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3가 BMW의 2인승 경량 로드스터 시장 진입을
알리는 1세대 모델이라면 Z4는 BMW 로드스터의 강력함과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 2세대 모델이다. 그렇다면 3세대로 진화한 뉴 Z4, 즉 Z4 sDrive 35i는 어떨까. 정교함과 편안함의 타협(?)을 시도한 모델이 라고 할 수 있다.
뉴 Z4에서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전동식 하드톱과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꼽을 수 있다. 이는 분명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 SLK의 하드톱과 포르쉐 박스터의 파워를 의식한 것이다. 물론 기존의 Z4만이 갖고 있던 매력이나 재미의 요소들은 상당부분 유지한 채 말이다.
20초 만에 로드스터에서 하드톱 쿠페로
외부 디자인은 2세대 Z4와 3세대 뉴 Z4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흐름을 이어가는 듯하다. 기존의 2세대 Z4는 사막의 모래언덕 같이 하이라이트와 새도 부분을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력하게 살린 에지라인을 갖고 있었다.
이에 비해 뉴 Z4는 V라인이 프런트 범퍼 아래부터 시작해 키드니 그릴을 통과, BMW 로고를 중심으로 갈라진다. 또한 이 V라인은 굵은 곡선을 갖고 펜더를 가로 질러 도어의 끝자락에까지 이어진다. 뒤에서는 리어 펜더를 타고 넘어오는 라인이 짧지만 대칭적으로 매듭을 짓는다. 대신 뒤쪽에서 시작된 도어 하단부의 라인을 중심으로 앞쪽에서 솟구쳐 올랐던 Z4 라인 특유의 카리스마 자취는 감쇄시켰다.
이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줄이는 대신 고급스럽게 정제된 균형미를 추구한 디자인이라고 하겠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더욱 섬세하고 화려해졌다. 또한 다양한 편의기능도 추가됐다.
우선 뉴 Z4에 맞게 모디파이된 아이드라이브 (iDrive)가 눈에 들어온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8.8 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1,280×480 픽셀의 고해상도를 지원하고, 자동차에 내장된 80GB 하드디스크에 각종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내비게이션 작동 시간이 훨씬 빨라졌다. 또한 80GB 하드디스크의 12GB에는 음악 파일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다. USB포트를 이용해 외장형 메모리 장치나 MP3플레이어도 연결만 하면 즉시 플레이가 가능하다.
특히 오픈카의 특성상 뜨거운 태양을 맞아야 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시트와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 등 탑승자의 손과 몸이 자주 닺는 곳에는 적외선을 반사시키는 태양광 반사기술이 적용돼 있다.
이 때문에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도 실내 표면이 덜 뜨겁고, 지붕을 닫았을 때도 차안의 온도 상승을 최대한 줄여준다. 아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술의 이로움을 잘 모를 것이다.
뉴 Z4는 BMW 로드스터 최초로 전동식 하드톱을 적용했다. 하드톱이란 사이드 창문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자동차의 측면 기둥을 없앤 것을 말한다. 두 조각의 경량 알루미늄 패널로 구성된 접이식 하드톱은 버튼만 누르고 있으면 20초 만에 자동으로 열리거나 닫힌다. 단 20초 만에 오픈 로드스터에서 하드톱 쿠페 사이를 오갈 수 있는 것.
최근 독일의 ‘레드 닷’ 디자인상을 받은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지붕을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 모두 디자인의 균형감이 뛰어나다. 그리고 로드스터 소비자들에게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오픈했을 때 180ℓ에 불과한 트렁크 용량이 하드톱을 닫으면 310ℓ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붕을 열었을 때나 닫았을 때 모두 디자인의 균형감이 뛰어나다.
