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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페트병의 화려한 변신] 에코 패션 전성시대

198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 패션업계는 '에코(Eco)'를 테마로 천연소재를 원료로 쓰거나 자연의 문양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적 룩을 표출해왔다.

현재 에코 패션은 이에 더해 생산 공정에서부터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진정한 환경 공법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폐 페트병과 같은 골칫덩이 쓰레기들이 존재한다.


김종훈 한국섬유소재연구소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자료제공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과 미래


미국의 환경운동가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1981년 자신의 소설 '에코토피아 비긴스'를 통해 무분별한 산업화에 따른 환경파괴를 경고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이 경고는 현실이 됐다. 대량생산체제 기반 하에서 고 속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얻은 물질적 풍요의 대가로 자원고갈과 환경오염, 지구 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21세기에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환경친화적 녹색성장의 가치 창출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그렇지 못하면 섬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 주력 산업군은 머지않아 성장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좀더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를 표출하며 그린슈머(Greensumer) 와 같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에코 패션이라 불리는 친환경 패션 기술이 각광 받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재활용 섬유 시장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섬유산업을 위시한 소재산업의 메가 트렌드는 '가격'과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 고분자를 적용한 섬유패션 제품과 자원을 재활용해 재생된 섬유패션 제품 등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이중 바이오 고분자는 처리와 원료 중 친환경 기준을 어디에 두는 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원료가 석유이든, 식물자원이든 땅에 묻었을 때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생분해성 폴리머라 하며 기존 석유화학 원료를 바이오매스로 대체한 것을 바이오 베이스 폴리머라 칭한다.

재활용 제품은 사용 후 버려진 쓰레기 및 폐기물이나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원재료로 생산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특정 제품의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에너지 절감, 탄소배출저감, 유해물질 배출 감소, 환경정화, 폐기물 최소화 등 환경적 부하를 낮춘 친환경 저탄소 재활용 제품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친환경 리싸이클 섬유시장이 유한자원의 재활용,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환경오염 방지, 폐기비용 절감 등의 이점에 힘입어 대폭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것으로 예견한다. 소비자의 요구나 정책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무한한 산업적 활용성
지난 2007년 전 세계 재활용 섬유의 총 생산량은 약 3,110만톤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재활용 섬유는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로써 수지 폐기물을 회수해 세척, 파쇄, 건조하는 물리적 공정 또는 폐 페트병과 같은 버려진 폴리에스터 제품을 화학적으로 분해한 뒤 다시 중합하는 완전 순환형 재활용 공정(화학적 공정)으로 제작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RP)를 운영하며 75%라는 높은 폐 페트병 회수율을 보이지만 아직은 저가의 플라스틱 성형물이나 포장재, 산업용 재생 단섬유 형태로 재활용되는데 머물고 있다.



물론 남아공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제작에 쓰였던 페트병 재활용 원사 '에코에버(ecoever)'를 생산하는 휴비스나 국내 최초의 페트병 재활용 원사 '리젠(Regen)'을 개발한 효성처럼 몇몇 기업들이 관련제품을 출시했지만 고기능성 의류에 적용하기에는 추가적 기술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한 미국, 일본 등의 다국적 기업들은 화학적 공정을 적용한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그 같은 공정을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의류를 중심으로 한 패션산업 외에도 재활용 섬유 소재의 적용 가능 영역은 다양하 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전 세계 약 6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내장재 산업이다. 자동차 내장재는 이미 재활용 비율이 75%에 이르지만 유럽연합(EU)이 2015년까지 이를 95%로 높이기 위해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등 막대한 신규 시장이 추가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미과 일본의 기업들은 이미 환경친화적 내장재 소재 개발에 적극적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적극적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토요타는 지난해 실내면적의 80% 가량을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사이(SAI)'를 선보였으며 포드도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자동차 '2012년형 포커스 일렉트릭'의 좌석 커버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재활용기업 유니파이가 개발한 폐플라스틱 물병 재활용 섬유로 제작했다. 덧붙여 크라이슬러, 혼다 등 여타 완성차 메이커들도 일부 내장재에 전분이나 밀짚을 10〜30% 사용한 자동차를 출시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트커버, 플로어 매트, 타이어 보강제, 대시보드 등에 바이오 혼합제품의 활용도가 높다.



패션의 중심은 환경
미국의 지속가능한 기술교육 프로젝트 (STEP)에서는 에코 패션을 섬유 패션산업의 가치사슬 내에 있는 모든 환경, 소비자 건강, 관련업종의 작업현장 등을 고려해 만든 의류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공급자 측면의 접근뿐만 아니라 의식 있는 소비 행위와 소비자와의 연대, 교육적 요소가 가미된 사회적 활동 등이 모두 조화를 이뤄야만 진정한 에코 패션기술로 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세계적인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업체들은 향후 아웃도어 산업분야에서 친환경 소재가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국내기업들의 재활용 소재가 차별화를 가질 수 있도록 고감성 및 고기능성 소재 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그린슈머들은 일상적인 제품 구매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려 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의식이 투철하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또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움직임을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생각하는 소비자가 주체가 되는 시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에코패션이 한때의 트렌드를 넘어 생활패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에코패션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자연 친화적 소재를 접목한 제품의 출시에 그치지 않고, 환경 캠페인 등의 마케팅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즉 에코 트렌드는 단발적으로 멈추는 것이 아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부터 차근차근 이뤄져야 한다. 친환경 소재, 녹색공정,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기획하고 마케팅 하는 섬유 산업 전반에 걸친 협업적 기술 개발이 모색돼야 하는 것이다.

에코패션에 있어 우리나라는 수요 측면에서 아직 붐이 일지 않았다. 관련 제품의 공급이 가능한 기업도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역시 아직은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을 지나 슬로우 패션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금도 그리 늦지는 않았다. 우리가 보유한 기존의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에코패션 브랜드가 탄생하는 날이 현실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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