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동통신 업계에서 만년 꼴찌였던 LG유플러스를 LTE 선도 기업으로 바꿔가고 있다. 부진했던 3G 시장에 대한 미련을 접고 차세대 LTE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지난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한국통신학회가 주는 ‘정보통신대상’을 수상했다. 한국통신학회는 이상철 부회장이 국내 최초로 LTE망을 상용화하고, 세계 최초로 LTE 전국망을 구축해 통신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대한민국이 전 세계 ICT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는 데 일조하는 등 국내 정보통신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며 이 상을 수여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KT 통신망 연구소장, KTF 사장, KT사장,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데, LG유플러스에서 그 커리어의 정점을 맞았다.
이상철 부회장이 LG와 인연을 맺은건 지난 2010년. LG그룹은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를 통합하며 이 부회장을 수장으로 모셨다. 이 부회장은 출범 첫해 회사 이름까지 바꿨다. 통신사업자들이 으레 내세우던 ‘텔레콤’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LG유플러스로 과감히 사명을 변경했다. 유플러스는 고객(U, YOU)에게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회사가 가져야 할 정체성을 분명하게 밝힌 셈이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회사가 펼쳐야 할 사업의 핵심은 ‘통신’에 있지 않고 ‘고객’과 ‘가치창조’에 있다고 봤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만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통 시장 특성이 그랬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점유율이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이 시장에 머문다면 LG유플러스의 미래는 과거와 다를 게 없었다. LG유플러스 임직원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타개할 대책이 없었다. 이 부회장은 달랐다.
이 부회장은 기존의 이동통신 시장을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새로운 시장을 스스로 만들었다. 경쟁사가 3세대 이동통신에 머물며 4세대 이동통신 판도를 예의주시하는 사이 이 부회장은 과감한 베팅을 했다. 당시 세계 이동통신 업계는 4세대 통신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에선 와이브로 기술을 밀었고, 반대편에선 LTE를 지지했다. KT는 와이브로의 총아였다. 와이브로 기술력은 세계 톱 수준이었다. KT는 와이브로가 4세대 통신으로 채택되면 국가 경쟁력도 재고될 수 있다며 와이브로에 힘을 실었다. SKT는 LTE로 기울었지만 소극적이었다. 3G망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세대교체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LTE에 쓸 수 있는 주파수도 많지 않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LG유플러스는 입장이 달랐다.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이상철 부회장은 승부수를 띄우고 LTE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 부회장은 2011년 7월 1일 4세대(4G) 이동통신 LTE 상용 서비스를 열고 국내 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본격 행보에 나섰다. SKT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LTE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전국망을 구축하는 일에서 LG유플러스가 앞서나갔다. 선도적 투자가 빛을 발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해 12월 전국 84개 시에 LTE망 구축을 완료했다. 이듬해 3월에는 세계 최초로 전국 889개 군·읍·면까지 포괄하는 LTE 전국망을 구축했고 8월에는 음성통화를 데이터로 이용하는 세계 최초의 음성LTE(VoLTE)를 상용화했다. LG유플러스가 LTE망에 투자한 금액만도 2011년 이후 2년간 1조 7,000억 원이 넘었다.
그 결과 LG유플러스는 LTE 시장에서 꿀맛 같은 과실을 따고 있다. KT를 제치고 LTE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LG유플러스는 2011년 4분기까지 LTE 이용자 55만7,000명을 모으며 ‘LTE는 LG유플러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당시 점유율은 46.8%. 53.2%인 SKT에겐 다소 역부족이었지만 대단한 선전을 했다.
그렇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2년 뒤늦게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가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2012년 1분기 기준 LG유플러스 점유율은 41.2%, KT 9.8%였지만 1년 뒤인 올 1분기에는 LG유플러스가 26.5%까지 밀리고, KT가 25.9%까지 추격했다. SKT는 지난해 1분기 49%에서 올 1분기 47.6%로 4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LG유플러스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국내 최초로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았다.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일정 금액 이상 요금을 내면, LTE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동통신사들은 3G 당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으며 고객유치에 힘썼지만, LTE 망에선 서로 눈치를 보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통신망에 걸리는 부하를 줄이고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LG유플러스는 고객 유치가 더 중요했다. 또 4월에는 LTE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한달 만에 가입자 6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LTE음성무제한 요금제는 LG유플러스는 물론 타 이동통신 가입자와도 무제한으로 음성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이 같은 이상철 부회장의 노력으로,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점유율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2년 1분기 말 기준 SKT, KT, LG유플러스가 나누고 있는 시장점유율은 각각 50.4%, 31.5%, 18.1%. 올 1분기말에는 50.2%, 30.5%, 19.2%로 변했다. SKT와 KT가 각 0.2%포인트, 1%포인트 줄었고, LG유플러스는 1.1%포인트가량 늘었다. 이동통신 관계자에 따르면, 포화된 이동통신시장에서 1%포인트가 늘거나 준다는 건 매우 큰 변화다.
LG유플러스가 선전하는 이유는 또 있다. LTE 선도투자만 바라봐선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없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은 해프닝이 하나 벌어졌다. 5월 각종 포털에서 ‘LG유플러스’가 화제 검색어에 올랐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직원이 전화로 고객과 상담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전달됐다. 이 파일에서 직원은 귀가 어두운 할머니를 응대하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수차례 동문서답을 해도 직원은 오랜시간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게 대응했다.
‘LG유플러스입니다’라는 말을 ‘LG에 불났다’고 알아듣는 할머니 때문에 네티즌들은 웃음을 터뜨리는 동시에 끝까지 친절함을 잃지 않은 직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는 다시 ‘LG유플러스가 친절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기업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이 됐다.
이상철 부회장은 취임 이후 고객 중심경영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기업명을 바꿀 때에도 이를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에서도 수십 개에 달하는 담당과 팀 명칭에 고객이라는 표현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또한 틈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해 고객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청주와 천안 지역 영업장을 돌며 고객 응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LTE폰 가입에 대한 안내를 어떻게 하는지, 유무선 컨버전스 상품 판매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우문현답’과 ‘결국엔 사람’이라는 지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문장에서 각 단어 앞자를 모은 조어다.
“정책도 중요하고 가입자 수도 중요하지만 고객들에게 얼마나 진심을 갖고 대하는가, 직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충만한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고객을 감탄하게 하려면 본인이 먼저 감탄해야 합니다. 영업, 네트워크, 고객센터 현장에서 본인 스스로 먼저 감탄할 수 있을 정도로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고객들이 우리를 선택할 것입니다.” 이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전한 말이다. 이 같은 언급이 형식적인 말이나 의례적인 쇼로 보이지 않는 건, 한 명의 친절한 고객센터 직원 덕분인지도 모른다. ‘LG에 불났냐’는 해프닝은 CEO의 의지가 사업장 곳곳에 잘 전파된 것을 방증하고 있다.
LG유플러스에 대한 증권가 전망도 좋은 편이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으며, 2분기에도 탄탄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LG유플러스가 거둔 1분기 실적은 매출액 2,860억 원, 영업이익 1,232억 원, 당기순이익 743억 원이다. 황승택 하나대 투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해 가입자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가입자가 82만명 증가해 전분기와 유사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에 따라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견조하게 증가했습니다.” 통신사 경쟁이 완화되는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청와대와 미래부가 이동통신사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마케팅 비용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