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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대응력 키워야

[WORLD ECONOMY]

스마트폰의 원조인 애플을 누르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분기에만 10조 원 가까운 이익을 올리고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래 정보산업을 움켜쥘 새로운 기술, 세상에 없던 새로운 혁신 제품을 삼성이 내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시장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이 양적 완화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하자 유동성 장세에 익숙했던 전 세계 증시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정말 미국의 경기회복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고 미래는 과거로부터 흐른다. 일자리 창출과 부동산가격의 회복은 중앙은행의 인쇄기가 아니라 신기술이 만든 신성장산업에 나온다. 지금 세상에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실물이다. 진정 미국 경기가 회복된다면 그건 신기술이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다.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전통산업이 아니라 신기술을 다시 봐야 한다.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보산업이다. 정보기기시장에서 가전, PC, 핸드폰, 게임기가 서로 디지털 컨버전스의 종결자가 되겠다며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핸드폰이 디지털 컨버전스의 종결자로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단순히 소리와 문자를 전하는 기계였던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촉감의 기계로 바꾸면서 혁명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핸드폰이 TV를, 오디오를, 영화를, 데이터를 모조리 잡아먹는 괴물로 등장했다. 정보의 습득을 눈과 귀에 의존하는 기성세대에게 핸드폰은 전화기에 불과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손가락의 촉감이 발달한 디지털 키드인 젊은이들에게 마약보다 강한 ‘스마트 폰 중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원조 애플을 누르고 세계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주가가 속락했다. 이유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장이 둔화된다는 것이다. 사상최고의 이익을 내고도 주가가 속락하는 황망함에 투자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기업 삼성전자의 주가 속락을 어떻게 봐야 할까?

모든 주가의 등락에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흐름을 읽는 대가들은 보고 있지만, 일반투자가들은 삼성에 대해 보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스마트폰 다음의 미래는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추격자는 ‘이익의 규모’가 주가에 있어 관건으로 작용하지만 창조자는 ‘신제품 개발력’이 핵심이다. 삼성은 카세트, TV, 반도체, 노트북, 핸드폰에서 일본, 미국을 따라잡는 데 최고의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 창조자는 아니었다. 선발자가 시장을 만들어 놓으면 무서운 추격자로 움직여 원가와 품질로 이긴 것이다. 그러나 이제 1등에 올라선 삼성은 이익의 크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미래 정보산업을 움켜쥘 새로운 기술, 세상에 없던 신제품에 대한 개발능력이 중요해진 것인데 여기에 시장이 삼성의 능력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이후의 시장에 무엇이 있기에 금융시장이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할까? 바로 현재의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방식인 ‘GUI(Graphic User Interface)’가 아니라 ‘NUI(Natural User Interface)’가 가져올 변화다. NUI는 마우스나 키보드 등 별도의 장치 없이 사람의 감각이나 행동, 인지능력을 통해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제어하는 환경을 말한다. 손가락이나 팔, 눈동자의 움직임을 파악해서 동작을 인식한다거나, 혀의 움직임이나 뇌파로 기기를 제어하거나, 얼굴, 음성 등을 인식하는 것과 같이 인간 신체의 움직임을 활용한 인터페이스다.

이렇게 되면 촉감만이 아니라 인간의 오감과 동작이 모두 통신수단이 되는 것이다. 인간의 동작인식, 눈동자 인식, 얼굴인식, 뇌파인식이 가능해지고 현재의 터치스타일에서, 센서, 뇌파로 움직이는 전자기기 소위, 브레인 유저 인터페이스(BUI·Brain User interface) 시대가 도래한다. 이렇게 되면 전자기기는 더 이상 전자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감성기술의 단계로 승화된다.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입고 다니는 전자기기(wearable computer)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이미 구글 글라스, 애플의 아이와치 등 입는 전자기기가 경쟁에 돌입했다. 음성에서 데이터,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이동통신에서 이제는 실시간, 리얼타임의 정보전송과 처리가 이루어지는 상상초월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보는 대로 찍고, 느끼는 대로 접속하고, 어디서나, 어느 누구와도 접속하고 정보검색이 가능한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이 엄청난 정보를 처리할 빅데이터와 그것을 하늘의 구름 위 서버에 얻어놓고 언제 어디서든 찾아서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이를 지킬 정보보안 솔루션이 지금껏 보지 못한 신산업, 신서비스, 신제품이다. 스마트폰의 아들과 딸들의 미래는 이런 그림이다.

G1 미국은 입는 컴퓨터, 빅데이터와 클라우딩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G2 중국도 이미 2011년에 ‘7대 신성장 산업’을 국가프로젝트로 지정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 간 인터넷, GPS위성산업 등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정보산업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메가트렌드의 변화에 세상을 주도할 새로운 상품을 내지 못하는 순간 기존의 최강자도 한 방에 가는 것이 정보산업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창시자 인텔이, 이동통신의 원조 모토롤라가, 가전의 전설 소니가, 핸드폰의 신화 노키아가 한 방에 날아간 것도 기업이익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상품의 부재 때문이었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는 노트북도,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다. 얼굴인식으로 해결한다. 차가 주인을 알아봐 주인 아니면 시동이 안 걸리는 시대가 온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내추럴 유저 인터페이스 (NUI)’가 가져올 세상의 변화가 무섭다. 국가든 기업이든 새로운 혁신과 변화주기에 대응 못하면 한 방에 간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부채의 덫과 초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항상 난세에 영웅이 나고 불황에 거상이 등장한다. 새싹은 새 나무에 돋는 것이 진짜다. 세계가 과거 수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했던 비결은 돈 찍는 기계나 전통산업 아니라 신기술이었고 신산업을 통해서였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IT기업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국가의 운명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이 삼성전자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IT하드웨어 강국 한국의 앞날일 수도 있다. 한국 IT산업에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주도할 진정한 발상의 전환과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회복이든, 과도한 유동성 단속이든 간에 미국이 양적 완화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면 기업도 불황 아니면 인플레이션 중 하나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전병서 소장은…
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과 IB본부장을 역임했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을 거쳐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중국경영학과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칭화대 경제관리학원(석사), 푸단대 관리학원(석사?박사)에서 공부한 그는 현재 중국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중국 성장산업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5년 후 중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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