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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으로 나는 미 공군 항공기

미 공군은 육군과 해군을 포함한 3군(軍) 가운데 가장 많은 석유연료를 사용한다. 2007년 한 해에만 94억ℓ를 썼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더 이상 석유연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6년까지 석탄에서 추출한 합성연료와 석유연료를 50 대 50으로 섞어 만든 합성제트연료를 거의 모든 미 공군 항공기에 공급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새로운 석탄 광산을 파야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이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불법이다. 쥐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되는 것은 아닐까.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는 전기, 발전소는 풍력과 태양광, 그리고 버스는 오염이 없는 수소연료전지로 달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항공기는 어떨까.







만약 항공기에도 대체연료가 도입된다면 그것은 뜻밖에도 석탄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 공군은 더 좋은 대안이 없는 한 석탄을 이용한 대체연료를 사용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석탄 보유량은 전 세계의 4분의 1이나 된다. 오는 2016년까지 이 풍부한 석탄에서 추출한 합성연료와 석유 연료를 50 대 50으로 섞어 만든 합성제트연료로 필요한 연료의 절반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미 공군의 계산에 의하면 그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미 공군은 육군과 해군을 포함한 3군 (軍)중 제일 많은 석유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한 해만 해도 94억ℓ의 석유연료를 사용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항공연료의 10%에 해당되는 양이며, 돈으로 환산하면 56억 달러나 된다. 물론 최근 들어 유가가 급격히 떨어졌지만 누구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항공기용 대체연료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미 공군은 모든 종류의 대체연료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전직 미 공군 차관보인 윌리엄 앤더슨에 따르면 실질적인 선택지는 석탄뿐이라고 한다.

그것은 미국의 자원 실태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앤더슨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석유 매장량이 세계 최고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석유는 대안이 될 수 없지요.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최고가 아닙니다. 하지만 석탄 매장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새로운 석탄 광산 발굴과 함께 미국 최초의 액화석탄(CTL: Coal -To-Liquids), 즉 합성연료 공장을 건설하게끔 미국 연료업계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시장을 늘리기 위해 육군과 해군, 심지어는 민간 항공사들까지 합성제트연료를 사용하도록 꼬드기고 있 .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 같은 계획은 분명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은 동맹국이 아닌 나라에서 석유를 수입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이 계획대로 만든 합성제트연료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석유연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두 배나 많다.

그리고 이는 2007년도 에너지 법안의 특별 조항을 위반하는 것이다.

합성제트연료 제조 노하우

다행히도 석탄을 제트연료로 바꾸는 노하우는 이미 있다. 지난 1920년 대 독일 과학자들이 석탄이나 천연가스 같은 소재로 제트연료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의 요점은 석탄을 기화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 가스를 만들어내고, 이 가스를 일련의 촉매에 접촉시켜 액체연료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일명 피셔 트롭슈 공정이라고 한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했고, 인종 차별 정책을 시행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국제적인 석유금수 조치에 부딪치자 이 공정을 개선해 제트연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트연료를 확보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이것으로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을지 입증해야 하는 것. 미 공군은 석탄에서 추출한 합성연료와 석유연료를 50:50로 섞은 합성제트연료를 B-52와 C-17 항공기에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또한 B-1 폭격기, F-15, F-22, KC-135 등의 항공기에 대해서도 이 합성제트연료를 테스트하고 있다. 미 공군은 2011년까지 보유한 모든 항공기에 합성제트연료를 사용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합성제트연료 지지자들은 석탄이 가진 이미지상의 문제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합성제트연료가 석유연료보다 더욱 환경친화적이라며 반대자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합성제트연료는 가스화 공정 도 중에 미립자 공해물질과 산성비를 유발하는 무수아황산, 그리고 이산화질소 등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연소를 할 때 공해물질이 덜 배출된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비난의 여지는 있다. 합성제트연료는 연소되면서 석유연료의 두 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 의회 에너지통상위원회의 의장인 헨리 왁스먼 의원은 2007년도 에너지 법안에 특별조항인 제526항을 집어넣었다.

