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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금강산 유점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6.03 18:09:21오대산 월정사에 머물던 사명대사가 금강산 유점사로 거처를 옮긴 지 2년 정도 지난 1592년 임진왜란이 터졌다. 파죽지세로 북진하던 왜군이 유점사에까지 들이닥친 것은 그해 6월. 왜군들은 유점사에 침입해 20여명의 승려들을 묶어두고 행패를 부리며 금은보화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조선 고찰에는 금으로 만든 불상과 많은 보물이 있을 것으로 믿었던 모양이다. 이 소식을 듣고 사명대사가 한달음에 달려가 왜적에게 소리쳤다 -
[만파식적]신발시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30 17:30:00이슬람 국가와 수출입 상담을 할 때 지켜야 할 금기가 있다. 다리를 꼬고 앉아 발을 흔들지 말라는 것이다. 무심코 다리를 흔들다 신발 바닥을 보인다면 상대방을 경멸하는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상담은 그것으로 끝장난다. 회교권에서 신발의 의미는 이처럼 독특하다. 사람의 맨 밑바닥으로 하찮고 더럽고 불경하다고 여긴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는 것은 그래서다. 입구에는 아예 발을 -
[만파식적] 하이퍼 인플레이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23 17:30:00“오늘부터 짐바브웨 달러의 사용을 중단하겠습니다.” 2009년 4월12일 엘턴 망고마 짐바브웨 경제기획개발부 장관의 입에서 폭탄선언이 나왔다. 화폐가치를 지키기 위해 1년 만에 세 차례나 디노미네이션(화폐가치 절하)을 단행했지만 모두 실패한 후 내린 처방이었다. 이후 7년간 짐바브웨는 달러나 유로 같은 외화에 자국의 통화주권을 넘겨야 했다. 짐바브웨의 통화주권 상실은 무지한 통화정책의 결과였다. 로버트 무가베 대 -
[만파식적]골프 비거리 논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17 17:40:06프로골퍼 최상호 선수는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CC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1955년생인 그는 요즘에도 세컨드샷에서 8·9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노린다. 한창 근력이 좋았던 시절 같은 홀에서 6번 아이언을 집어야만 했던 골프장인데도 말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자기 관리와 함께 좋아진 장비 덕택에 이만큼 비거리가 늘어난 것 아니냐고 주변에 얘기하곤 한다. 아마도 비거리에 남다른 자신감 -
[만파식적]허리케인 시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16 17:31:332005년 8월 29일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의 하나로 기록된 카트리나가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를 덮쳤다. 당시 시장 레이 네이긴이 대피 명령을 내리자 수십만 명이 피신했다. 삽시간에 폭풍의 눈은 도시 동쪽을 휩쓸고 지나갔고 시를 보호하기 위한 제방 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시내에 남아 있던 주민의 상당수는 다락방·지붕에 갇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만 했다. 저녁이 되자 물이 찬 거리에 둥둥 떠다니거나 잔해 속에 -
[만파식적]페로니즘의 망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09 17:30:00194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마요광장에 새 대통령의 연설을 듣겠다며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인 에바 페론에게 쏠려 있었다. 에바는 남편 후안 페론과 함께 붉은 벽돌로 지어진 대통령궁 2층 베란다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동자들의 단결과 지지를 호소했다. 여배우 출신의 에바는 아름다운 외모와 확신에 찬 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집권 이후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
[만파식적] ‘디캐프리오 딱정벌레’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5.02 17:31:21하와이 비숍박물관에서 일하는 생물학자 리처드 파일은 2016년 6월 해양생물의 보고인 하와이 국립해양보호수역을 탐사하다가 새로운 물고기를 발견했다. 주황색·금빛이 섞인 몸통에 파란 고리, 빨간 점 무늬가 있는 등지느러미를 가진 산호초 물고기였다. 이 생물의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던 파일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사용한 로고가 이 물고기와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침 오바마 대 -
[만파식적] 스승의 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9 17:33:21율곡 이이가 대제학으로 근무하던 1582년 선조의 명을 받아 쓴 ‘학교모범(學校模範)’에 이런 내용이 있다.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서는 안 되고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웃는 일이 있더라도 이빨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 조선 시대 성균관 학칙(學則)에도 비슷한 대목이 있다.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
