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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처분적 법률
오피니언 사설 2024.05.08 18:10:04법은 일반성과 추상성을 띤다. 불특정 다수와 불특정한 상황을 규율한다는 의미다. 법이 만들어지면 행정·사법의 절차를 거쳐 특정 사례와 특정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법의 일반적 성격에 반하는 것이 ‘처분적 법률’이다. 이는 행정·사법적 절차 없이 직접적으로 특정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킨다. ‘조치’와 ‘입법’을 결합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개념은 독일 법학자들이 발전시킨 것이다. 입법을 통해 즉 -
[만파식적] 국회법 20조의2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5.07 17:51:5916대 국회 시기였던 2000년 6월 2일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법 20조의2’ 조문을 개정해 국회의장 당적 보유를 금지하도록 명시한 법안이다.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인한 국회 파행을 방지하려는 취지였다. 이 법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장 대안’으로 다듬어져 2002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그 직에 -
[만파식적] 파키스탄계 런던시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5.06 18:48:57영국의 집권 보수당이 2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11개 직선 시장 자리 중 10개를 싹쓸이했고 보수당은 티스밸리 단 1곳만 지켰다. 노동당의 선거 압승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파키스탄계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사상 첫 3선 런던시장이 된 사디크 칸이다. 파키스탄에서 런던으로 이주해 버스 -
[만파식적] 에 플루리부스 우눔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5.02 17:58:38“미국과 인도네시아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여럿이 모여 하나)’과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 통일)’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관이 양국 수교 75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축하 메시지다. 다양한 민족·문화·종교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멜팅 폿(melting pot·용광로)’ 국가라는 공통점을 내세워 친밀감을 강조한 것이다. ‘비네카 퉁 -
[만파식적] 오펜하이머 순간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5.01 18:10:05미국 핵무기 개발을 주도했다가 후회한 천재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스스로 판단해 적을 죽이는 ‘킬러 로봇’의 출현을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소환됐다. 지난달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자율무기시스템 관련 콘퍼런스에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은 “지금이 우리 시대의 오펜하이머 순간”이라며 킬러 로봇의 규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1904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오펜하이머는 1945년 세 -
[만파식적] 정책 계파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30 18:12:461983년 미국 공화당에서는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원이 젊은 당원들과 함께 ‘보수주의기회사회(COS)’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당을 혁신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모색하고 표결로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COS는 1994년 공화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한 ‘혁명’의 주역이 됐다. 이에 앞서 1958년 미국 하원 선거에서 북부 지역 정치인들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당시 이들을 받아준 민주당은 남부 출 -
[만파식적] 中 ‘충구이(窮鬼) 메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9 18:27:02중국에서 ‘충구이(窮鬼)’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충구이는 거지·가난뱅이 등 궁한 사람을 뜻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불투명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저가 식사를 의미하는 충구이 메뉴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외식 업체인 난청샹은 최근 3위안(약 570원)에 죽·두부·두유 등 7가지로 구성된 조식을 내놓았다. 맥도날드는 ‘1+1 세트’를 13.9위안(약 2600원)에 선 -
[만파식적] ‘무엇을 할 것인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8 17:49:1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 산업·기업인연맹 회의에서 5월 중 중국 방문 계획을 공개했다. 한 참석자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What is to be done)’라는 책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자 푸틴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푸틴은 “책을 꼭 갖고 가서 우리 친구에게 전해주겠다”며 시 주석에 대한 친밀감도 표시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을 “강력한 지도자이자 진정한 남자”라고 -
[만파식적] 밀푀유 정부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5 18:11:02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밀푀유는 손꼽히는 고급 디저트다. 프랑스어로 ‘천 개의 잎’이라는 뜻을 지닌 밀푀유는 얇은 밀가루 반죽을 여러 겹으로 겹쳐 구운 페이스트리 사이에 크림을 넣고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다. 17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나폴레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입 베어 물면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수백 년 동안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만파식적] 칸트와 푸틴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4 19:01:30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규칙적 일상생활이 몸에 밴 인물로 유명하다. “칸트가 잿빛 코트를 입고 스페인 지팡이를 손에 쥐고 집 밖으로 나오면 이웃들이 정확히 오후 3시 30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기록을 남겼을 정도다. 1724년 프로이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난 칸트는 일생토록 고향 밖을 나간 적이 거의 없으며 쾨니히스베르크대에서 40년 넘게 철학을 강의했다. 쾨니히스베르크 -
[만파식적] 존슨 美 하원의장 리더십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3 19:04:481938년 아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가 체코슬로바키아 수데테란트 지역을 독일에 넘겨주는 내용의 ‘뮌헨 협정’에 서명했을 때만 해도 전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나치 독일은 이내 체코를 병합하더니 9월에는 폴란드를 침공했다. 거짓 평화에 속은 체임벌린이 물러난 뒤 총리로 등극한 윈스턴 처칠은 국난 극복을 위해 제1야당인 노동당과 손을 잡고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에게 부총 -
[만파식적] 적도원칙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2 18:34:35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이 퇴조하는 가운데 최근 JP모건·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이 ‘적도원칙(赤道原則·Equator Principles)’에서 잇따라 탈퇴했다. 이 원칙은 환경 파괴와 인권 유린 등을 유발하는 대형 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 금지를 골자로 한 국제 금융권의 자율 협약이다. 2003년 6월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10개 금융기관이 미국 워 -
[만파식적] 틱톡 금지법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21 19:01:06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달 8일 중국계 기업이 만든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을 깔고 자신의 집무실을 담은 13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그다음 주인 16일 중국 방문 때 만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려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숄츠의 ‘틱톡 쇼’는 우방국 미국의 틱톡 규제 흐름과 배치돼 과도한 친중 행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정부는 2020년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강제 매각시키려고 시도한 -
[만파식적] 코아비타시옹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18 18:59:33좌파인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1986년 3월 총선에서 패하자 우파인 자크 시라크를 총리로 임명한다. 의회가 총리 임명동의권과 내각 불신임권을 갖고 있어 국정 안정을 위해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좌우 동거 정부)’ 체제를 택한 것이다. 함께라는 뜻의 ‘co’와 거주라는 뜻의 ‘habitation’이 합해져 만들어진 용어다. 미테랑은 이후 1988년 5월 대선에서 시라크를 누르고 재선한 후 하원 해산과 조기 총 -
[만파식적] 유엔 안보리 개혁론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4.04.17 19:00:19지난달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은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의 찬성표를 얻고도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모두를 포함한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한 대북 제재 위반 감시를 위한 전문가 패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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