제526항 의 골자는 미국 정부가 현재 사용하는 연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연료에 대해 국민의 세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합성연료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도 미 공군의 계획을 막지는 못했다.

미 공군에서는 연료회사가 제526항에 저촉되지 않는 합성연료를 생산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석탄업계의 로비스트들이 제526항을 무효화하기 위해 힘을 쓰는 동안 미래의 합성연료 공급업체들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석유 연료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발생하는 합성제트연료 제조기술을 알아보고 있다.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그 중에는 이산화탄소를 피셔 트롭슈 공정에 재투입시켜 더 많은 합성제트연료를 생산하는 방법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산화탄소도 화석연료의 주성분인 탄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석유를 생산하는 조류를 키우는 방법도 있고,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또 다른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방법도 있다.

미 공군은 이 같은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실현 가능성 높은 방법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석유 채굴량을 늘리는 것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 이 높은 방법으로 꼽힌다. 즉 이산화탄소를 액화시킨 다음 석유가 잘 나오지 않는 유정에 투입, 남아있는 석유를 지상으로 뽑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액화시키려면 또 다른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생각해봐야 할 장기적 문제가 있다.

유정에 투입됐다가 새어나오는 이산화탄소는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채집 및 저장하는 방법이 장기적인 해결책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여러 곳에서 소규모 시범공장 형태로 이산화탄소의 채집 및 저장이 실시되고 있다. 이 공정에서는 피셔 트롭슈 반응기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바로 채집한 다음 지층 속으로 보낸다.

즉 이산화탄소를 땅 속으로 보낸다는 얘기인데, 이산화탄소는 땅 속에 머무를 수도 있고 머무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부의 탄소저감·수소·청정석탄연료 사무국의 국장인 로웰 밀러는 탄소저감의 진짜 문제는 실행에 필요한 막대한 돈 이라고 말한다.

실제 매니토바 대학의 교수인 바클라프 스밀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2005년 기준)의 10%만 저감시키려고 해도 전 세계에서 원유 채굴에 쓰이는 것보다 더 많은 공장과 파이프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외의 방해요소도 많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는 퓨처 젠 프로젝트의 주된 내용, 즉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모두 회수하는 미국 최초의 상용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취소했는데, 이는 예산이 너무 초과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이오연료가 해답(?)

결국 문제는 이것이다. 미국 항공업계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뚜렷한 대책 없이 합성제트연료 사용으로 이행하느냐, 아니면 매년 수십억ℓ의 석유연료 수입에 여전히 의존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안이 부재한 탓에 이 논의는 무척이나 까다롭다. 공익단체인 퍼블릭 시티즌 산하 에너지 프로그램 부장인 타이슨 슬로컴은 재생 가능한 재료로 제트연료를 만드는 것은 분명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항공기에 태양광 전지를 붙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때문에 극렬한 환경운동가도 어느 정도는 석유연료의 손을 들어 주고 있다. 미국 천연자원수호위원회의 헨리 헨더슨과 샤논 피스크는 합성연료 계획을 폐기하고 대신 기존의 석유 절약 기술, 예를 들면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같은 것을 더욱 발전시킬 것을 권한다.

이런 기술 을 사용하면 제트연료용 석유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석유 연료 가격을 낮추고 대안을 찾아낼 시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탄소 배출량이 적으면서도 식량 가격을 올리지 않는 새로운 바이오연료가 해답이 될 수도 있다.

몇몇 회사는 이미 이 같은 바이오 연료를 연구하고 있다.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해 브라질산 야자와 코코넛에서 추출해 만든 바이오연료를 사용해 런던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점보기를 운항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속가능 항공연료 사용자 단체가 보잉, 천연자원수호위원회, 기타 여러 항공사 및 환경단체와 손잡고 탄소 배출이 적은 연료 개발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는 사이에 미 공군은 석탄을 이용 하는 제트연료 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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