[만파식적] 코먼웰스(Commonwealth)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24 17:30:02서양 정치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태어난 1588년부터 그가 타계한 1679년까지 영국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왕당파와 의회주의자들 간의 갈등으로 혼란은 극에 달했고 이는 결국 시민전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홉스가 제시한 것이 ‘리바이어던’이다. 홉스는 이 책에서 자연 상태를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묘사했다. 인간은 자만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협력이 어려운 -
[만파식적] 퓰리처상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8 17:37:26나치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의 조짐이 일기 시작하던 1932년 7월30일 미국 일간지 시카고데일리뉴스에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취재기자는 당시 베를린 특파원이었던 에드거 모러. 그는 독일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아돌프 히틀러의 등장과 나치의 득세가 세계에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할 수 있음을 며칠에 걸친 시리즈 기사로 지적했다. 또 이듬해에는 취재한 소스들 -
[만파식적] 추억의 포장마차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15 17:39:47‘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중략) 오늘도 목로주점 흙 바람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가수 이연실이 1989년 발표한 ‘목로주점’의 가사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든 여러 차례 들어보고 적어도 한두 번은 따라불러도 봤을 노래다. ‘목로’란 선술집에서 술잔이나 안주를 놓기 위해 올린 널빤지를 말하는 것이니, 목로주점은 흔히 말하는 포장마차와 같다. 원래 의미인 미국 -
[만파식적] 한강 평화누리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4.03 17:47:312010년 5월8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평화누리길’ 개장식이 개최됐다.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4개 시군을 잇는 도보여행길이 공식적으로 열린 것이다. 기념식에는 시민·산악회원 등 1,000여명이 참가해 대한민국 최북단 트레킹 코스의 탄생을 축하했다. 개장식 후 걷기행사가 진행되자 참가자들은 새 길의 개척자인 양 들뜬 기분이었다고 한다.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하고 -
[만파식적] 경제책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20 17:30:00제5공화국 시절 대통령 경제수석에 임명된 김재익이 고심 끝에 청와대에 수락조건을 내밀었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이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텐데 끝까지 밀어줄 수 있느냐는 다짐이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두말없이 맡겼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 교사였던 김재익은 이런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군부 인사들의 저항을 뚫고 자신의 정책적 소신을 힘 있게 추진해나 -
[만파식적] 봄 도다리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8 17:49:59결혼한 지 2~3년쯤 지난 이맘때다. 봄 햇볕이 제법 따스한 주말에 도다리쑥국을 해먹을 요량으로 아내와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적이 있다. 그런데 상점 주인이 내놓은 것은 도다리가 아닌 양식 광어가 아닌가. 광어 값이 도다리에 비해 한참 비싼 시절이라 자연산을 내줄 리 만무할 터. 속여 팔려다 머쓱했던지 제법 큰 녀석을 내놓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광어와 도다리,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렵다. 쉬운 구별법은 있다. ‘ -
[만파식적]로또 아파트
오피니언 사내칼럼 2018.03.15 17:45:562006년 봄 판교 신도시발 분양 광풍이 불었다. 중소형 아파트 9,428가구 동시 분양에 나선 청약 접수자는 46만명이 넘었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의 청약예금통장 1순위가 200만여명이었으니 5명 가운데 1명이 판교 청약에 나선 셈이다. 경쟁률이 3,000대1을 넘기도 했다. 인근 분당에 비해 최대 2억원가량 분양가가 저렴하다 보니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몰릴 수밖에. ‘로또 아파트’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로또 아파트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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