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개선 폭이 더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3개월 전과 비교해 내년 목표주가가 상향된 종목 수가 하락 종목을 두 배 이상 웃돌면서, 내년 증시 전반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지는 상황이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 기관이 3곳 이상인 상장사 254곳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06조 169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추정치 대비 23% 증가한 수치로, 1개월 전과 비교해도 2.8% 늘었다. 단기간에 컨센서스가 연속 상향되며 실적 눈높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합산 실적 기준으로 보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회복이 두드러진다. 내년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44.7%, 순이익은 39%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컨센서스 상향은 대형주들이 주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반도체와 전력, 미국 상호 관세 부담을 털어낸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눈높이가 빠르게 올라가며 시장 전체 실적 추정치를 끌어올렸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 상향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조 4387억 원으로 3개월 전 대비 86.8% 상향됐고 목표주가도 13만 9385원으로 47.8%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26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33조 4000억 원으로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16만 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이익 회복 속도가 AI 버블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도 실적과 주가 눈높이가 동시에 높아졌다.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76조 1434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60% 상향됐고, 목표주가는 75만 5462원으로 95.1% 급등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반도체 관세 유예로 1분기 실적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주도의 지수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급등하는 메모리 가격과 내년부터 본격 양산될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계기로 K반도체의 주도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수요 증가에 따라 전력 관련주 역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전력은 내년 영업이익 전망이 17조 6573억 원으로 8.2% 상향됐고, 목표주가는 6만 643원으로 33% 올랐다. 올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담을 털어낸 현대차도 영업이익 전망이 13조 4059억 원으로 7.9% 증가했고, 목표주가는 35만 962원으로 25.5% 상향됐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 상향에 힘입어 SK스퀘어는 내년 영업이익 전망이 9조 1194억 원으로 51.9% 상향됐으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 기대에 목표주가는 35만 500원으로 73.1% 뛰었다. 내년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본격 가동이 기대되는 조선 업종에서는 HD현대가 영업이익 7조 3976억 원, 목표주가 24만 6333원으로 각각 18.8%, 16.9% 상향 조정됐다. 증시 호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로 증권업 전반의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서, 업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 역시 영업이익 전망 2조 2680억 원(24.2%), 목표주가 22만 5067원(20.6%)으로 동반 상향됐다.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 흐름은 목표주가 전반으로 확산됐다. 3개월 전과 비교해 목표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259곳 중 170곳으로, 하락 종목(85곳)의 두 배 수준이다. 1개월 기준으로도 상승 종목이 121곳으로 보합(78곳)과 하락(60곳)을 모두 웃돌며 목표주가 상향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다. 반면 플랫폼과 콘텐츠, 소비재 등 수요와 내수 경기에 민감한 업종에서는 목표주가 조정 또는 정체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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