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과학자라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철저한 관찰로 신뢰성 높은 해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과학계는 곤충마다 어느 정도의 개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동일한 종 내에서도 기질이 다를 수 있는지를 조금씩 파악해가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대학 연구팀은 꿀벌 연구를 통해 새로 벌집을 지을 장소를 정기적으로 물색하는 개체들은 다른 개체들에 비해 먹이를 찾으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유전적 요인, 혹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방랑벽과 탐헝정신이 DNA에 유달리 강하게 프로그래밍된 개체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정립하기에 충분한 근거다.
또한 헝가리 데브레첸대학의 생물학자인 에니쾨 규리스 박사도 곤충들이 개체별 개성이나 행동상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판단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는 현재 개똥벌레를 가지고 다양한 행동실험을 실시하면서 대담성, 활동성, 탐구성 등 3가지 측면의 개성을 계량화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뚜껑이 열린 유리병에 개똥벌레를 넣고, 60㎝ 넓이의 원형 테이블 중앙 놓아둔 채 행태를 관찰했다. 그러자 가장 대담한 개체는 신속히 병을 탈출한 반면 소심한 개체는 탈출에 10분이나 걸렸다. 규리스 박사는 병을 탈출한 개똥벌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새로운 물체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도 함께 파악해 탐구성 지수에 반영했다.
“저희의 연구결과는 개똥벌레의 각 개체마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일관성 있는 행동방식을 보이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런걸 개성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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