날카로움 대신 안정성 위주로 튜닝된 새시
일반적으로 스타일을 보면 그 자동차의 성격이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뉴 Z4의 핸들링과 승차감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자인과 자동차의 성격 표현에서 일관성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뉴 Z4에는 335i와 같은 직렬 6기통 가솔린 트윈 터보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 엔진의 최고출력은 306 마력/5,800rpm. 무엇보다 터보차저의 특징을 살려 1,300~5,000rpm 구간에서 플랫하게 40.8kg.m의 최대토크가 나온다는 게 장점이다.
더구나 뉴 Z4는 자동변속기의 기능과 최근 수동변속기의 대세로 주목받고 있는 더블 클러치의 장점을 조화시킨 새로운 트랜스미션 콘셉트가 적용된 7단 더블 클러치 타입이다. 토크 중심의 엔진과 반응이 빠른 트랜스미션의 조합 덕분에 풀 파워를 사용했을 때 출발에서 100km/h 까지의 도달시간은 5.1초에 불과하다.
또한 최고 속도는 250km/h, 정지 상태에서 1km를 주파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5초도 안 된다. 뉴 Z4의 핸들링 성능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우수하면서도 2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약간 늘어지듯 반 템포 늦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일래스틱한 감은 남아 있는데, 이는 전기 파워 스티어링의 작동과 연관 이 있다. 기존 모델의 경우에도 주행모드 선택과 연동되는 BIZ & ENTERPRISE EPS의 무게감 조절이 병행됐지만 선택 방법이 DTC/ DSC를 모두 꺼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이내믹 드라이브 컨트롤이라는 시스템으로 묶었다. 이 때문에 기어 실렉트 레버 옆에 위치한 주행모드 스위치를 이용, ‘노멀/스포츠/스포츠+’ 중에서 선택만 하면 원하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휠베이스는 예전 사이즈로 유지하면서 스티어링 기어 비는 14.2:1에서 14.36:1로 키웠다.
이로 인해 핸들링 리스폰스가 예전 같이 날카로운 반응을 갖지는 않는다. 하지만 커진 보디 사이즈에 비례해 트레드를 늘리고 전반적으로 편안하면서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섀시 튜닝이 이루어졌다. 코너를 돌면서 언더스티어, 즉 코너를 돌아나갈 때 자동차가 바깥쪽으로 밀리는 현상이 나는 곳이나 노면 이 좋지 않은 코너를 빠져나가는 정점에서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뒷부분이 횡 방향으로 꼬리 를 슬쩍 틀다가 다시 자리를 잡는 롤 스티어 느낌이 나타난다.
동일한 상황에서 훨씬 스포티했던 2세대 Z4의 경우 한계점까지 강하게 버티다가 한꺼번에 획 돌아서는데 비해 뉴 Z4는 약간은 끈끈하게 버티는 느낌이 운전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는 조금 유리한 면도 있어 보인다.
가령 의도적으로 뒤를 흘리는 동작을 취하려고 할 때 구형에 비해 뉴 Z4에서는 그런 모션을 보다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전반적인 주행 특성을 봤을 때 ‘폼생폼사’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업그레이드된 19인치 휠보다는 오리지널 스펙인 17인치 휠을 추천하고 싶다.
배기음이나 승차감에 대한 취향은 유럽과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약간 다르다. 아무래도 유럽인들은 도로가 매끄러운 만큼 단단하게 지면과 호흡하는 식의 승차감을 좋아하고, 소리에 있어서도 관대해 스포티한 사운드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유럽 쪽에서는 뉴 Z4의 배기음이 약간 답답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는 좀 다르기 때문에 지금의 배기음 정도면 충분히 스포티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속에서 ‘스포츠+’ 모드로 놓고 달린다면 웅크리고 있던 스포츠 마인드를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운 것은 전반적으로 상승된 가격이다. 독일에서 부가세 19%를 포함해 4만 7,450유로에 판매되는 뉴 Z4 sDrive 35i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8,690만원.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현지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라 가격에 대한 반감은 덜하다.
지금의 배기음 정도면 충분히 스포티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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