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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큰 저성장 시대, 반 박자 느린 투자가 정답

[INTERVIEW]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CIO

새해를 맞이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예상대로 '위기'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늘 위기는 기회라는 'FORTUNE'과 함께 찾아온다.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들은 '투자처'만큼이나 '시간'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누가 알려줄 수 있을까? 일본 최고 자산운용사 노무라자산운용이 담당매니저로 지목할 만큼 해외에서도 운용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남동준 상무를 만나서 현 시점의 투자전략과 함께 고액 자산가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유부혁 기자 yoo@hmgp.co.kr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과 기업들의 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의 미세한 변화에도 저마다 긍정의 신호를 감지하거나 어두운 먹구름을 예상하기도 한다. 어쩌면 마음 급한 투자자들이 그들의 편향된 태도나 입장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거듭하고 아무 종목을 사더라도 어느 정도 이익을 보장해 주던 주식, 펀드 시장은 이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적이 아닌 분위기로 투자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환율시장이 심상치 않다. 얼마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다뤄진 주요 의제가 '일본에서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 억제'다. 불안한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상황에서 주식이나 금융시장에 있는 사람들, 이른바 전문가들부터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아야 합니다." 남 상무는 첫 마디부터 시장의 신중한 자세를 요구했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 주식시장이 다이내믹하지 않은 데 대한 반등심리가 전문가들에서 시작되는 것에 대한 경계다. 실제로 유럽을 직접 돌아보고 중국을 몇 차례 돌아보아도 아직 개선의 움직임은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00중에 10정도가 조금 좋아진 거예요. 제가 프런트에 있다 보니 여러 관련 기업들의 가동률, 경영환경이나 수출 등 속까지 들여다 보게 되죠. 그런데 특별히 나아지거나 바뀐 게 없어요. 다만 계절이 변하고 있죠." 남 상무는 덧붙여 조언한다. "주식시장은 이익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익의 추세적인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앞서 가려고 해선 안 됩니다. 더 유심히 들여다 봐야 합니다."

미국과 유럽은 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 실업률이 개선되고 경기 부양책도 실물경기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단면적으로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금값이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남 상무는 미국, 유럽등과 국내 시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냉정하게 말해서 상승 국면 앞에서 자꾸 뒷걸음질 치는 면이 있어요. 발목 잡고 있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지난 2009년 국내에 불어닥친 경제위기를 그냥 틀어막는 걸로 처방했죠. 조선, 건설, 기계가 그래요. 그런데 그건 해결이 아니라 미루는 거거든요. 그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연초부터 엔저로 인해 환율이 들썩였으니 주식 시장이 좋을 리 만무하다. 시장은 여전히 2,000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왜 우리 시장은 다를까? 남 상무는 "시간차"라고 답했다. 미국이나 유럽이 여러 부실상황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상황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그들이 조기 진화에 나서며 돈을 푼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그 호황을 유지하려고 무리했던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라는 답이다.

"우리는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중국은 지금 안정을 찾고 싶어합니다. 중국의 리더들은 안정을 위해 내부적인 조정만 약간 할 겁니다." 중국에 대한 물음에 남 상무는 이렇게 답했다. 중국은 올림픽 이후 주춤했던 성장이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유럽발 악재와 미국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 활로가 막혔습니다." 중국의 성장은 수출이었지만 그것이 어려워지자 내수 경기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내수 경기 활성화도 의문이다. "과잉설비부터 많은 분야가 얽혀 있어요. 중국은 엄밀히 말해 스스로 경제를 조정해 본 경험이 없어요. 성장하기에 바빠서 짓고 만들고 팔기에 바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제 중국의 경제가 다시 유럽이나 미국에 영향을 어떻게 미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남 상무의 말을 듣고 중국의 최근 증시를 들여다 봤다. 올 들어 20%정도 올랐다. 그런데 더 거슬러 올라가 봤더니 지난해 50~60% 정도 빠진 상태에서 그 정도 반등한 것이다. 남 상무의 말대로 중국의 향후 정책들이 당분간 '균형과 안정'에 맞춰진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공격적인 투자는 당분간 삼가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반 박자 빠른' 투자가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말이다.

남 상무가 말한다. "반 박자 앞서 가다 지치기 쉽습니다. 반 박자 느리게 가면서 추세에 합류하고 절대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게임을 하는 것이 지금은 좋은 방법입니다." 분위기는 앞서 가려고 하지만 기업의 이익과 그 질은 뒷받침 되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서 남 상무는 "고액 자산가들이나 슈퍼 리치들이 올해 시장에서 뭘 어떻게 해서 수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무리예요. 지금처럼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종목이나 펀드 상품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그런 종목들을 골라내기 좋은 기회의 장입니다. 올 3월, 6월 정도에 열매를 먹겠다 하지 마시고 1년은 좀 보세요." 투자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기다리라'는 것이니, 그동안 숙제를 내 준 셈이다. "우리나라 사이클을 보면 보통 5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이 내년이나 내후년에 폭발적으로 결실이 나타날 거라고 보거든요. 올해는 그 싹을 찾는 시간입니다. 그러니까 이 좋은 기회를 막연하게 무리해서 날려버리지 마셔야 합니다."

"자기 인식이 있는 선별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합니다." 남 상무는 인터뷰 동안 몇 번이고 이 말을 강조했다. "올 증시는 전반적으로 조용할 겁니다. 표면적으로는 찰랑찰랑한 움직임이 있겠지만 속을 잘 봐야 해요. 실제로 안 좋았던 작년에도 기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어요. 그런데 이익이 없는 곳은 대부분 10%이상 기본적으로 빠졌어요. 흐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이젠 개별 기업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고 시장에 진입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목들을 유심히 봐야 할까?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IT를 이제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이든 애플이든 아직 다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합니다." 폭발적인 성장 후에 과잉공급에 따른 실적조정을 예상하지만 거대한 시장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기술 혁명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점점 더 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통신 서비스를 비롯한 유틸리티 기업들이 생활의 근간으로 자리잡아 수요가 계속해서 창출될 것이라 분석했다. 시장의 변화가 아닌 세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는 유통, 그중에서도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들을 유심히 봅니다. 사회가 점점 고령화 되고 1인 가구가 보편화 되면서 필수불가결한 제품들이 있어요.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회사들은 손해를 안 보죠."

남 상무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 시간과의 싸움, 시간을 번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기다릴 수 있는 체력(자금)이 있거나 투자할 기업의 경영 환경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남 상무의 말처럼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 그리고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투자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막연함을 가지고 서두르는 것보다 반 박자 느리게 추세를 따라가는 것이다.


"저는 유통, 그중에서도 편의점에 진열된 상품들을 유심히 봅니다. 사회가 점점 고령화 되고 1인 가구가 보편화 되면서 필수불가결한 제품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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