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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은 정말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가?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과거 승인한 제네릭 *역주: 제약업체 이름이 붙지 않고 일반 명칭으로 판매되는 약품(인기 있는 항우울제 웰부트린 Wellbutrin의 복제약)이 오리지널 약과 ‘생물학적으로 동등(bioequivalent)’하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FDA는 승인을 철회했다.
연방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의 약을 만든 테바 파마수티컬 Teva Pharmaceuticals은 판매를 중단했고 다른 회사들은 FDA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의 제네릭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많은 의사와 의학협회 사이에서 점차 커지고 있는 움직임을 부채질했다. 이들은 이제 기꺼이 이단에 가까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네릭은 정말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가? 그들은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당신이 문외한이라면 제네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과 똑같고 포장만 다른 제품이다. 제네릭 회사들은 오리지널 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적은 비용을 들여 약을 판매할 수 있다. 신약 개발과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놀라운 기적이 왜 제네릭이 지난해 처방전의 80% 이상에 포함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제네릭의약품협회(the Generic Pharmaceut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2012년 미국인들은 제네릭 사용으로 1,93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네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오리지널 약과 다르다. 우선, 오리지널 약 제조사는 특허가 만료되거나 특허에 문제가 생길 때만 다른 회사들에 제조 청사진을 넘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약 성분은 공개해도 조제법은 밝히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제네릭을 제조하려면 ‘분해 공학(reverse engineering)’ *역주: 다른 회사의 상품을 분해해 그 생산 방식을 알아낸 뒤 복제하는 것이 요구된다. 때문에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의 복제품이라기보단 유사품에 가깝다.
FDA 규정은 이를 사실상 인정한다. FDA는 생물학적 동등성(이하 생동성)에 대해 놀랄 만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제네릭 활성성분(active ingredient)의 최대 혈중 농도가 오리지널 약보다 20% 이상 낮거나 25% 이상 높으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르면 제네릭 가운데 45% 정도가 오리지널과 똑같은 약으로 표기된다.
차이점은 또 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활성성분을 함유해야 한다. 하지만 부형제 (excipients)로 알려진 첨가성분은 다를 수 있어 더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는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혈류에 흡수될 가능성이 있는 약의 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는 “당알코올, 시클로덱스트린 cyclodextrin, 폴리소베이트 80 polysorbate-80 등의 첨가물들이 과거 비활성성분으로 인식됐으나 약의 용해를 변화시켜 생체이용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FDA 기준은 약이 얼마나 빨리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규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효성(time-release drugs) *역주: 약효가 장시간에 걸쳐 작용할 수 있도록 서서히 약이 방출되는 의약품 제네릭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IMS 헬스에 따르면 지효성 제네릭은 전체 시장의 10%를 차지한다. 브랜드 약의 지효성 메커니즘은 보통 개별적인 특허로 보호받는다. 때문에 제네릭 회사들은 다른 대안을 만드느라 더 저렴한 메커니즘을 채택한다.
결과적으로 약이 활성성분을 혈액으로 훨씬 빨리 방출해 환자가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다. FDA 제네릭 약품 관리국 생동성 II 팀장 바버라 대빗 Barbara Davit은 FDA가 티맥스 Tmax(약이 최대 농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를 측정할 때 공식적인 통계자료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녀는 “검사관들이 비공식적으론 고려한다”며 “티맥스 결과 때문에 승인이 거부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FDA가 테바의 웰부트린 제네릭 약 승인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데는 조 그래든 Joe Graedon의 역할이 컸다. 약학자로 환자들을 대변하는 그는 아내 테리 Terry와 공동으로 NPR의 라디오 프로그램 피플스 파머시 People’s Pharmacy를 진행한다. 그는 제네릭을 먹고 메스꺼움을 느끼거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 청취자들의 비판적인 사연에 크게 영향을 받아 스스로 조사에 착수했다. 2008년 청취자들이 테바에서 만든 웰부트린 300mg의 제네릭 부데프리온 XL Budeprion XL을 먹고 어지러움, 메스꺼움,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느꼈다고 불만을 호소하자 한 연구소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그는 약이 방출되는 메커니즘이 달라 투여 후 두 시간 동안 제네릭의 활성성분이 오리지널 약보다 네 배나 빨리 용해된다는 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든은 FDA에 제네릭 회사들의 제약 연구 결과를 더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FDA는 보통 자체 테스트를 하지 않고 회사들의 실험에 의존한다).

2008년 그래든은 한 연구소에서 웰부트린의 제네릭을 실험했다. 그리고 제네릭 투여 후 두 시간 동안 활성성분이 오리지널 약보다 네 배나 빨리 용해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FDA는 이를 특허로 간주해 데이터 공개를 거부했다. 그래든과 다른 사람들이 웰부트린의 제네릭이 오리지널 약과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FDA는 5년 동안 무시했다. 하지만 결국 환자 대변인들은 당국이 자체 실험을 하도록 압박했다.
