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덩치가 큰 디카일수록 좋은 결과물을 뽑아낸다.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큰 덕분이다. 하지만 휴대성과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진 콤팩트 디카의 경우 대개 손톱보다 작은 센서가 채용된다. 반면 DSLR 중에서도 오로지 고품질의 이미지를 얻기 위한 최상위급 모델에는 35㎜ 필름과 같은 일명 ‘풀 프레임’ 센서가 탑재된다. 물론 콤팩트 디카라고 풀프레임 센서를 탑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크기와 무게를 다소 희생해야 하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소니의 RX1R은 바로 이를 몸소 증명하는 제품이다. 2,430만화소의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해 웬만한 DSLR의 뺨을 두세 번은 때릴 정도로 밝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세밀하고 왜곡 없는 고선명 이미지
RX1R에 장착된 풀프레임 센서는 미러리스 디카나 보급형 DSLR에 쓰이는 APS-C 규격의 센서보다 2배 이상 크다. 저가형 콤팩트 디카와 비교하면 무려 13배나 크다. 이렇게 센서의 크기가 큰 만큼 상대적으로 이미지의 정밀성이 탁월하며, 화각의 왜곡도 찾아볼 수 없다.
RX1R의 강점은 센서만이 아니다. 렌즈도 가히 발군이라 할 만하다. 독일 광학기술의 결정체인 F2.0 밝기의 칼자이스 렌즈에 힘입어 해상력이 높고, 정확한 색상을 표현한다. 또한 조명이 다소 어두운 곳에서도 비교적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감도는 ISO 100부터 2만5,600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광량에 구애받지 않고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서 피사체를 강조하는 아웃포커싱 촬영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었다. 다만 광학 줌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화각이 고정돼 있는 탓에 다채로운 촬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렌즈 교환이 불가능해 프로 사진작가들이 사용하기에는 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촬영은 수준급이었다. 별도의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면 즉시 동영상 촬영이 개시된다. 해상도는 풀HD급(1920×1080)이며, 24프레임과 60프레임 중 하나를 선택해 촬영할 수 있다.
촬영 시간의 제한 없이 메모리카드가 가득찰 때까지 저장할 수 있으므로 평상시 동영상을 많이 찍는다면 32GB 이상의 메모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급스런 디자인…묵직한 손맛
RX1R은 가격이 300만원을 호가한다. 콤팩트 디카라고 하기에는 분명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그만큼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그네슘 합금 소재의 외장 전체를 검은색으로 감싸고,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 콤팩트 디카 특유의 가벼운 느낌을 없앴다.
중량은 482g으로 여타 콤팩트 디카보다 약 2배, 렌즈교환이 가능한 미러리스 디카보다도 10% 이상 더 무겁다. 그래서 DSLR 못지않은 묵직한 손맛을 제공한다. DSLR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전체적 디자인은 아날로그적 감성이 강하지만, 편의성은 최신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매뉴얼(M) 모드로 촬영할 때 노출 상황을 LCD를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편리했다. 별다른 설정을 할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RX1R은 DSLR의 장점과 콤팩트 디카의 특징을 잘 버무려 놓은 제품이다.
성능과 편의성도 만족스럽다. 고가의 가격, 그리고 고가임에도 고정식 렌즈를 채용해 활용도가 제한된다는 부분을 제외하면 말이다. 전체적으로 초보자보다는 DSLR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의 사용자들에게 어울릴 녀석으로 판단된다.
[SPEC]
크기 : 113.3×65.4×69.6㎜
중량 : 482g
이미지 센서 : 풀프레임(35.8×23.9㎜) 엑스모어 CMOS
화소 수 : 2,430만
렌즈 : 칼자이스 7군 8매 (F2.0)
디지털 줌 : 4~24배
ISO: 100~2만5,600
LCD : 3인치(7.5㎝) 122만 화소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