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潘)씨는 중국에서 온 ‘도래성(渡來姓)’이다. 기성(거제의 옛 지명)·광주·남평 등 세 본관이 있지만 원류인 시조 반부(潘阜)는 한림학사를 거쳐 이부상서를 지낸 남송시대의 관리였다. 몽골 정벌을 황제에게 간했으나 간신인 가사도(賈似道)의 꾀임으로 죽임이 당연히 예상된 몽골에 사신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원 세조는 그를 아껴 죽이지 않고 벼슬을 제안했으나 그는 사양한다.
그 무렵 원나라 수도 대도(大都·베이징)에 있던 고려 충렬왕이 그의 충의를 높이 사 사신으로 온 김방경에게 그를 고려로 데려가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후일 충렬왕비가 된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로 들어오게 된다. 원종과 충렬왕 당시 정당문학을 지내고 김방경과 함께 일본 정벌에 공을 세우면서 기성부원군에 봉해진다. 그의 6세손인 반충은 조선 초 개국공신으로 태조 이성계에게서 광주백(伯)의 작위를 받으면서 광주 반씨가 분파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광주 반씨다.
반 총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중국 내륙의 허난성 싱양시 판(반의 중국명)씨 집성촌 판야오에서 같은 성의 유엔 사무총장 배출로 온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중국 반씨의 출발이 싱양인 만큼 다 같은 ‘뿌리’라는 동성 의식에서다. 지난해 반 총장이 한자로 같은 성인 베트남의 한 가정을 비공식 방문한 것도 화제가 됐다. 반 총장은 당시 방명록에 “반(潘)가의 일원으로, 유엔 사무총장으로, 조상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남겨 한때 조상이 베트남인이라는 오해와 논란을 남기기도 했다.
반 총장이 20일 (현지시간)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대한민국 발전에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이전과 사뭇 다른 어투로 내년 대권 도전을 강력히 시사했다. 유엔 사무총장 외에 족보에 또 다른 직함이 붙을 것이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가 후일 역사에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더욱 중요해 보이는 것이 우리의 현재 정치 상황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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