그 결과 테바 제품의 혈중 농도는 평균 75%(최소 80%여야 한다)였고 40%인 경우도 있었다. (제네릭의약품협회 대표 고든 존스턴 Gordon Johnston은 이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주장한다. 그는 “브랜드 약과 제네릭 사이의 생동성을 확인하기 위해 FDA 기준이 제시됐다”고 말한다. (존스턴은 FDA가 종종 브랜드 약의 승인도 철회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약의 경우엔 작은 차이가 커다란 영향을 낳기도 한다. 의사들은 이른바 치료지수 (therapeutic index) *역주: 약물의 최대 내용량(耐容量)의 최소 치료량에 대한 비율가 낮은 약들을 가장 염려한다. 이런 약은 간질(epilepsy), 고혈압(hypertension), 내분비이상(endocrine disorders) 등 복용량이 정확해야 하는 질병에 쓰이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도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의학 단체들은 제네릭으로 약을 바꾸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의사 동의 없이 약을 바꾸는 것을 반대한다.
보스턴에 위치한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메디컬 센터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내분비내과 과장인 제임스 헤네시 James Hennessey는 2011년 FDA의 의약과학·임상약학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레보티록신 levothyroxine(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에 쓰인다) 제네릭의 각기 다른 세 가지 조제법에 대한 증거를 제시했다. 모두 브랜드 약보다 효능이 강한 데다 그 수치도 각각 달랐다. 브랜드약 효능보다 12.5%, 9%, 3%씩 더 강했다. 모두 생동성이 같다고 승인된 약이었다. 헤네시는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10% 미만의 복용 간격이 임상적 차이를 낳는다”며 “이 차이는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치료지수가 낮은 약에 대한 생동성 기준 강화를 놓고 투표했다. 대빗은 FDA가 “승인 기준을 엄격하게 만드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제네릭 실험을 개선하는 것은 이익이 될 수 있다. 드레이크 대학교 약학보건대학(Drake University's College of Pharmacy and Health Sciences) 임상과학과 학과장인 티머시 웰티 Timothy Welty는 우선 제네릭들을 서로 비교하는 연구에 대해 FDA 허가를 받았다(FDA는 이런 연구를 하지 않는다). 또 실제로 병을 치료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네릭을 시험할 예정이다. FDA는 이를 회사들에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활성성분이 오리지널 약과 동일하다면 회사들이 환자들에게 효험이 있는지 실험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저 제네릭이 혈중 목표 농도에 도달하는지만 확인하고 있다.
제네릭을 둘러싼 이런 문제들은 제조사들이 규정을 따를 때 발생한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또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약의 활성성분 80%와 완성 약품의 40%가 수입되기 때문에 (FDA가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공장에서 제조되기도 한다) 품질이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리피토 Lipitor의 제네릭 제조회사 란박시 파마수티컬 Ranbaxy Pharmaceuticals은 약에서 작은 유리 조각이 발견된 후 48만 병의 제품을 회수했다(FDA는 인도 최대의 제네릭 제조회사 란박시가 콜레스테롤 억제제의 제네릭을 생산하도록 허가했다. 포춘은 2011년 ‘리피토를 둘러싼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과정을 상세히 다뤘다. 미 법무부가 7년간의 조사 끝에 란박시가 약품 승인 자료를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FDA는 승인했다. 란박시는 5억 달러의 배상금에 합의하고, 동의명령 *역주: 불공정거래 행위 혐의가 있는 기업이 경쟁 당국과 시정초치에 합의해 조기에 분쟁을 종결하는 제도에 서명했다).
의회는 지난해 7월 제네릭 의약품 수익자 부담금 *역주: 의약품의 허가단축을 위해 심사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제약회사가 부담하는 제도 개정안(the Generic Drug User Fee Amendments)을 통과시켰다. 제네릭 업계는 이것이 정당성을 획득하고, 의사와 환자들을 안심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제네릭 허가 신청 승인과 검토를 촉진하고, 해외에 있는 제조공장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5년간 FDA에 매년 2억 9,900만 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FDA는 제네릭이 안전하고 오리지널 약과 치료 효과가 똑같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FDA 의약품 심사 및 연구센터(the FDA’s 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 국장 재닛 우드콕 Janet Woodcock은 2010년 10월 제네릭의약품협회 연설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품질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들이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인정이 제네릭 산업에 크게 제동을 걸진 못했다. 그래든이 강조하듯이 환자와 보험회사, 정부는 모두 제네릭 사용으로 엄청난 비용을 절약하기 때문에 이익을 본다. 그래서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테바에 대한 FDA 조치로 인해 상황은 이제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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