어 1위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PC열기를 모바일에서…“두 마리 토끼 사냥”

어느 정도 모바일 시장 안착에 성공한 넷마블은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온라인 포털 넷마블의 대표 지적재산권(IP)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을 모바일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정이었다.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은 넷마블의 대표 수익원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게임이었다.

모바일 게임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마구마구와 모두의 마블은 이름만으로 어느 정도의 성공이 담보된 작품이었어요. 문제는 과연 PC에서의 게임성을 모바일에 어느 정도 이식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었죠.”

두 작품은 예상대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모두의 마블’의 기세는 온라인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모두의 마블’은 전 세계 도시를 사고파는 보드게임 ‘부루마블’에 기반을 둔 게임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보드게임으로 국내 최초로 실시간 4인 대전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당일 ‘카카오 게임하기’ 인기순위 1위에 오른 데 이어 구글플레이 인기무료, 신규인기무료, 최고매출 등 3개 부문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앱스토어에선 인기무료 2위, 최고매출 1위를 달성했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600만 건, 동시접속자수도 40만 명을 돌파했다.

넷마블의 수장 조영기 게임사업부문장은 말한다. “콘텐츠 자체 지적재산권(IP)을 갖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임업계 최초 개발형 지주회사 ‘CJ게임즈’를 설립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 결정이었죠. 온라인-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체 개발 게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모두의 마블은 흥행 성공을 떠나 국내 게임시장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작품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모두의 마블은 고스톱, 포커 등 이른바 ‘고포류’게임의 사행성 논란으로 보드게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하던 시점에 나온 작품이다. 보드게임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일부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모두의 마블에 대한 또 다른 평가라 할 수 있다.

‘방준혁-조영기’ 투톱 체제, 넷마블에 날개를 달다

5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넷마블 창업자 방준혁 고문과 조영기 게임부문 대표의 리더십도 넷마블의 반전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지난 2000년 게임포털 ‘넷마블’을 만든 방 고문은 창업 3년 만에 넷마블을 연매출 270억 원의 업계 2위 회사로 성장시켰다. 지난 2004년 넷마블을 CJ에 매각한 방 고문은 CJ인터넷 대표를 역임하며 서든 어택과 마구마구를 흥행작 반열에 올리는 데도 공을 세웠다. 이후 2006년 게임업계를 떠난 방 고문은 지난 2011년 CJ E&M의 게임개발 지주사 CJ게임즈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면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방 고문의 최대 강점은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과 업무 추진력이다. 게임 콘텐츠 확보, 글로벌 시장 개척, 모바일 게임시장 집중 등 넷마블의 현 경영전략 역시 방 고문의 작품이다.

물론 야심 차게 내놓은 몇몇 온라인 게임은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방 고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위축된 온라인 게임 시장 환경 속에서 나름의 선방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방 고문이 카리스마로 무장한 아버지라면 조 대표는 알뜰살뜰 챙기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넷마블의 암흑기로 불렸던 2011년 6월 신임 대표직에 오른 조 대표는 우선 산적한 내부현안과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데 집중했다.

시급한 서든 어택 재계약 분쟁은 넥슨과의 ‘한시적 공동 서비스’로 일단락시켰다. 또 넷마블의 가장 큰 숙제로 꼽혔던 자체 개발력 강화를 위해 ‘CJ게임즈’ 설립을 결정하기도 했다. 개발자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방 고문과 조 대표 투톱 체제의 시너지 효과는 이미 성과를 통해 증명됐다. CJ E&M 내부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던 게임부문은 단숨에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했다.

비상하는 넷마블, “이제는 글로벌”

대다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2013년 모바일 게임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넷마블이라고 말한다. 최대 경쟁사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윈드러너’, ‘에브리타운’ 이후 뚜렷한 흥행작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게임시장을 이끄는 투 톱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아직 모바일 분야에서만큼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넷마블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한 번의 비상을 준비 중이다. 무대는 글로벌 시장이다.

지난 1월 넷마블은 지주회사인 CJ게임즈를 통해 터키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회사 조이게임과 모회사 SHR 그룹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CJ게임즈는 조이게임에 22억2,100만 원, SHR에 144억3,600만 원을 투자하며 지분 50%를 확보했다.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투자였다.

지난 하반기에는 글로벌 현지법인 설립과 더불어 북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거점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콘텐츠도 선보였다. ‘다함께 차차차’는 지난해 말 중국에 진출해 4일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넘기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넷마블이 보유한 온라인·모바일 플랫폼 별 다양한 라인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갖는 가장 큰 근거라 할 수 있다. 최근 게임업계는 글로벌 시장의 성공 열쇠로 ‘현지화’를 꼽고 있다. 각 국가별 맞춤형 콘텐츠는 성공의 주된 요인이라는 것이다. 장르별 다양한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넷마블의 최대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 레이싱 게임 ‘다함께 붕붕붕’은 글로벌 애니메이션 업체 디즈니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 몬스터 대학교, 토이스토리 등 친숙한 디즈니 캐릭터를 등장시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시장에선 당분간 넷마블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되지 않는 독자 플랫폼 게임의 잇단 성공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성공’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꾸준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출시하고 있는 넷마블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넷마블은 현재 ‘카카오톡’, ‘넥슨 플레이’와 유사한 자체 게임 플랫폼 제작을 준비하고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3년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모바일에서만 반기 매출 1,000억 원을 올렸다. 온라인·모바일을 포함한 상반기 매출은 전년 전체 매출액에 근접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시장으로 비상할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한 넷마블의 2014년 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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